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얼마전 수유너머104 회원을 탈퇴한 이지은입니다.
안부도 여쭙고, 어지러운 제 마음도 말씀드리고, 부끄러운 반성도 하고 싶습니다만, 어렵기도 하고 필요치 않은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매우 소극적인 회원이었으나, 수유너머104가 외부성과의 접촉을 추구하는 공동체라는 믿음 하에 글을 씁니다.
1. '성폭력'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의 도출 과정
1)'상습성'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은 '피해자'의 정식 증언/고발이 없었으므로 논외로 하며, '카더라 통신'은 믿을 수 없으므로 제외하고, 2) 오직 피해자가 증언한 부분/가해자의 소명에 대해서만 판단하되, 3)제명 혹은 5년 정지라는 '가혹한 처벌(혹은 폭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성폭력이 아닐 수 있다는 다수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명백하게 사건 축소입니다. 더하여 '징계'는 사안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니라 사후적인 조치입니다.
2. 피해자 요구 수용을 넘어서
최초 보고서에서 구체적 사안을 적시함으로써 야기되는 '객관성' 문제와 2차 가해 문제에 대한 빠른 사과를 수유너머 104의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젠더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짐을 인지하고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환영합니다.
진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 변화하는 수유너머를 지켜봐 달라는 회원님의 말씀에도 기대를 겁니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믿으며,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끼고있다는 고백도 믿습니다. 이 사과가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이제 피해자의 요구 수용을 넘어, 수유너머 104 스스로에 대한 요구를 보여 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개인과 개인의 문제이자 동시에 수유너머104라는 공동체, 내부의 위계관계, 더불어 여기에 작용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제 조건들과 연동된 것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공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땅 위에 초월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해자의 요구 수용'이라는 말이 가진 전제를 의심합니다. 피해자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에는, 피해자, 가해자 특정 개인의 문제라는 전제가 엿보입니다. 회원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할 것이며, 젠더 감수성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약속은 스스로에 대한 요구이길 바랍니다.
1)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는 게시물이나 댓글에 대해 수유너머104 스스로 대응해 주는 것으로부터 그 실천을 시작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2) 피해자 요구와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앞으로 이 문제를 논하는 근거가 되길 바랍니다. 피해자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가 아니라 스스로 요청되는 책임에 대해서 모든 실천을 다하고 있는지를 근거 삼아 말씀해 주십시오.
3. 그 동안의 모든 선언에 관해서
"내가 백남기다" , "내가 노동자다" ... 수많은 선언들. 그것이 단지 은유일 뿐이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누구도 "내가 피해자다" 혹은 "내가 가해자다"라고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피해자이므로, 혹은 나도 부지불식간에 가해자였을 수 있으므로, 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엔 은유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나는 피해자이며, 나는 가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당사자가 되었을 때, 더이상 선언이 은유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었을 때, 그것을 마주한 우리는 초라하고, 비겁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선언이 단지 은유였음을 폭로했습니다. 여기에 근본적인 절망이 있습니다.
제 나름 절망에서 헤쳐나가보겠습니다.
남으신 선생님들, 각자의 절망에서 반드시 헤쳐나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연구실에서 뵙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얼굴은 타인에 대한 반응이며 나의 표현이라는 그말이, 이렇게까지 실감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은유적 거리를 좁혀나간 지점에서 다시 만났을 때 멋쩍게나마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절망에서 헤쳐나가는 모습, 자신의 요구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 전해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이지은 올림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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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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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변 문제가 되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댓글 다신 분 본인께서는 무엇을 해오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은 모든걸 다 아는 것마냥 덮어놓고 이렇게 비방하듯이 댓글을 다시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장자연사건 정도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이리 달면 또 논제와 시제를 알지 못하는 저열한 댓글이 될 것 같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의 입을 막고 자신 만의 말을 하려하시는 분은 누구신지 좀 보셨으면 합니다. 지식과 지혜가 비례하지 않듯 인격도 그러한가 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어찌 이리도 난잡한 비방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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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일단 1에서 제기한 사건축소에 일언방구 없고요
사랑과 용서 다스 주인 찾아서 실천하시고요요
그동안 숱하게 지나쳐온 강간에 대해 왜 이제야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시고
목숨 자꾸 바치지 말고 식사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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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이게 어떻게 '복수와 보복으로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는 맹신'인지 모르겠네요.
가해자에게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라는 종용이야말로 맹신 아닌가요?
어쨌든 섣부른 처벌이 아니라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여기서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우습고도 우려스럽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오가는 공간에서, 더욱이 밥을 같이 먹는 등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공간에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고, 실제로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용서와 사랑이라니요. 헛웃음만 나오네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할 이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들이 지금 뭘 하고 있나요?
피해 당사자의 글이 올라오자 부랴부랴 올라온 사과문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겁니까?
이지은님 글을 장자연 사건이며 다스며 이런저런 사건에 구겨 넣곤 그때 넌 뭘 했냐는 식으로 힐난하는 신의 논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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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그 치열성에 일관된 책임을 지시려면 님은 지금 제가 어떤 것에 제 일생을 걸고 목숨을 바쳐 헌신하려 하듯이, 그들이 다스에 매달려 결국 끝장을 보고 마는 것 처럼이라도, 장자연사건 정도에는 목숨을 다 걸고 이미 뛰어들어 있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랑 목숨걸고 안싸워봤으면 박근혜랑도 못싸운다는 논리인가요.
적어도 님이 목숨 바칠 일이 생겼다는 것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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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장자연 사건은 여전히 미제이고 현재진행형이며 사실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박정희 : 박근혜와 비유관계가 전혀 성립하지 않고 이런 저열한 딴죽에는 일절 상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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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수많은 강간살인 사건과 장자연 사건에 나서지 않았다면 여기서는 입을 다물라는 이야기의 저열성을 먼저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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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꽤나 한가하신 것 같은데 논지와 시제조차 헷갈리시는 수준이면 그만 좀 하시죠. 전 이제 시간 때문에라도 불가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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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회원을 탈퇴하면서까지 사력을 다해서 미투와 위드유를 외치는 이들을 폄훼하는 님의 수준을 먼저 돌아보시길.. 지성은 공부의 양과는 관계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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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이제 ~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는 ~불가능하겠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전 피해자 주관 전체와 약간이라도 다른 모든 논의의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는 용도로 악용됨으로써 이미 크고 작은 많은 문제를 양샨해 여러 논쟁과 반성 등 재고의 대상이 된 ’무한 확장된 2차 가해’ 개념에는 결단코 반대합니다. 일반 원칙으로 그러하고 진리로 주어진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재검토할 것을 사명으로 하는 소위 연구공동체를 표방한다면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라도 더욱더 그러해야 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과 흑백논리, 특히 개인에 대한 돌팔매질로 문제를 해결하려드는 바리새 무리엔 별로 휩쓸릴 생각이 없고, 복수와 보복으로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는 그 맹신에도 반대하며 오히려 가능만 하다면 그 시간에 심지어 죄인에게도 ’용서’와 ’사랑’을 실천해야 하고, 단지 재발방지와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불가피한 범위에서 처벌을 용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특히나 이 사건은 관련한 내외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의자 본인을 위해서도 본질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더 시급한 건 명확한 젠더규율 확립과 페미니즘 강제교육이지 처벌이란 허울의 무책임한 추방과 방치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지은님이 말씀하시는 그 은유의 거리차는 정확히 이지은님 자신에게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그 수많은 절체절명의 비극과 고통들 앞을, 젠더 문제만 해도 그 숱한 강간살인사건들 앞을 그렇게나 굳건하게 지나쳐 오늘날까지 살아오신 분이 정작 자기 (주변) 문제가 되자마자 이렇게 애매한 것 하나에도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 이토록까지 치열해지실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너무나도 불쾌합니다.
그 치열성에 일관된 책임을 지시려면 님은 지금 제가 어떤 것에 제 일생을 걸고 목숨을 바쳐 헌신하려 하듯이, 그들이 다스에 매달려 결국 끝장을 보고 마는 것 처럼이라도, 장자연사건 정도에는 목숨을 다 걸고 이미 뛰어들어 있었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단 한치 논의의 여지조차 모두 묵살하고 윽박질러댈 만큼 그렇게나 뛰어난 젠더감수성이시라면 더욱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