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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2010 초청작, '용산, 337가지로 표현하기'

리를빅 2010.05.24 07:06 조회 수 : 2450

* 이번주 위클리 수유너머 '시네꼼'에 올릴 글입니다. 

  

  수유너머 N을 찾는 분들께 인디포럼 2010(5. 27~6.2)을 안내할 겸 이곳에 미리 올립니다.

 

  영화에제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답글로 신청해주세요.

 

  무료 초대권(특히 1회 상영 초대권)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용산, 337가지로 표현하기>(촛불 미디어센터 레아)

 

<용산, 337가지로 표현하기>는 ‘촛불 미디어센터 레아’가 만든 ‘용산의 355일에 대한 기록’이다. 아니, ‘레아’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있는 건, 이미 끝난 투쟁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레아’가 이 영화를 통해 수행하고 있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따라서 여전히 지속되어야 할, ‘기억-투쟁’이다. 영화는 그 355일에 걸친 투쟁의 과정과 현장을 7개의 다른 시점, 또는 7개의 다른 이야기로 보여 준다(어째서 ‘355가지’가 아니고 ‘337가지’일까? 또 어째서 ‘제목’과는 달리 ‘7가지’일까? 이 의문은 영화를 보고 나면 저절로 풀린다). 그 355일 동안의 투쟁의 중요 순간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첫 번째 이야기(‘용산, 355일의 기록’)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뜬다. “용산...당신의 가슴 속에 무엇으로 남았습니까?” 이 말은 용산을 단지 ‘참사’로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도전적인 ‘질문’이고, 그 ‘참사에 대한 기억’으로 인한 우리의 막연한 ‘부채의식’에 대한 따듯한 ‘위로’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애도’다. 용산을 단지 ‘참사’로 기억하지 말자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참사’가 일어난 그 다음날부터 밥을 해 온 ‘남일당 식당’의 아주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용산 4상공’에서 식당을 해온 아주머니들이 매일, 적게는 50명, 많게는 500명까지 밥을 해 먹인다. ‘힘든 줄도 모른 채, 요리하면 좋아라하면서’ 달려드는 그 아주머니들의 얼굴에는 이미 분노나 슬픔이 없다. ‘솜씨와 정’으로 만든 그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표정에는 더 이상 부채의식이 없다. 함께 밥을 먹는 현장, 그곳을 신부님은 ‘하나님 나라’라고 부르고, 수녀님은 ‘나눔의 기쁨’이라고 부르며, 아주머니들은 ‘밥 투쟁’이라고 부른다. ‘14일 단식 투쟁’을 지지하는 ‘500인 1일 단식 투쟁의 날’, 아주머니들은 그 하루를 달콤한 휴가로 즐긴다. 밥을 굶는 것뿐만 아니라, 밥을 하는 것과 밥을 먹는 것도 함께 투쟁이 되는 세상, 삶과 투쟁이 하나가 되는 세상, 그것은 80년 5월 광주 ‘대동 세상’의 ‘부활’이다(‘전쟁 기계의 부활’).

 

세 번째 이야기(‘시청 앞 하늘 이불’)는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178일 노숙 농성 투쟁’을 한 아주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용산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아주머니들이, 한 여름부터 한 겨울까지 시청 앞 광장을 당당히 ‘점유’한다. 비닐 천막은 그분들의 ‘하늘의 별’이 보이는 멋진 ‘룸’이 되고, 시청 앞 광장은 그분들의 너른 ‘정원’이 된다. 그분들은 농성을 해산시키려는 경찰 간부에게 ‘여자 희롱죄, 4년 6개월’을 당당히 ‘선고’하고, 아침 마다 행하는 ‘주차장 앞 1인 시위’를 통해서 그렇지 않아도 부지런한 오세훈 시장의 출근 시간을 점점 앞당긴다. 네 번째 이야기는 ‘행동하는 라디오’, 레아 방송에 대한 이야기다. 2009년 1월 20일 망루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레아 호프’의 한쪽 구석, 그리고 시민들이 왕래하는 용산의 거리 한쪽, 그곳에 자리 잡은 방송국에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11시 30분에서 12시 30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현장방송’, ‘실황중계’, ‘인터뷰’, ‘라디오드라마’ 등 216편에 이르는 다양한 라디오 방송)이 ‘생방’으로 진행된다. “Be the Media, Action Radio”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그 투쟁을, 그들은 ‘언론재개발’ 투쟁이라고 부른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어느 항의주의자의 고백, 경찰 폭력에 관한 보고서’다. 죽어가는 이 땅의 생명을 위해 전국을 노숙하던 어떤 생태주의자, ‘길에서 평온의 시간’을 맘껏 누리던 이 노마드가, 용산 참사의 소식을 듣고 차마 외면할 수 없어 현장을 찾는다. ‘절차를 무시한 성급한 진압’으로 ‘참사’가 일어난 현장, 그것도 모자라 83세 할머니를 실명 위기로까지 몰고 가는, ‘법이 허용한 경계를 넘어’ 자행되는 경찰 폭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현장,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이 초현실의 공간’ 속에서, 원래 생태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그 노마드는, ‘디카’와 ‘37가지 욕설’을 무기로 적들과 투쟁하는 ‘맹수’가 된다. 여섯 번째 이야기(‘거룩한 분노’)는 ‘남일당 성당’에서 ‘생명 평화 미사’를 수행하던 신부님들에 대한 ‘기록-기억’이다. 그 신부님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어떤 초월적 세계, 즉 죽어서 가게 되는 ‘저 세계’가 아니라, 어떤 내재성의 세계, 즉 ‘나눔의 기쁨’이 살아 있는 ‘이 세계’가 된다. 그 세계에 오게 되면, ‘돈, 돈, 경제, 경제’하면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참된 미사를 맛보게 된다.

 

일곱 번째 이야기(‘낙지 도서관 강제 철거’)는 용산 투쟁에 결합했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2009년 8월 17일, 처참하게 부셔졌던, 김성환씨가 운영하던 ‘무교동 낙지’ 가게는, 이들에 의해 ‘낙지(樂地) 도서관’으로 ‘부활’한다. 그러나 그 공간은 ‘부활한지 3일 만’에 적들에 의해 처참하게 부셔진다. 그러나 이들은 그 ‘죽음’을 ‘패배’로 기억하지 않는다. 이 처참한 파괴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밝고 경쾌하기만 하다. 용산은, 고병권의 말처럼, “자기 삶의 장소에서 더 이상 삶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이 “산자들이 죽은 자들을, 문자 그대로 곁에 두고 지낸 1년”을 살아온 현장이다. 그러나 그곳은 가장 ‘행복’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더 이상 추방될 곳이 없는 자들이 마지막 배수진으로 선택한 용산의 고공, 그곳에 살기 위해 올라갔다 까맣게 탄 시체로 돌아온 5인의 열사, 그리고 그만큼이나 까맣게 타 버린 삶의 터전, 이 죽음의 공간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가들에 의해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바뀐다. ‘레아 호프’ 안팎은 갤러리가 되고, 용산은 ‘생명, 평화’의 메카가 된다. 여섯 번째 이야기인 ‘낙지 도서관 강제 철거’에서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도서관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순간(죽음의 순간)에서, 그 도서관이 ‘잉태된 순간’으로 흐르는 것이다. 이 도저한 역행, 그것은 용산을 더 이상 ‘참사’로 기억하지 말자는 단호한 다짐이고 호소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레아’는 단순한 기록자나 편집자가 아니라, 중요한 피사체이기도 하다. 즉, ‘레아’는 그 투쟁의 중심에 서 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러한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용산 참사’를 ‘과거의 비극’으로 만들고자 하는 건, 언제나 그 참사를 일으킨 자본과 권력이고(거짓 기억 투쟁의 주범), 또는 그 투쟁의 구경꾼이었거나 방관자였던 우리(거짓 기억 투쟁의 종범)다. 거짓 기억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냐’라는 회의, 즉 ‘가시적 성과에 대한 계산’만으로 투쟁을 평가하고자 하는 ‘공리주의’다(이 공리주의야 말로 언제나 적의 무기다). ‘레아’는 그 투쟁의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그 투쟁의 중심에서 그 현장을 삶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냈던, 이 시대의 진정한 ‘미디어-액티비스트’다. ‘레아’라는 고유명사는 수많은 익명의 주체들(또는 비인칭적 주체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든 ‘레아’가 그렇듯, 영화 속에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익명의 주체들이 담겨있다. 그들은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노래하며, 익살을 떤다.

* <용산, 337가지로 표현하기>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인디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인디포럼 2010’에서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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