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20년간 일본의 <현대사상> 편집장을 해오던
우리의 친구 이케가미 상이 <현대사상>을 그만 두셨습니다.
퇴임을 아쉬워하고, 그간의 수고를 치하하는 모임이 동경에서 있었는데
거기에 보낸 편지입니다.
제가 쓰긴 했지만, 연구실 이름으로 보냈기에
미리 공개해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습니다.
--복사해서 옮겼는데, 한줄만 남고 계속 지워지워져, 파일로 첨부합니다.
누군가 할 줄 알면 고쳐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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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상께
중국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잡지를 하나 들라고 하면, 적어도 좌파들이라면 '현대사상'을 거명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잡지를 지칭할 때 일본어 발음대로 “겐다이시소오”라고 발음하며 자신이 잘 알고 있음을 드러내려 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_^;; 지식을 통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의 구성에 관심을 갖는 저로선, 왜 한국에는 이런 잡지가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절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로 부럽기 그지없는 잡지였습니다.
'현대사상'이 지금처럼 일본 뿐 아니라 한국이나 중국에 이르기까지 널리 알려지고 영향력을 획득하게 된 데에는 20년 가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잡지를 만들어온 이케가미 상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는 점에 대해선 멀리 떨어져 사는 저마저도 모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케가미 상이 '현대사상'을 떠나셨다는 ‘사건’은 무엇보다 '현대사상'에 불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분이 나름대로 잘 이끄시겠지만, 이런 정도의 변화는 많은 경우 자칫하면 치명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기에, 훌륭한 잡지 하나가 영향력을 잃고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하기 어렵습니다.
20년이라면 그저 살림을 하던 곳이라도 아쉬움 없이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삶을 걸고 20년의 세월을 미쳐살았던 곳이라면 더욱더 그러하겠지요. 그렇지만 인연이 다한 곳이라면 회한 없이 떠나는 것 또한 많은 현자들이 가르치던 지혜의 하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성공을 떠나는 것, 그것은 새로운 또 한 번의 성공을 위한 출발점이겠지요. 더구나 이케가미 상처럼 정열적이고 능력 있는 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좋아하실 얘기인지는 잘 모르지만^^;, 달라이 라마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국을 떠나야 했던 것이 티벳불교를 전세계로 알리는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이, 이케가미 상이 '현대사상'을 떠나시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올랐던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동안 이케가미 상에게 진 신세나 개인적인 도움, 미술관이나 동경 시내를 함께 ‘유람’했던 즐거웠던 기억 등을 상기하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그보다는 이케가미 상으로 인해 새로이 도래하게 될 또 다른 사건을 기대하고, 언젠가 불쑥 내미는 손을 기다리는 것이 더 적절하리라는 생각입니다.
글로벌화로 인해 동경과 서울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는 해도, 그 동안의 노고를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걸 보면, 아직도 글로벌화는 충분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몇 줄의 글로나마 대신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연구실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의 우정과 연대의 인사가 이 글자들을 타고 잘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0 1 0 년 1 2 월 1 6 일
수유+너머 N의 친구들과 함께
이 진 경
화/제가 긁어서 복사는 했는뎅.. 현대사상 꺽쇠가 자꾸 에러 코드가 떠서요. 작은쉼표로 처리했습니다. 죗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