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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 :)

익명씨 2018.04.10 15:04 조회 수 : 778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네요. 

 

다들 실내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번 둘러보세요! 

(마스크는 쓰시구요 ㅋㅋ)

 

정말 멋짐과 아름다움이 폭발하는 곳이에요! 

 

그나저나 오늘은 제가 겪은 다른 일에 대해 한번 나눠 보려해요. 

 

0.

(약간 템포를 바꿔서ㅋㅋ)

 

저는 한때 지독한 폭력의 "피해자" 였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번 사건 당사자 여러분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 될 수 없지도 몰라요. 

 

그런데 말이죠. 결국 누구나 자신의 지평에 서서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수 있구나 하는 하나의 사례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1. 

구체적으로 제가 당한 폭력들이 무엇이었는지는 생략하도록 할게요. 

(사실, 너무 다양한 종류의 폭력들인 지라, 일일이 세기도 힘드네요. 그런데 궁금하시면 알려드릴수는 있어요! 편하게 물어보세요!)

 

저의 경우는, 제가 당한 피해 사건이 제대로 해결 되지 않아, 꽤 오래동안 트라우마와 정신질환이라 불리는 것들로 힘들어 해야 했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제 삶은 끔찍한 일상들의 나날이었죠. 

 

여전히, 아주 간혹, 그것들이 저를 괴롭힐 때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제게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생각 하나를 덧붙이자면, 그 때 좀만 내가 다르게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긴해요. (근데 이건 후회와는 좀 달라요!)

 

그게 뭐냐구요? 제가 조금만 더 나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일을 멈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무슨 말이냐구요? 저는 꽤 오랜 날을 피해 의식에 갇혀 철저하게 구금 되어 있었답니다. 

 

근데 절 가둔건 그들이 아니라 저 자신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어요. (이건 나중에 좀 더 이야기 하기로 하고.) 

 

아무튼, 당시 저는 상습적인 폭력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 누구도 제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면했죠.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도움을 청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더라구요! 그당시 제게는 정말 큰 상처였어요. 

 

저는 오롯이 모든 것을 홀로 스스로 감당해야 했어요. 그 때에는 사회의 모든 것들이 원망스럽고 사람들이 혐오스러웠어요. 

 

 

한동안은 그렇게 방치된 상태로 있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악화되고 있었던 거죠. 자학이 시작된 거에요. 

 

고통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치면 칠수록 제 숨통을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어요. 도무지 벗어날 길이라곤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날(ㅋㅋ 너무 작위적이네요. 사실 그 순간 뙇! 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된 어느날..) 피해자라는 틀 안에 갇힌채, 세상을 저주하다 스스로를 자책하다를 반복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게 뭐였는지 아세요? 그저 당할 수 밖에 없는(혹은 없었던) 피해자라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그 굴레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죠. 왜냐구요? 저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가해자의 처벌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피해자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피해자가 스스로를 긍정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알아요.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피해자는 가해자 혹은 가해 무리에 의해 규정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피해자는 단지 요청할 뿐이에요. 

 

어느덧 저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해자와 집행자가 어떻게 응답하는지에 의해 규정되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죠.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가해자에게 사과를 구걸하는 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이게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내가 당한 피해사실을 그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거든요. 그 당시 저는 꽤 집요했어요. 

 

그들의 집 안까지 들어가 사과를 요구하기도 하였고, 

 

제발 내가 이렇게 힘드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제가! 무릎까지 꿇었어요!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지긋지긋한 날들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더라구요. 

 

그래요! 자살!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정말 죽으려고 마음을 먹으니, 간절히 살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를 드밀고 나오더라구요. 

 

그리고는 아주 기가막힌 생각이 떠올랐어요! 

 

 

"애초에 나는 피해자가 아니었어!"

 

 

네! 알아요! 자기 합리화로 보일 수 있다는 거. 

 

그런데 그런 생각이 제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가해자들의 허락(사과) 없이도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저는 저를 구속하는 끈을 스스로 끊을 자유가 있었던거에요! 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어요! 

 

저는 제가 겪은 사건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는 외부에서 주어진 잣대를 거부해었죠. 나를 위해서! 

 

 

아! 그렇다고 제가 그들을 용서 했다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저는 그 이후에도 이따금 그들을 찾아 갔고, 그들에게 나의 상황을 전했어요. 

 

저는 조금씩 덤덤해졌어요. 

 

저는 사건의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저의 정의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거든요.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도록 할게요. 그래도 혹시 궁금하시면 물어보셔도 되요. 뒤죽박죽 스토리라 정리가 잘 안되겠지만 노력해볼게요!)

 

 

  1.  

이번에는 조금은 조심해서 말해야겠네요. 

 

아니, 조심이라기 보다는 제 생각의 세기를 좀 약하게 해서 말하도록할게요. 

 

왜냐하면 저는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저는 미투 운동에 찬성합니다. 저 역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나아가 그러한 폭력들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감수성이 높아졌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기를 원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그 운동이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하고, 모두를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위로와 공감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때의” 피해자였던 제게 가장 필요한 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요. 

 

피해-가해의 공식은 유용하긴 하지만, 그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었으면 해요. 그것은 어쩌면 피해자-가해자 모두에게 영원히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얼핏 보면, 가해자를 응징하는 방식으로 보여지지만, 

 

그건 피해자의 피해 의식을 부추기고,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흘러가더라구요! 

 

그에게 억울한 것을 당했으니, 그로부터 억울함을 호소받아야 마땅하죠. 

 

그런데, 그렇게 되니, 결국 사건을 종결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였더라구요! 

 

이 얼마나 불합리한 생각인가요! 내 권리를 양도해버리는 꼴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무슨 권리냐구요? 글쎄요. 그냥 편하게 행복권이라고 할게요. 

 

저는 폭력을 당했지만, 그렇다고 제가 행복해질 권리 마저도 빼앗긴건 아니에요. 사건은 사건이고 저는 또 저 나름대로 행복해야죠! 

 

저는 더이상 수동적인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도 아니었어요. 

 

저는 스스로 피해자라는 이름에서 벗어난 피해자였어요! 말이 정말 이상하네요 ㅋㅋ 

 

음, 뭐라그래야 할까, 저는 피해자이면서 피해자가 아니었어요. 

 

사회에서는 저를 피해자라고 말했지만, 

 

저는 더이상 저를 피해자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았어요. 

 

네! 사회 문제는 해결해야죠!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개인이 고통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고 내 자신이 불행해지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3.

 

조금씩 안정을 찾으면서, 저는 사건의 객관적인 상황을 알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가해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거였죠. 

 

왜냐면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왜 그러한 상황에 놓여야만 했는지를 도무지 알길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분노, 말로 형용못할 감정들이 저를 에워쌌어요. 

 

내가 미워하고 증오했던 그들에게 이입하는 것은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해야만 했어요. 그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요. 

 

그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 손 치더라도, 

 

그들을 미워함으로 생긴 이 고통은 저의 문제이지 그들의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미움은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해요. 계속 집착하게 만들죠. 

 

그런데 미움이란 것은 결국 내 생각이 맞다는 고집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상대가 미운 거에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안 믿으셔도 되요!) 

 

계속 해서 그들의 입장을 그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거에요! 

 

이상하죠? 가해자를 공감하는 피해자라니!

 

아! 근데 그건 용서가 아니었어요. 애초에 용서할 일이 없었던 거죠. 

 

저는 가끔 자식을 살해한 사람을 용서하는 부모들의 인터뷰를 보곤 해요. 

 

그들은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그들이 처벌 받거나, 제가 그들을 미워 한다고 해서 죽은 자식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처벌은 피해자를 위해서 있는게 아니라, 

 

어리석은 가해자를 위해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어리석었기에 다시 한번 배울 기회를 제공 받는 것이죠. 

 

아무튼, 어딘가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로 인해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끝없는 고통과 파멸속으로 휩쓸려 가기 시작할꺼에요. 

 

저는 사회의 여러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모였으니까요. 

 

각자의 방식과 생각은 다를 지 몰라도, 우리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에게서 배우기 위해 모인 거 아닐까요? 

 

 

0. 

 

배가 슬슬 고프네요. 오늘은 파스타를 먹어 볼까요. 그러니 글은 이만 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는 수유너머라는 공간을 너무 대단하거나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록 이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고집이 생길 것 같아요. 이 공간 이 없으면 

 

어디 다른데 가서 다시 모이면 되겠죠. 뭐가 그렇게 어려운건가요? 

 

그리고 사회 문제를 접근 할 때에 있어서도 아주 많이 놀이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이냐구요?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며, 편견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게 

 

접근해보자는 말이에요! 

 

아무튼 여러분 오늘도 너무 즐거운 하루에요! 

 

각자의 삶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 보자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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