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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의 모든 분들께

sora 2018.04.09 13:41 조회 수 : 1066

안녕하세요. 저는 박소라입니다. 수유너머에서 세미나를 시작한지는 1년 반 정도 됩니다.

 

처음 저에게 수유너머는 다소 낯선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세미나에만 왔다 가곤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 좋아졌고, 지금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친한 사람들도 생겼고, 제 친구들을 이곳에 데려 오기도 하고요.

 

저는 수학 교사입니다. 학생들에게 잔소리하고 혼내는 일을 많이 하죠. 그 중 많은 경우에는 학생과 거리두기를 하고 혼을 냅니다. 제 삶과 분리시키고 그들을 대상화시킵니다. 그래야 제가 덜 아프거든요. 간혹 반 아이들이 제 삶과 얽혀 들어가는 지점이 생기면, 그래서 그 아이가 제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리면, 그때는 잔소리하거나 혼을 낼 때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상상도 못했던 나쁜 일을 저지르면 화가 나기 이전에 제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먼저 오죠.

 

회원분들의 마음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요. 탈퇴하신 분들도, 남아계신 분들도... 왜냐하면 게시판의 글만 읽고 있는 저도 이렇게 상실감이 크고 마음이 아픈데 그분들은 더하시겠죠. 이번 일이 회원들만의 회의 자리에서 다루어진 것은 처음에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 인거죠. 그렇다고 해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비회원이라고 해도 우리 모두 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비회원’이라는 익명으로 이 공간을 대상화시켜서 비난하는 일은 약간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익명으로 욕하는 거 필요하면 해야죠. 그런데 지금 이 공간에서는 아닌 것 같아서요.

 

성폭력사안에 대해 결과보고서를 보니 감수성이 떨어지는 회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게시판의 글들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당황도 했구요. 이게 현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요. 그런데 저는 다른 비회원들분처럼 의도치않게 한 발짝 떨어져 있어서인지 에너지가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이 공간에 등 돌리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였어요. 가족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떠나신 분들의 고통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글을 읽고 개인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거에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떠나버린 분들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 하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떠나신 분들 및 다수의 회원 분들과 직접 얘기해보지 못했어요. 그 긴 과정을 알지 못해요. 이런 상태에서, 게시판만 읽은 제가, 심지어 저만의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을 텐데 그런 제가 뭔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어쩌면 섣불리 재단하고 상상해서 만든 오해만 갖게 되겠죠.

 

저는 수유너머라는 곳이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 같은 사람은 아무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할 만한 정말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들 수유너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회원의 익명 속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수유너머에 어떤 상을 씌우고 있는 건 아닐까요? 떠나신 분들이 남기신 글들 읽으며 가슴에 새기고(앞으로도 계속 남겨주시길 바래요), 우리 모두 세미나 할 때, 강의 들을 때 이 상황에 대해 나부터 먼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현재 게시판은 어떤 글을 올려도 읽는 사람 중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그래서 글 쓴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글 이라는 건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읽게 되니까요. 이 글에도 누군가는 분노하시겠지요? 세미나때라도 들르셔서 같이 얘기하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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