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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콩쥐

안녕하세요. 탈퇴회원 심아정(큰콩쥐)입니다.
104의 입장문과 탈퇴회원들의 성명서가 연이어 올라와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 하실 것 같아 댓글을 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에 탈퇴회원1인의 글은 짧게나마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가 품었던 생각이니 그렇게 읽어주시고,
그러나 그의 글로는 충분히 담아낼 수 없는 사정들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을 남깁니다.
탈퇴한 회원들이 각자 다른 계기와 생각들로 연구실을 나왔기 때문에,
탈퇴회원들 사이에서도 그들이 연구실과 관계맺은 강도나 시간 등등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위에 생강님이 언급하신 '회원제도 Q&A'는 회원 활동을 하던 시기에 제가 작성했고 간간이 수정한 것이 맞습니다.
혼자서 작성해서 올린 건 아니고,
수유너머N 해체 후, 새롭게 104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제가 초안을 쓰고,  많은 논의를 거쳐 올리게 된 공지문입니다.
'친구회원'이라는 아이디어도 제가 낸 게 맞습니다.
기존의 회원제의 울타리를 낮추고 뭔가 말랑말랑하고 느슨한 연대가 가능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습니다.
전화 상담도 제가 맡아서 했습니다.
심지어 탈퇴 후에도 저에게 쏟아지는 문의전화를 어느 한쪽에 치우침없이 친절하게 받았고
자세한 것들은 차후에 입장문이나 공지글을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회원과 친구회원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일년 간 끊임없는 논의가 오갔음을 밝혀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지문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른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유동성있게 운영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규칙을 세워놓고 한 치 어긋남없이 딱 그 기준을 따르고...
적어도 그렇게 견고하고 딱딱하게 운영하는 것이 공동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대부분의 동료들이 유연한 운영방식에 흔쾌히 동의해 주기도 했습니다.  저도 동의했고요.


그러나 회원과 친구회원 추천을 둘러싸고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생강님도 그걸 모르시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사소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원'이 된다는 건,  어떤 특별한 자격이나 특권이라기 보다는,
공동체의 운영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고,
사실 동료들과의 관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회원이 되면 귀찮은 일이 더 많이 생기고 몸으로 일해야 하고 마음도 시간도 그 품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여건상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지만 느슨하게나마 이어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친구회원 제도를 만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친구회원 제도에는 순기능도 역기능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남아 운영하시게 될테니 조금더 깊이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제가 친구회원으로 추천하려했던 동료가  
자기는 친구회원이 아니라 회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공부와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타진하길래 
전체회의 자리에서 회원으로 그를 추천했다가,
회의가 끝나고 "친구회원으로 추천한다고 해놓고 왜 회원으로 추천하냐"고 
동료회원에게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강좌팀회의에서 오랜만에 복귀하신 구회원(현 잔류회원)이 "회원은 아무나하나" 식의 발언을 하신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신 분들은 강의나 세미나를 주도하시는 분들이시죠.


저는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지는 것, 게다가 아무도 회의 시간에 이에 대한 제지를 못하는 분위기야말로 
회원과 친구회원을 둘러싼 위계의 문제를 잘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회원은 추천하면 곧바로 대부분의 동료들이 회의 자리에서 "좋아요~"라는 반응을 보이시지만,
회원으로 누군가 추천하는 것은 그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회원이 되면 활동이나 공부의 강도가 세지고
회의와 토론회 참여 등의 의무사항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핵심회원들이 누군가를 회원으로 추천하는 일은 있어도
그렇지 않은 분들이 회원 추천을 하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친구회원 추천은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회의시간에 제가 발언권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저도 그러한 위계의 구조 위에 서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비판받아야 할 권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구분을 두는 것 자체에 대해서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원 추천을 둘러싸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원이나 친구회원의 추천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권위의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님을 생강님도 아실 겁니다.
그간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단지 공지문이 저렇게 저기에 있으니,
게다가 "열심히 활동하셨지만 지금은 탈퇴하신 분"이 작성한 것이니 읽어보라는 식의 댓글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무성의하고 무책임해 보입니다. 


저는 남아계신 분들 중에서 계속적으로 침묵하고 계신 분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침묵이 이러한 위계의 구조에 일조하는 것 아닐까,,,하는 말씀을 아프지만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두고 회의에서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처럼 말씀들을 하시던데,
적어도 저는 위계적이라고 느껴질 때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동의할 수 없다고 제 의견을 말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실 때조차도요.   


저는 7년동안 제 자신를 걸고 활동했던 장(場)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
'탈퇴'라는 형태로 끊어내고 난 후에 감내해야하는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힘듦은 저에게도 마땅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남은 여러분들도 손가락을 끊어내는 아픔을 감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마땅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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