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당대비평사, 2009
제목이 까놓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여,
머 대강 그런 방향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걸
모르고 본 건 아니었지만
읽다가 짜증도 나고 열도 받고 하여...-.-
다 본 건 아니지만, 순서대로 몇 개 읽어으면 든 생각은
글의 배열 순서가 일종의 하이데거 풍인듯.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해지지 않은 것이니,
내놓은 문장에서 그걸 찾으려 하지 말지니...
혹은 맛없는 것 먼저 먹고 맛있는 건 남겨두는(혼자 먹으려나?) 아이들 스타일?
글이 실린 순서는 '허접한' 순서에 따른 것 같다.
따라서 바쁜 사람은 맨 뒤부터 읽는 게 좋을 거 같다.
머 연인원으로 치면 수백만이 참가했으니,
글쓴 분들도 참가하지 않고 썼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본 걸 보면, 이택광 씨처럼 참가한 거 같다.
벤야민의 산보자처럼 '구경삼아'.--자기에게 구경하러 가는데 가는 법을 묻는 사람이 많았단다
문제는 이걸 자기 주변 사람이 아니라 촛불대중 전체가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이 양반의 글의 가장 큰 문제는 주어가 모두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라고 썼어야 할 걸 '촛불대중'이라고 쓴 거다.
또 하나, 들뢰즈나 정신분석학에 대해 쓴 내용은 ABC도 모르는 말들이라는 거.
가령 칸트와 사드에 대한 건, 라캉이나 지젝을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만한데,
정반대로, 즉 양자를 대립시켜 말한다.
들뢰즈에 대한 얘기가 턱없는 건, 들뢰즈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해도
(그렇다면, 나라면 공연히 아는 체해서 망신을 자초하진 않을 거 같은데)
고병권이 쓴 글의 기본 요지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고 있다.
그가 im-mediation 이라고 쓴 건, 온라인 오프라인이 하나로 엮인 연속체를 지칭하기 위한 것인데
인터넷의 매개적 성격을 부정하고 직접성을,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면, 자의식을 완전히 버린 분 같아 부럽다.
혹은 평론가처럼 혹은 뒷담화처럼(백승욱 씨가 유난히 그런데),
뭐가 부족했네, 뭐가 있어야 했네 하며
자기 기준에 안맞는 부분을 들어 대중을 나무란다. 혹은 '한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대중을 과대평가한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가 말한대로 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대중들 앞에서 그가 원하는 걸 말하고 알려줘야 했을까?
(정말 그들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란 걸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역쉬 대중에 대한 과대평가일까?)
그래봐야 별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그도 알거고 우리도 잘 안다.
그렇다면 우찌했야 할까?
한계를 일찍 자각하고, '안될꺼야'라는 글을 일찍 적어두는 거, 그래서 나중에 '거 봐, 내 말이 맞자나'라고 하는 거?
아니면, 이건 해방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그만하자고 말리는 거?(소용없겠지만, 최선은 다해야 하니까...-.-;;)
아니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쓸데 없는 데 시간 깨지 말고 앉아서 공부나 해'라고 하는 거?
글구 이런 식이라면
노동자들이 혁명적 이데올로기 없이 순진하게 포섭되어 있기에
혁명성을 과대평가해선 안된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좌파'들에겐 뭐가 남을라나?
제일 앞에 있는 글(한윤형)은, 어린 대학생이 쓴 거라는 걸 고려해주지 않으면
정말 가관이다.
촛불대중이 폭력을 쓰지 않은데 열을 받은 거 같은데
그래도 씨니컬한 욕설로 글을 첨부터 끝가지 채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 같다.
하긴, 인터넷엔 이런 글이 많으니, 그러려니 해야지만
돈 주고 사 보기엔 정말 아까운 글이다.
욕설의 근거로 삼는 것은 대개 자기가 들었다는 '대중'의 얘기들인데
이런 사람 주변에는 어쩜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지
우리는 좀처럼 듣기 힘든, 수준 이하의 발언들만 한다.
이런 경우에는 '유유상종'이란 말로 자신에 대한 경책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공통적인 것은 촛불대중이 그와 대립하고 있는 적대와 긴장 없이
그저 광장에서 놀고 있는 대중으로만 다루어진다는 거다.
경찰이 물러서서 만들어진 그 공간에 고유한 긴장을 보지 않는 한
촛불대중이나 시위는 대중들이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철없는 축제로만 보이거나
현재의 대중문화를 증언하는 '문화현상'이 되고 만다.
그런 대중에 대해 시키컬한 욕을 하는 건, 사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렌트, 하이데거, 가세트 등등.
그들이 대중에게서 불을 켜는 희망 대신 불을 끄는 절망만을 보는 건
이런 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 같다.
그건 그저 대중일 뿐이니까.
아직 세 편 밖에 보지 않았지만
편집자 서동진 씨의 서문을 참고해보면
적어도 이 글 세편은 촛불시위나 대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선 안되는가를 보여주기서 실은 거 같다.
(그게 아니라면, 기획위원회를 대표해서 서문을 쓴 서동진 씨야말로 대단한 용기를 가진 분 같다.
이런 글을 모아서 책을 낼 생각을 하는 건 좌파적 이력, 혹은 저항적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 같은데.)
글 쓰는 데 의욕이 없거나, 삶에 긴장이 좀 풀어진 거 같다는 느낌이 있는 분들에게
많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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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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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가 조용하길래, 어디 갔나 싶었더니, 강의 준비하느라 그랬군.^^ 그래, 너도 읽으면 열받아서 무언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게 틀림없어.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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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글들도 만만치 않네.-.- 시니컬하다기보다는 히스테리컬하네. 김보경은 촛불시위한 대중이 용산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거에 열받은 거 같고(시도 때도 없이 필요한덴 다 가야 하는 건가?), 은수미는 비정규직을 생깐데 열 받았고(촛불시위가 이랜드 농성장에 갔어야 하는 건가?-.-a). 앞에 한윤형은 폭력시위로 안 간데 열받았고... 백승욱은 뭐에 열받았나? 다중 개념 사용하는 거에? 대중이 과대평가? 이런 거로 받는 열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실관계도 안맞는 걸 보면, 대충 짐작은 되는데...
음 읽어봐야겠네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