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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nghan

김현수 선생님께.

 

김현수 선생님은 알렉스 선생님께서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하셨습니다.”사실관계에 대해 저와 다른 이해를 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이런 지적에 대해서 알렉스 선생님은 제대로 판단할 위치에 있지 못합니다. 홈페이지로 이 사건을 접한 이가, 이 사건과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이가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반박을 하는 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려면 현수샘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참석했던 이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답을 하겠습니다.

 

김현수 선생님은 ”사실관계에 대해 저와 다른 이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사실관계란, ‘이 사건과 관련해 논의를 해보자는 주장을 연구실 핵심 회원들이 막았고 합의안을 만들었음’입니다. 사실입니다. 다만 이 사건이 성폭력인지를 포함해 논의를 해보길 원했던 건 김현수 선생님 본인뿐이었다는 점을 추가하셔야 합니다.

 

선생님을 제외한 탈퇴회원들은 아무도 성폭력인지 여부를 놓고 논쟁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이는 ‘탈퇴회원들의 입장’ 2번 요구안

 

”가해자의 ‘가해자성’에 대한 인정, 이번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라는 인정 없이 가해자 피해자 의견의 절충으로 문제를 봉합하려고 한 점에 대한 해명과 사과문을 발표하십시오.“

 

여기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가해자,피해자 의견의 절충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했음을 지적하는 지점에서는 현수 선생님의 의견과 동일한 듯 보이지만, 그 앞의 전제가 다릅니다. ”가해자의 ‘가해자성’에 대한 인정, 이번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라는 인정 없이“. 즉 진실공방이니,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니 이런 것 없이, 성폭력임을 인정하고 시작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탈퇴회원들의 입장’ 어디를 보아도 현수샘이 원했던 ‘이 사건과 관련해 논의를 했었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수 선생님을 제외한 탈퇴회원들 대다수는 논쟁을 원치 않았으며, 한 전회원은 4차 회의 시작 무렵에 일단 ‘성폭력임을 인정하고 시작하자’고 실제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아시다시피 사회자(현수샘)의 제안에 따라 사건에 대해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11명이 나오자, 성폭력이라고 주장했던 전회원들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정말 논의를 하고 싶었다면 왜 의견의 차이가 드러난 이후 떠나기 시작했을까요. 논의를 시작했어야 할 시점에.

 

”4차 회의에서 회원들 간의 의견의 차이가 크게 나고 있으니 논의를 해보자라고 진행을 보던 제가 의견을 냈지만, 논의는 감정만 상하게 할뿐이라는 핵심 회원들의 주장에 막혔습니다.“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수샘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제가 추가해보겠습니다.

 

”‘4차 회의에서 성폭력임을 주장했던 회원들은 사실공방 같은 것을 하지 말고 성폭력임을 인정하고 시작하자고 말했습니다.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각자가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원들 간의 의견의 차이가 크게 나고 있으니 논의를 해보자라고 진행을 보던 제가 의견을 냈지만, 논의는 감정만 상하게 할뿐이라는 핵심 회원들의 주장에 막혔습니다.“

 

선생님께서 적시한 ‘사실관계’들은 마치 회원들 대다수가 논의를 하길 원했는데, 몇몇 핵심 회원들에 가로막혀 ‘신속한’ 합의안을 만들게 된 것처럼 읽힙니다. 여기에 누락하신 ‘사실’을 추가하면 의미는 사뭇 달라집니다. 즉 ‘탈퇴회원들 대다수는 성폭력 여부 자체에 대해 논의하기를 애초에 원치 않았고, 논의를 해보자는 사회자(김현수)의 의견에 대해 핵심회원들 역시 논의가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라고 거부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 사건에서 성폭력인지 논의 해보길 원했던 건 김현수 선생님 본인뿐이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핵심회원’들이, 논의가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라고 주장하게 된 것도 아무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1차 회의에서 한 회원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은 것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실’을 추가하면 왜 3차회의에서 논쟁을 하지 말자고 했는지도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논의를 해보자’는 김현수 선생님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가장 가깝습니다. 다만 논의를 하지 못한 것이 몇몇 핵심 회원들의 거부 때문이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현수 선생님을 제외한 탈퇴회원, 잔류회원 모두 논의를 원치 않았습니다. 한쪽은 성폭력임을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식으로, 다른 쪽은 의견이 다른 상태에서 합의안을 만들자는 식으로. 성폭력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공동체가 공동의 기억으로 이 사건을 의미화 하려면, 힘들지만 논쟁을 할 수 밖에 없음을 여성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수샘이 ‘우리는’ 이 사건을 다룸에 있어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었다고 비판해주셨으면 어땠을까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경우는 세상에 거의 없다는 점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굳이 ‘이쪽편이냐 저쪽편이냐’란 구도상에서 한쪽 편을 택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본인의 관점을 본인의 이름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여튼 알렉스 선생님께 하신 질문 즉 ”사실관계에 대해 저와 다른 이해를 하고 계심“에 대해 제가 대신 드린 답변을 요약해드리자면,

 

”아무튼 회원탈퇴를 통해 타협의 중단으로 이끌어 간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타협은 중단 되어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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