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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 입장문에 대한 탈퇴회원들의 목소리

탈퇴회원 2018.04.25 19:08 조회 수 : 1844

수유너머104 입장문에 대한 탈퇴회원들의 목소리

 

1. 포기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수유너머의 공식 입장은 기승전-탈퇴회원들 탓으로 정리되는군요.
혹시라도 일말의 성찰과 변화의 의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자기변명과 남 탓, 형식적 사과로만 일관하는 입장문을 보니,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대화를 ‘포기’한 탈퇴회원들이 문제 아니냐고 비난하시는데, 네, ‘포기’합니다.
들을 귀 없는 벽과 ‘대화’하기 위해 쓸 시간과 에너지를, 각자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2. 수유너머의 공식서사와 11명의 ‘주관적 진실’
 
결국 실패하고 포기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해왔던 ‘대화’의 노력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와 그 지지자들은 단지 이번의 성폭력 문제만이 아니라, 그러한 폭력을 가능케 했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 수유너머 내부의 일상화된 위계와 권위적 관계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나아가 연구실에 오래 몸담았던 피해자의 지지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 안의 가해자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공동체가 쇄신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연구실은 이런 문제 제기에 응답하지 않은 채, 미투선언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도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반복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자와 그 지지자들을 ‘적대의 정치’를 행하는 자들로 몰아 갔습니다.
이처럼 자기반성도 성찰도 없는 연구실의 공식서사야말로 똑같은 폭력들이 되풀이되도록 만든 원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어도 피해자와 탈퇴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관적 진실’을 소리 내어 말했습니다.
탈퇴회원들의 성명서, 공개게시판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썼던 글들, 회원게시판이나 단톡에 올렸던 회원들을 향한 호소글들과 탈퇴서들에는,
수유너머의 공식서사로 매끄럽게 봉합되지 않는 ‘문제들’이 담겨있지요.
연구실의 낮은 소수자 감수성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만적인 언어들,
코뮨의 우정은커녕 건전지 깔아 끼우듯 사람들을 갈아 치우는,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벽에 부딪쳐 결국 탈퇴를 선택했던 이들 각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주관적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고 문자로 기입했습니다.
이 말들은 단순히 피해자나 탈퇴회원들이 겪은 피해를 호소하는 말들이 아니라,
연구실의 고착화된 위계의 구조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피해자와 그 지지자들은 떠났고, 바라던 대로 외부의 부담스러운 관심과 ‘애정’ 어린 비판의 소나기도 지나가겠지요. 
연구실의 일상은 아무런 ‘문제없이’ 지속될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 문제-없음, 성찰-없음, 변화-없음으로 말미암아 똑같은 문제들과 폭력들이 언제든 반복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수유너머의 ‘정의’로운 행진이라는 공식서사가 뭉개고 갔던 파편 같은 목소리들, 11명의 주관적 진실을 담은 말들도 유령처럼 되돌아올 것입니다.
 

3. 공동체라는 허상과 주인 없는 말들

수유너머의 기나긴 입장문에는 사실관계의 왜곡이 곳곳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끊임없는 도돌이표가 될 뿐이겠죠.
무엇보다 수유너머라는 집단의 이름으로 발화된 이 입장문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기에,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입장문에는 잘못한 게 없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를 거부하던 목소리들,
비회원이라는 익명 뒤에 숨어 탈퇴회원들을 조롱하고 비난했던 목소리들,
성폭력이기는 한데 징계를 전제로 하면 성폭력이 아니라던 ‘애매모호한’ 목소리들,
피해자와 탈퇴회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희미하게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발화하지 않았던 목소리들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입장문은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주인 없는 말들로 채워져 있기에, 그 안에 담긴 ‘반성’과 ‘사과’의 말조차 공허할 뿐입니다.
‘공동체’란 어떤 초월적 실체가 아니라,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집합적 역량일 뿐이니까요.
입장문에서 드러나는 ‘공동의’ 진심은 그저 자신들의 영토인 연구실을 지키겠다는 의지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인상이 부당하다고 느끼신다면,
이제 ‘공동체’라는 허상 뒤에서 발화되는 가상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들 각자의 목소리로 증명해 가시길 바랍니다. 
   

4. 코뮨의 우정과 적대의 정치

입장문은 탈퇴회원들을 3차회의의 아름다운 ‘합의’를 거부하고 ‘적대의 정치’를 행하는 자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은 피해자나 탈퇴회원들 중 누구도 3차회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차에 걸친 회의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차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를 이뤄냈을 때 모두가 안도하고 기뻐했지요.
그러나 이후 단카방과 회원게시판, 4차회의에서 핵심회원들의 주도 아래 이뤄진 ‘백래쉬’는
3차회의에서 이뤘다고 생각한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말았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그간의 협상과 합의는
당연히 이 사태가 성폭력임을, 가해자가 가해자임을 전제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했던 것이 아닌가요.
그러나 3차회의 이후 이뤄진 백래쉬는 핵심회원들 상당수가 이것이 성폭력도 아니고, 가해자도 없다는 전제를 고수하고 있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성폭력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닌 이를 향해 왜 ‘징계’를 논했던 것인가요.
이런 태도야말로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희생양 삼아서 연구실의 체면을 유지하고 사태를 봉합하려는 접근법이 아닌가요.
한편 피해자와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폭력의 경중에 따른 징계의 수위는 얼마든지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협상과 합의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성폭력의 인정 여부, 가해자성의 인정 여부는 ‘토론’의 주제가 될 수는 있어도, ‘합의’로 봉합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와 ‘가해자가 아닌 이’ 사이에서 ‘징계’의 수위를 놓고 벌이는 협상과 합의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잘 쓰지도 않던 코뮨의 우정이라는 말이,
연구실이 내홍을 겪고 사람들이 갈려나갈 때마다 새삼스럽게 소환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결국 코뮨의 우정이란 연구실 핵심회원과 다른 입장에 선 이들을 적대의 정치로 비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동원되는 수사에 불과한 것인가요.
탈퇴회원들은 연구실에서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우정을 찾아볼 수 없어 슬프다’라는 말들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심지어 누군가 그만 둘 때마다 바로 우정의 목록에서 매끈하게 ‘삭제’해 버리는 연구실의 냉정한 태도가 ‘무섭다’고 말하며 떠났던 이들도 있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탈퇴회원들 모두 연구실로 돌아와 함께 코뮨의 우정을 만들어보자 하시니 당혹스럽습니다.
그 말이 연구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제스쳐에 불과함을 알기에 더욱 씁쓸합니다.
그렇게들 강조하던 우정이란, 거창한 이념도 현란한 수사도 골치 아픈 철학적 논리도 아닙니다.
단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진심으로만 가늠될 뿐이지요.
저희들은 연구실에서 그런 우정을 느낄 수 없었고, 그런 이들과 굳이 우정을 구성하고 싶은 매력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이 저희가 연구실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수유너머 104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여전히 ‘우정’을 느끼시는 분들이 잘 이끌어 가시길 바랍니다.   

 

- 수유너머 104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탈퇴회원들의 성명서 연명자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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