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선생님께 드리는 글 - 탈퇴회원

동동 2018.04.19 04:29 조회 수 : 966

알렉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회원을 탈퇴한 김현수 입니다.

지난 해 말과 사물 세미나와 차이와 반복 수업을 함께 했었는데, 제 이름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수업 이후로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가 이렇게 게시판을 통해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세미나와 수업에서 늘 선생님께 배우는 점이 많았는데, 이번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점 먼저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선생님의 글에 답글을 드리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인데요.

하나는 선생님의 글 중에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구요. 또 하나는 선생님께서 사실관계에 대해 저와 다른 이해를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사실관계를 다르게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그 두 가지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 9번까지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10번과 11번 문단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먼저 10번 문단의 선생님의 의견과 다른 저의 생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사건을 “굳이 정식화한다면, 충분히 신속하려는 정의감과 충분히 신중하려는 정의감 사이의 대립이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신속함과 신중함이 대립하는 것으로 짝지어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선생님의 판단이 신속하면 신중하지 못하고, 신중하면 신속하지 못한 것처럼 읽히는데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신중하면서 신속할 수도 있고, 신속하면서 신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살면서 신중하게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분도, 신속하게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분도 보았습니다. 그 반대로 신중하지 못해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고, 신속하지 않으면서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흔히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물론 신속해서 신중하지 못한 사람도, 신중해서 느린 사람도 보았습니다. 제가 그 중에 속해있는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그렇게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두 항을 대립 항으로 두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신속과 신중이라는 것이 어디에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번과 같은 경우에 신속함과 신중함의 대립이라 보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성급함과 신중함, 또는 신속함과 느림의 대립이라고 하셨다면 고개를 갸웃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말씀대로 신속과 신중의 대립이 성립한다는 가정 아래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앞서 말씀드린 두 번째 이유와 연결이 되는데요.

저는 선생님의 표현을 빌어 굳이 정식화한다면, '신속과 신중을, 성폭력으로 인정한다는 편과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편'으로 대응하여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또한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 것과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일전에 동동이라는 저의 닉네임으로 올린

“탈퇴의 변: 수유너머104 표류기(탈출기?)”(소소한 일상, 2018.04.12)

http://www.nomadist.org/s104/index.php?mid=board_VPyS03&page=1&document_srl=59610

를 읽어보지 못하신 것 같은데요. 그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3차와 4차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서둘러 결론을 내려고 하지 말고 좀 더 얘기를 들어보고 천천히 해결하자는 의견과, 의견이 크게 갈린 상황이니 논의를 계속 이어가보자는 의견을 냈었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논의는 서로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라며, 논의를 멈추고 합의안을 만들어 빨리 해결하자는 공동체의 핵심 회원 분들의 의견에 막혔습니다. 또한 결정 보고문이 나온 후 몇몇 탈퇴회원의 문제제기가 있자, 회원이신 카본 선생님께선

“반성합니다”(소소한 일상, 2018.04.07.)

http://www.nomadist.org/s104/index.php?mid=board_VPyS03&page=1&document_srl=57657

라는 글에서 “여전히 이 일을 수습의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께서 신속함과 신중함의 대립이라 판단하신 것은 어떤 사실을 통해 얻어진 결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신속과 신중의 측면이 제가 이해한 것과 다르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선생님의 11번 문단 역시 의견을 달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선 “문제는 이 타자성과 차이의 드러남을 지속적 대화의 시작으로 삼지 못하고, 회원탈퇴, 즉 타협의 중단으로 이끌어 간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말씀드린 대로, 4차 회의에서 회원들 간의 의견의 차이가 크게 나고 있으니 논의를 해보자라고 진행을 보던 제가 의견을 냈지만, 논의는 감정만 상하게 할뿐이라는 핵심 회원들의 주장에 막혔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지속적 대화의 시작으로 삼으려던 시도가 벽에 부딪친 거죠. 그 상황에서 제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계속 얘기하자고 붙잡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만약 그런 상황에 대해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 경청하겠습니다.

아무튼 회원탈퇴를 통해 타협의 중단으로 이끌어 간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타협은 중단 되어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혹,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타협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이상이 선생님의 글에 대한 저의 이견입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저의 글을 비롯해서 그간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전후사정에 대한 이해 없이 너무 신속하게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신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글에 대한 이견과 조언이 있으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과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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