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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이 조금 지났지만 강연내용이 궁금하다는 분들이 문의를 주셔서 공유합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연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전반부는 선생님의 저서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내용에 대해, 후반부는 수유너머104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나누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이하에서는 후자에 관해 선생님이 들려주신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전자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면 더 자세히 공부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공동체가 정말로 말해야 할 것

 

선생님은, 일반적으로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가해의 오남용 문제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가해가 만났을 때 사건이 대개 더 나빠지는 방식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점, 공허한 문제제기들(2차가해, 피해자 중심주의, 젠더 감수성 등) 사이에서 정말로 말해져야 할 것이 말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더불어 사건에 대해 공동체가 말해야 할 것은 치유, 화해, 용서, 우정(은 피해자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책임과 반성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피해자와 공동체의 성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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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피해자나 공동체의 성장이 있기 때문인데, 피해자에게 말할 의무가 있고, 가해자에게 피의자로서의 권리가 있는 사회, 법치국가의 상식이 통용되고, 페미니즘에서의 상호주의, 여성주의 윤리가 미래지향적으로 제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피해자 비난문화를 조직 차원에서 강력하게 제지하는 방법으로는, 사회규범을 통해 중간조직(노조 등)을 만들어 강력한 집단 문화를 만들어내는 유럽식 모델, 기업관리책임을 강화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감시체제를 통해 규제하는 북미식 모델을 소개하면서 결국 중간단계의 공동체에서 사회규범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이 때 노조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공동체에서는 권력관계에서 기득권을 가진 자의 권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조직 차원의 제재와는 별개로 개인과 집단을 아우르는 치유와 성장이 필요하고, 조직문화가 정말로 변해야 하고, 가해자 중심의 서사 대신 피해자의 합리성에 근거한 서사가 새로운 상식이 되도록 만들어내야 한다고도 하셨는데요. (안타깝게도) 수유너머는 그보다는 부차적인 것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 2차가해는 언제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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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가해가 주로 언제 발생하는지에 관해, 조사위 내부에서는 ①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고 피해자 미래에 관심이 없을 때, ②가해자가 탄원서를 쓰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할 때, ③피해자의 사생활이 피해에 대한 책임론으로 불거질 때 발생하고, 조사위 외부에서는 ①가십성 소문들과 피해자 비난이 있을 때, ②징계와 사건처리 과정에 불만이 고조될 때, ③공개적인 피해 호소 이후 주로 발생한다고 하셨습니다.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2차가해 금지와 관련된 법제도적 수사관행들, 의료와 관련된 조치들,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들은 가능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어떤 금지를 통해서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음을 가해자의 탄원서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셨어요.

 

   #  공동체의 문제해결 역량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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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정치적 요구가, 사건의 은폐, 축소, 부인, 사사화, 사소화, 관료화로 끝날 때 피해자는 분노하고, 윤리-정치적 요구를 철회하게 되며, 극단적인 심정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선생님은 수유너머104의 문제해결방식이 이런 것이었다고 보시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것보다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의 역량이 부재했고, 무엇보다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능했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진단하셨지요.  '아무것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가해 개념의 오남용을 피해자 측보다 수유너머104 측에서 많이 했다고 하는 뼈아픈 조언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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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 중심주의 오용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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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가 피해자 중심주의를 가장 잘못 쓴 것 중의 하나는, 징계 등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문제해결 권한이 있는 것처럼 취급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징계 수위와 방법은 피해자의 권리가 아니라,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며, 혹 결과에 대해 피해자가 부당하다고 문제제기 하더라도 그것을 설득하고 책임지는 것 또한 공동체의 몫임을 분명히 하셨어요. 공동체 내에 반성폭력 자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움을 표하면서 페미니즘을 경시하는 태도, 교육 없이도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오만을 지적하기도 하셨습니다. 아울러 공지문에는 사건개요, 사건성격규정, 징계수위 명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도 하셨지요. 만일 2차가해나 가해자의 명예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지, 삭제해 버리는 것은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라고요. 이와 함께 2차 가해를 예방하고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회의 내용을 비밀(익명)로 하겠다는 것은 피해자가 민주적 절차과정에 들어오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기 때문에 이 역시 피해자 중심주의를 잘못 쓴 예라고 비판하셨습니다.

 

   #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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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수유너머의 입장문에 대해 말씀을 이어나가셨는데요.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진술, 가해자의 인정이 확보된 상태에서는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수유너머의 경우 그 결정이 너무 빨랐고 너무 강력했던 것이 문제였는데, 보통 이것은 피해자 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을 때 그렇게 한다고 꼬집으셨습니다. 내부의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인 제명조치를 취했다는 것이야말로 역량없음에 대한 증거라고 일갈하셨어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실수들을 주워 담는 과정에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으로 평가하셨습니다. 또한 우리 안의 가해자성, 즉 연구실 전체가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는 피해-가해의 이분법이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문제적이라고 바라보셨습니다. 다만 일상의 성정치에 모두가 연루되어있다는 전제하에서 우리 모두 문제적 문화의 일부였다는 것을 함께 인정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말씀도 덧대셨습니다.

 

   # 성폭력 여부는 합리적 피해자 관점에서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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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으니 성폭력’이라고 생각했다는 지점에서는,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에 성폭력인 것이 아니라, ‘합리적 여성’ 혹은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에서, 합리적 피해자라면 유사한 불쾌감, 부정적 감정을 느낄 만하다고 판단될 때 성폭력이라고 함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적으로 ‘환영받지 못한 행동(Unwelcomed)’을 통해 당사자가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기에 ‘적대적인 환경(Hostile Environment)’을 조성하는 것을 성희롱이라 정의하셨어요.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4명 더 있다면 성적으로 환영받지 못한 행동이 반복되었다는 것이고, 그러한 공간에서 원치 않는 접근을 계속 거절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적대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성희롱이라고 하셨습니다.

한편 게이가 싫다고 한 회원이 있는데 인권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젠더감수성 교육을 하지 않고 버틀러 세미나를 열었다는 것, 나아가 그것을 입장문에 명시하면서 적대의 정치와 환대의 정치로 구분했다는 것은 매우 의아하며, 이것은 중간단계의 사회규범을 공동적으로 만들자는 기존의 모든 운동을 무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제명을 결정할 정도로 분명하게 성폭력이라고 합의했다가 다시 성폭력에 대한 주관적 정의를 가지고 서로 이견이 있었다면, 그 다음은 각자의 주관적 정의를 가지고 토론할 것이 아니라, 역량의 부재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거나 반성폭력운동 단체로부터 교육을 받았어야 했다는 점도 다시금 강조하셨습니다.

 

   # 공동체의 역량이 쌓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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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실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역량이 쌓이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조직에서는 성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 번도 이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다면 그 공동체는 문제를 꺼내기도 어려웠던 공동체였던 거라는 말씀과 함께요. 따라서 규약을 만들고, 매뉴얼을 구성하고, 공동체의 적절한 해결방식을 공유해야 하는데, 만약 그게 없다면 (아무리 다른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도) 그것과 관련해서 필요한 지식들을 생산에 냈던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 운동의 역사 안에서 논의했어야지, 공동체 역량은 전무한 상태에서 00당 사례와 같은 외부의 사례 몇 가지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공동체 내부의 젠더 감수성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충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서두에서와 같이 피해자에게는 말할 의무가 있고, 가해자에게는 피의자로서의 권리가 있는 사회, 그리고 피해경험으로부터 당사자와 사회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공동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라고 하는 말이 갖고 있는 힘이 실제로 문제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극히 부분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 때문에 정말로 해야 할 이야기가 종종 사라지곤 한다는 점을 하나하나 짚어주시면서, 공동체의 역량을 쌓아가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단어의 힘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고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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