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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9시면 NHK 교육방송에서 <일요미술관>이란 프로를 한다.

강상중 씨가 사회로 나오는...

일부러 보는 유일한 방송인데, 오늘 아침엔 브라질 출신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Salgado에 대한 것이었다.

경제학자 박사논문 쓰다 말고 사진에 빠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된 사람.

 

그의 관심은 예전에 사회학자 출신 작가 루이스 하인과 근접해 있다.

<노동자>, <아프리카>, 그의 유명한 사진집 제목이다.

남미나 아프리카의 노동자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난민들

특히 아프리카 난민수용소에 살면서 그들의 이동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는데

그의 작품은 단지 힘들고 비참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그것이 시적 차원으로 '승화'된 강한 의미의 예술작품들이다.

 

그는 자신이 인간의, 아니 생명의 존엄함을 찍고자 했다고 말한다.

존엄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살아가려는 노력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난민 수용소 얘기를 한다.

모두들 힘들고 어려운 조건이지만, 누군가 아프거나 크게 힘들면

그를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생명의 존엄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고통과 비참함을 찍지만 단지 그것만을 찍지 않는다.

그가 존엄함이라고 부른 것, 그것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건 단지 타인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자기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살기위하여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더 힘든 사람을 위해, 그가 살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나와 너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살아가는 것의 문제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의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생명과 공동체라는 주제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코뮨주의를 존엄함이라는

'숭고'한 주제와 너무 깊이 포개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살가도의 최근의 작업은 'Genesis(기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사진들에는 그가 그토록 오래 사랑하며 찍었던 인간의 모습이 없다.

해안의 사구, 사막, 물을 먹는 표범, 고릴라...

이에 대해 그는 그동안 자신이 찍었던 것은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었다고

이제는 생명을 갖는 다른 종들을, 그것의 존엄을 찍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고릴라 사진은 표정을 갖는 인간의 사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통해 자신은 결국 지구 자체가 하나의 생명임을

그 모든 생명의 존엄함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음을 말한다.

 

생명, 생명의 존엄, 그것은 어디에서나 보이지만,

사실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을 통해, 인간 아닌 지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것들을 통해.

나로 하여금 설겆이할 것도, 씻는 것도 잊고 빠져들어 보게 되었던 것은

단지 그의 말과 나의 사유가 전혀 뜻밖에도 근접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사진이 예술이라는 걸 실감하는 일은 그리 빈번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예술이라는 걸 실감했다.

동경사진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한다던데, 일삼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만원이 넘는 그의 사진집들을, 카트에 담아놓고 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그와 함께 다니며 보여준 전시회 장면이 끝나고 그가 동경예술대학인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진이 너무 서술적으로 되지 않게 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진을 찍었을 때 당신 마음은 어땠는가를 묻는다.

이 말들은 '지도받는' 학생만이 아니라 내 가슴에도 와서 울린다.

그가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찍는지가 느껴진다.

그의 경우 사진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가 느껴진다.

그의 사진이 주는 감동, 그것은 그 사진에 응축되어 담겨있는 그의 마음이고

그 마음에 담겨 있는, 그가 대면하는 삶인 것이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유혹이 덮쳐온다.

그러나, 참아야쥐. 사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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