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 주방, 까페, 서점, 복사 등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수유너머에 오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일원으로서, 그리고 수유너머 104를 새롭게 만들 때 열심히 동참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저는 이곳을 떠나도 축복하는 마음으로 떠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유너머 104가 스스로를 쇄신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바뀌어가길 기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전개된 여러 사태들을 보며, 또 전혀 반성과 성찰이 담겨있지 않은 '영혼 없는' 입장발표문을 보며, 더이상 젊은 친구들이 이곳의 번드르르한 '말'에 속아 똑같은 고통과 피해를 반복하지 않도록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 혼자 힘으로 무슨 대단한 일을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수유너머의 공식 발표에 동의할 수 없음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밖에서 이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판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겠지요.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오랜 인연을 맺어왔던 수유너머를 향해 이렇게 밖에서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참담하지만,  이 또한 '역사 속의', 그리고 '제 기억 속의' 수유너머에 대한 마지막 애정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유너머 104의 회원들에게 묻습니다. 

성폭력 사건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현재 연구실 성원들의 '진심'이 담긴 발표입니까?

지난 1달 여간 이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수많은 대책회의들과 토론들은 연구실 핵심 성원들 중 상당수가 이 사건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최종 입장 발표가 있기 불과 며칠 전에 열린 4차회의에서, 참석자 중 11명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3명이 기권했으며, 성폭력이라고 보았던 분들 중 일부도 매우 미온적인 입장이었지요.

심지어 그 회의 이후 성폭력임을 주장했던 회원들 '일부'가 아니라 '상당수'(10여 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가 탈퇴하면서, 현재 남아서 주도적 활동을 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이 사건이 '성폭력'이라는 기본 전제에도 동의하지 않던 분들입니다. (물론 여전히 남아서 고군분투 하시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고, 그분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제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고 외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긴급히 회의를 소집하여 발표한 최종 발표문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느닷없이' 연구실의 젠더감수성이 부족함을 '통감'하고 피해자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 과연 현재 연구실 성원들의 '진심'일까 의아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회원 탈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1달 간의 논의 과정에서 그분들의 완고한 감각과 논리를 도저히 바꿀 수 없다는 '벽'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산술적인 '다수결'의 결과만으로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연구실의 위계적인 소통과 결정 구조, 뿌리 깊은 연구실 문화의 어떤 폐쇄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분들의 주장처럼, 사건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제 와서 다시 그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방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을 것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따라서 입장 발표문에는 사건의 '진실'은 커녕, 현재 남아계신 대다수 회원들의 '진심'조차 담겨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본인들의 입장을 떳떳이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못하는 것인지요?

외부의 시선과 비판이 두려워서입니까?

'내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여전히 외부적으로는 '진보'라는 이미지의 포장이 필요해서입니까?     

어떻게든 밖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나간 회원들의 자리를 보충할 새로운 젊은 '인력'을 찾기 위해서입니까?

젊은 친구들을 불러 뭘 하시게요, 라고 여쭤봤을 때, '가르쳐야지'라고 말씀하셨던 분께, 다시 묻겠습니다. 

도대체 지금의 수유너머가 젊은 친구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하루 아침에 갑자기 '통렬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면, 도대체 그 반성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여전히 피해자 보호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음은 물론이요, 이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상처 받고 떠난 분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영혼 없는 반성문'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네요.

차라리, 지금 수유너머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시고, 그런 정체성에 입각해서 활동하시는 게 떳떳하지 않을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0 주방사용방식을 위한 제안 [1] hyobin 2020.02.17 739
공지 [공간] 사람과 공간의 좋은 관계를 위한 제안 oracle 2019.02.04 1106
공지 [카페 소소] 이용은 이렇게 해요~! 효영 2017.07.11 1386
공지 [카페 소소] 소개 효영 2017.03.19 1520
633 [물아일체주방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질은? file hyobin 2020.04.01 124
632 [물아일체주방팀] 동물 먹기 vs 식물 먹기 file hyobin 2020.04.01 172
631 [주방달력] 4월의 저녁을 선물해 주세요 ^0^ [20] oracle 2020.04.01 752
630 [물아일체요리법] #21 채소쌀국수 + 공지 누혜 2020.03.23 118
629 [물아일체요리법] #20 부추채소누들 누혜 2020.03.20 80
628 [물아일체요리법] #19 비빔쌀국수 누혜 2020.03.19 84
627 방구하는 사람 있나요? 이런 글은 어디에 올리나요? 놀이 2020.03.19 169
626 [물아일체요리법] #18 데리야끼 버섯튀김 누혜 2020.03.18 6495
625 [물아일체요리법] #17 채수(채소육수) 누혜 2020.03.17 73
624 [물아일체요리법] #16 오픈 크로켓 누혜 2020.03.16 71
623 [물아일체요리법] #15 렌틸콩커리 누혜 2020.03.13 86
622 [물아일체요리법] #14 단짠 버섯볶음(feat.A1 소스) 누혜 2020.03.12 110
621 [물아일체요리법] #13 채소 토마토 파스타 누혜 2020.03.11 88
620 [물아일체요리법] #12 수수묵은지전 [1] 누혜 2020.03.10 82
619 [물아일체요리법] #11 두부 강된장 [2] 누혜 2020.03.09 126
618 [불아일체요리법] #10 순대빠진 순대볶음 누혜 2020.03.06 143
617 [물아일체요리법] #9 무조림 [1] 누혜 2020.03.05 89
616 [물아일체요리법] #8 시금치커리 누혜 2020.03.04 83
615 [물아일체요리법] #7 두유리조또 누혜 2020.03.03 98
614 [물아일체요리법] #6 버섯뭇국 누혜 2020.03.02 10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