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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

 지지할 명분은 그다지 없습니다만..피해 호소인과 그를 둘러싼 동료들이 터무니 없는 말을 하리라고 의심하지도 않습니다. 부디 잘 해결 하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그 이상의 윤리적 제스쳐를 굳이 넷상에서조차 아끼는 이유는, 제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고, 피해/가해 간 인과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감지할 수도 없고, 이런 류의 사건들은 항상 구체적인 정보값이 빠진채로 공론화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나, 가해자가 악질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성폭력 케이스를 다루는 원칙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냥 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감정적으로 전혀 동기화가 안되거든요. 그렇다고 감정적 동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러한 사안을 해결하는데에 윤리적으로 옳은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특히 성폭력 사건을 해결 하기 위해선 더더욱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대면한 자리에서 비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과 용기가 필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손쉽게 이슈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런 방식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자캠의 문제제기도 그렇고, 점점 너무 쉽게 SNS 따위에 기대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당장은 여론의 지형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여론전을 실행하는 순간 이미 성폭력 케이스와 피해자의 고통은 사라지고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진실공방의 문제만 남게 됩니다. 결국 모든 문제에는 물리적인 현실 속에서 사건을 해결할 선수가 필요한 겁니다. 물론 나름대로 노력도 하셨을 것이고, 결국 무력감을 느끼며 나오셨겠지만, 그렇게 공동체를 나온 이상 이미 문제를 방기했다는, 혹은 해결을 포기했다는 인상도 조금은 받게 되네요. 구경꾼들이 '지지합니다' 한마디 쓰고 휙 달아나지 않는 수준의 공론화를 원하신다면 연구실 외부 인원이 보다 여러분의 호소를 납득할 수 있게, 오프라인 상에서 개입할 마음이 들 만큼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피해의 경험은 신체에 각인된 흔적이라 정보로 환원될 수 없기에 이런 요구가 백치의 것이라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애초에 여러분이 공개적인 서한의 형식으로 본 문제를 가시화시킨 한, 좋든 싫든 선의의 구경꾼들을 낀 채 피해의 경험을 정보와 진실 공방으로 환원시켜야만 합니다. 외부자로서 이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 값이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공감을 남용할 수 없으니까요. 위의 댓글들에서 보이는 '지지'라는 말이 얼마나 쉽고 무의미하며 자기만족적인 것인지 아는 저로서는, 지지 이상의 개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리는 말씀이니 악의 없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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