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104입니다.
중간 공지를 드린대로 3월 5일 한 회원이 올린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지난 한 달간 진상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2차에 걸친 양측의 소명을 들었으며, 5차에 걸친 전체회의를 하였습니다. 애초에 비공개를 원하며 공동체 내부의 젠더감수성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였지만, 우리의 미숙함과 무능력으로 인해 사태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계셨던 피해자 분과 연구실의 결정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아래와 같이 그간의 경위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3월 5일 성폭력에 대한 고발 글이 회원내부 게시판에 올라왔고, 3월 6일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사과문이 게시되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이 사건에 대한 첫 번째 전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때 회의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제명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제명이라는 결정을 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아무런 해명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기에, 피해자가 동의한 6인의 조사위가 꾸려지고, 해당 사건과 관련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소명을 들었습니다. 이 내용은 녹취록을 포함해서 피해자 및 가해자와 전 회원에게 공유되었습니다.
3월 13일 2차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두 사람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기에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더 이상의 진실공방 없이 징계절차를 밟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소명에 대한 2차 반박을 하고자 했기에 징계결정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자신의 방어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이에 대한 피해자의 2차 진술이 조사위로 전달되었습니다. 이 내용 또한 관련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회원 전체에게 공유되었습니다.
3월 20일 징계결정을 위한 3차 전체회의가 있었고, 징계수준이 논의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회원들 간의 해석의 편차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로 성폭력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최소 5년 이상의 출입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러한 편차로 인해 가해자의 행위에 상응하는 징계 수준을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긴 논의 끝에 피해자가 연구실 활동에 복귀하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두기 위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최대한의 분리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해자에게는 실제 행위 이상의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개의 정도를 최소화하자고 3차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공개의 정도에 대한 이해가 모두 달랐음을 나중에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3차 회의의 결과에 의거해 피해자에게 일단 5년의 분리기간을 제안했고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피해자가 5년의 분리기간을 수용함에 따라 공지 문안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공지 문안에서 구체적인 행위가 명시되지 않은 채, 5년의 징계와 ‘가해자’라는 명칭을 적시할 경우 그 기간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었습니다. 또한 ‘가해자‘라는 명칭과 징계기간을 적시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기에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그에 따라 4월 3일 4차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4차 회의에서는 문제의 성격을 다시 검토하기 위하여 회원 각자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폭력이라고 판단하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각자의 개인적 판단을 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회의는 자칫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징계를 전제로 했을 때 13명이 성폭력이라고, 11명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3명이 기권했습니다. 그러나 이 의견들도 성폭력이냐 아니냐의 문제로만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결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었고, 징계 수준을 논의하지 못했으며, 절충안이 제안되기는 했으나 이미 많은 회원들이 자리를 뜬 상태였기에 임시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4차 회의 이후 성폭력임을 주장하던 회원들 중 일부가 탈퇴를 했고, 4월 6일 이 문제에 대한 연구실의 대처방식을 비판하는 피해자의 글이 웹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4월 6일 임시회의가 개최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그간의 논의들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 연구실이 책임을 지는 방식은 피해자가 요구하는 바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아,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가해자에게 5년간의 자격정지를 징계조치하였습니다.
사건의 처리 경과를 통해 밝혀진 대로, 공동체 내의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수유너머104는 많은 미숙함과 경솔함을 범했습니다. 특히 공동체 내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자와 동료회원, 그리고 수유너머를 성원해 주신 분들께 심대한 우려를 끼쳐드렸을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닌 상처와 슬픔을 안겨드렸습니다. 이번 성폭력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단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만으로 공동체의 허물이 씻겨지고,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이 위무되며,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리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점들을 철저히 반성하고, 그릇된 사고와 행동을 고치려는 각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과도 헛된 시늉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다음과 같이 개선과 개신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스스로를 경계하고 다잡아가고자 합니다.
연구실 내의 둔감하고 때로는 그릇된 젠더 감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마련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페미니즘과 소수성에 관한 회원교육을 실시하며, 회원 각자가 소외된 타인의 자리를 돌아보고 배려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연구실 내의 젠더 감수성에 관한 준칙을 마련함으로써 말과 글, 사고와 행동에 있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댓글 20
-
비회원
-
비회원
피해자 정말 바보로 만드는 보고서네요. 모욕적이기까지 합니다. 탈퇴한 사람들 왜 나갔는지 아예 언급은 없나요? 성폭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하나도 없네요?
-
사적인 정보에 대한 공개의 여부는 당사자에게 허락을 구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세세한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는 2차 피해의 위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했을 때 이 글을 읽어보는 이입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어찌 느껴지시겠습니까??
-
비회원
피해자님의 글을 보니 가해자에 대한 이중처벌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다던데 이 보고서는 이 글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이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있었던 일 저렇게 공개하시면 안 됩니다. 글에는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써있지만 이 글의 최종 목적은 수유너머 지키기인 것 같습니다.
-
힐데
하나 더 여쭙겠습니다. '가해자에게 5년간의 자격정지를 징계조치' 라고 되어있는데 회원 자격만 정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연구실 출입과 세미나 활동등 일체가 금지되는 것인지 분명히 해 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
무명
인류 전사를 관통해온 적폐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원하는 그대로 정확히 뜯어 고치지 못한다고 탈퇴들까지 하시는 건지...
좀더 여유와 긴 호흡을 갖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론'들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때입니다.
자체 해결력을 보여줄 결과보고 때까지 기다리긴 했지만, 애초에 이 사건 공개 때부터 단체의 특성 상 다른 공동체들과는 달리 차분한 토론과 제반 패러다임들 및 관련 이론들에 대한 연구를 거쳐서 관계자들 모두 참여하는 규약합의와 가해자에 대한 재교육 중심 처벌로 큰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랬는데...
결과를 접하니 양측분들 모두 여러가지로 아쉬운 마음입니다.
젠더문제 자체로만 봐도 범죄요건 구성여부, 인정되긴 해도 죄값, 즉 공동체 형량의 문제 등등이 전혀 합의된 바 없던 상태에서ㅎㅎ님도 잘 지적하신 대로 단체의 고질적 한계와 맞물려 모든 적폐가 폭발하는 국면이지만.....
그래도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해결보다 건설적이고 교정적 변화를 창출할 수 있는 실천이라는 대원칙에 복무할 수 있도록 행위들 해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원래 이 문제 자체가, 더구나 이런 경계사건들은 더욱더 매우 논쟁적인 영역이고, 완비된 답도 없으며 젠더 간 입장도 완전히 달랐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에 개인에 대한 처벌은 별 큰 의미도 없고 일방적 피해자중심주의가 완벽하게 관철되어도 여성에겐 승리감과 도취감을, 남성에겐 이해도 안되는 채 엄청난 공포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사실 자체에 대한 다툼이 거의 없는데 공통 진술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비등하게 맞서는 상태에서 일방적 피해자 중심주의가 완벽하게 관철될 경우 발생하는 무의미한 귀결에 대해 환기한 것일 뿐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된다거나 따위의 말씀이 전혀 아닙니다.
공동체나 사회 내에서 범죄라는 확실한 합의가 없고 따라서 응당한 죄의식의 자연발생을 전혀 기대할 수 없을 때 일방적 피해자중심주의 관철과 처벌은 이해나 합의가 전혀 없는 '물리/억압적repressive' 폭력[→"공포"정치]이 되고 권력의 문제로 치환되기 때문에 그런 부수적 감정효과만 발생시키게 된다는 뜻이고 설령 가까스로 성공해봤자 그리 오래 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반드시 역풍을 초래하기 십상이어서 본질적 문제해결법이 못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처벌보다 상대 입장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공감과 '동의'의 확산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윤리의 문제로 완성될 수 있고, 미완에 그쳐 권력의 문제로 변질되더라도 역풍 없는 ideological / hegemonical 문화정치로서의 작동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경계사건들에서 수많은 케이스들이 너무나 잘 보여주듯 만약 상대편들이 완고하게 항변하며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절대 해결되지 않고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게 될 뿐 기대하던 피해자 고통 해소는 커녕 그 내내 계속 애초 사건 자체와는 비교도 안되게 가중되고 이에 대해 별 답도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반성폭력 운동 중심 내에서도 꾸준히 확산되어온 반성적 문제의식이고, 심지어 독점적 해석권을 가장 강변해오시던 정희진선생님의 최근 저서에서의 극적인 입장변화도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텍스트는 원문 그대로 보전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원래 관계자 열람용으로만 작성되어 다른 공동체와 선생님들 근황도 편하게 포함하고 있던 부분은 최근 본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뜻하지 않게 선생님들께 누가 될 수 있는 확산을 막기 위해 삭제하였고, 일부 극히 비상식적이고 몰교양적인 인사에 의한 악의적 부분인용 및 왜곡 가능성을 막기 위해 불가피 분리되었던 문맥 하나는 통합할 수 밖에 없었기에 이 점 깊은 양해 부탁드리며 다른 텍스트들은 모두 원문 그대로 보존됩니다.]
-
비회원
‘얼마 되지 않는 진보’, ‘지혜로운 방법론’,....이런 걸 위해서 당장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피해자에게 계속 참아라,기다려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가해자와 공동체가 개과천선할때까지요? 그 변화는 도대체 어떻게 찾아옵니까? 스스로 과오를 발견하고 변화하는게 불가능함을 이미 수유너머가 공표하지않았습니까? 행위 자체를 인정 안하려고 하는데 무슨 자체해결이 가능합니까? 여성에게 승리감과 도취감이라구요... 제가 피해자라면 그딴 승리감과 도취감 필요없으니 시간을 사건 이전으로 돌려달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 이전 인생으로 되돌려 놓으라구요.
-
ㄴㅁ
다른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이런게 진보라면... 버리세요. 헛된 희망.
-
비회원
안타까워하시는 마음 이해하는 바이고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 공동체가 건재하길 진심으로 바라니까요. 기분 나쁘실지 몰라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성이 승리감과 도취감을 느끼면 안 되나? 남성이 공포심을 느끼면 안 되나? 문제적 행동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게 공포스럽단 말인가?
그런데 정작은 승리감도 도취감도 아닙니다. 해결과정에서 슬픔이나 비참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잡년이 되서 몸부림을 쳐야 겨우 말을 들어주는구나..... 원하는 대로 해결이 되도 그렇습니다.
쓰신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갈등의 표출을 당혹스러워 하며 붕괴의 징후로만 받아들이면 결국 그 쪽으로 흘러갑니다만
이런 충돌 과정을 잘 겪어내야 집단은 건강성이 유지되고 온전해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수유너머104가 잘 겪어낼 거라 믿고 싶습니다.
비회원들마저 이렇게들 댓글을 열심히 다는 게 제 눈엔 다 지극한 정성으로 보입니다.
-
gosan
선생님은 어찌 사셨길래 이런 류의 싸움에서 승리감과 공포감만으로 나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남성이지만 제가 느끼는 공포는 오직 제 곁의 사람이 이일을 겪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겪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저와 가까운 사람이 먼 사람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볼 수 없고 그 상황에서 제가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 만이 오직 공포감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선생님. 어떤 걱정으로 쓰시는지는 알겠으나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습니다. 모든 이들을 설득 시킬 수 있는 단어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심하고 조심해야하는 겁니다. 거기서도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마음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앞으로 글을 쓰실 때는 자신이 읽을 사람들의 입장, 자신이 말을 건네는 존재가 되어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
무명
오해들이 너무들 심하셔서 굉장히 소모적인 논의가 돼버리네요.
사실 자체에 대한 다툼이 거의 없는데 공통 진술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비등하게 맞서는 상태에서 일방적 피해자 중심주의가 완벽하게 관철될 경우 발생하는 무의미한 귀결에 대해 환기한 것일 뿐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된다거나 따위의 말씀이 전혀 아닙니다.
공동체나 사회 내에서 범죄라는 확실한 합의가 없고 따라서 응당한 죄의식의 자연발생을 전혀 기대할 수 없을 때 일방적 피해자중심주의 관철과 처벌은 이해나 합의가 전혀 없는 '물리/억압적repressive' 폭력[→"공포"정치]이 되고 권력의 문제로 치환되기 때문에 그런 부수적 감정효과만 발생시키게 된다는 뜻이고 설령 가까스로 성공해봤자 그리 오래 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반드시 역풍을 초래하기 십상이어서 본질적 문제해결법이 못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처벌보다 상대 입장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공감과 '동의'의 확산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윤리의 문제로 완성될 수 있고, 미완에 그쳐 권력의 문제로 변질되더라도 역풍 없는 ideological / hegemonical 문화정치로서의 작동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경계사건들에서 수많은 케이스들이 너무나 잘 보여주듯 만약 상대편들이 완고하게 항변하며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절대 해결되지 않고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게 될 뿐 기대하던 피해자 고통 해소는 커녕 그 내내 계속 애초 사건 자체와는 비교도 안되게 가중되고 이에 대해 별 답도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반성폭력 운동 중심 내에서도 꾸준히 확산되어온 반성적 문제의식이고, 심지어 독점적 해석권을 가장 강변해오시던 정희진선생님의 최근 저서에서의 극적인 입장변화도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특별히 고산선생님은 제게 하신 그 모든 말씀 제발 본인부터 실천해 주십시오. 오독도 특히 심하신데 거기다 대뜸 남 인생부터 다 싸잡아서 함부로 들먹이지 마시고요.
-
무명님께 우선 제가 거칠게 말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제가 드린 말씀이 결국 저에게 들어온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저의 표현이 거칠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받지 못한다하여도 드릴 말이 없습니다. 저의 글을 보는 모든 이들이 저의 글에서 저의 본의를 알아준다고 생각한 것이 저의 오만함이었나봅니다. 늘 저의 말이 상대방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표현을 할 때 세심하게 주의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저 역시 감정이 너무 앞서나갔나 봅니다. 저의 거친 말에 상처를 입으셨다면 죄송합니다. 말씀해 주신 것 처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비회원
고산 멋지군하^^ 대인배였어
-
무명
측정 불가능한 피해자 고통 하나에만 유일촛점화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고 생각되고, 가능하지도 않은 시간 되돌리기나 고통 해소를 위한 보복적 처벌이 궁극적 목표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본인의 애초 목적도 아니셨던 걸로 보이고요...
처벌에 의한 가해자 고통의 등가성, 즉 비례 원칙과 과잉 처벌 금칙 문제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논점입니다.
해결 과정에서 범죄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자존심 싸움과 권력투쟁으로 전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공동체의 일원이시라면 정말 중요한 건 재발방지와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의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말씀드리고픈 핵심은 진보나 단체가 아무리 한심해도 거기서부터 변화시도를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비회원
무명님 글의 포장을 한꺼풀 벗기면
1. 이거 제3자 개입 아냐?
2. 과도한 피해자 편들기가 감정싸움으로 비화된거네.
3. 기회가 왔을 때 판을 없자는 거야, 권력을 잡겠다는 거야?
-
무명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 안되는 완전한 곡해이시고 적절한 공간도 아니니 더이상의 답변은 하지 않겠습니다.
-
비회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식으로 상황을 끌고 가면 안됩니다. 무명님에 대한 제 비판이 바로 그겁니다.
오히려 지금은 떠나는 사람들을 비난할게 아니라 그들을 붙들고 어떻게 이상황을 극복할 것인지 어떻게 자유롭고 민주적인 소통의 문화를 만들 것인지 슬픔과 고통, 반목을 넘어 위계적인 문화, 눈치보는 문화, 마이크가 소수에게만 제한되는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뜨겁게 싸우고도 다시 웃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떠나지 않도록 하는 일 말입니다.
-
무명
저도 떠나시는 분들 비난한 게 아니라 이렇게라도 붙들어보려고 드린 말씀이니 오해는 마시고 같은 이유로 더이상의 답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
비회원
"5년의 징계와 ‘가해자’라는 명칭을 적시할 경우 그 기간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었습니다."
성폭력 문제에서 젠더 감수성의 필요를 말하는 것은 '대부분' 가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이지, 남녀의 대결 구도로 몰아 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무명님의 글에서 느낀 불편함을 앞서 충분히 지적해 주셔서 더는 말 안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여성 또한 이 '가해자로 지목된 분'의 감수성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이 '가해자로 지목된 분'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과연 그는 비회원들이 안타까워 하는 마음 정도라도 이 공간을, 함께 시간을 보낸 이를 소중히 한 걸까요? 느낌상...제명된다 하여도 이 공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자신의 죄의 무게에 대한 억울함 뿐일 것 같습니다. 행위에 대한 변명과 회피를 일삼는 사람에게 어떻게 본인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저 또한 가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에 회원분들의 의견을 믿고 따를 뿐입니다만, 가해자는 아무 말이 없고 회원분들만 공허한 반성과 분노를 하고 계시니 안타깝습니다. 쓰고보니 꼭 박근혜에 대해 쓴 것 같네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피해자 분들의 목소리를 응원합니다.
-
비회원
배너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했던 거랑 다르지만 성의를 보여주셔서 안심했습니다.
사실 완전히 중립적이고 완벽하게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보고에는 몇가지 숨은 주장이 보입니다.
첫째, 그들은 4번이나 사적인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둘째, 그들은 둘 다 취해있어서 그들의 말은 둘다 확실하지 않다.
셋째, 성추행이라기엔 접촉의 정도가 별것 없다.
넷째, 확인되지 않은 복수의 피해자 얘기는 감안하지 않겠다.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다 들어준 셈이다.
정말 이 보고는 김지안 샘이나 피해자 샘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