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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안입니다. 

 

저는 3월 9일 새벽 12시 수유너머104 회원으로부터 수유너머104 내부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되어 연락을 받았습니다. 통화의 주된 논지는 A님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는 글이 수유너머104 회원들에게 알려지면서 ‘조사위’가 꾸려졌다는 것, 그리고 제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 트위터 계정 ‘비욘D'의 성폭력 피해사실이 동일한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임을 확인하고, ’비욘D'의 실명을 알려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이 외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B의 추가적인 피해사실들을 모아서 문서로 만들어 전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습니다. 통화 이후에 다음날인 3월 10일까지 사례들을 보내달라는 추가적인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피해자의 실명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으며, 애초에 피해자가 실명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다는 점을 들어 거절했습니다. 동시에 조사위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이유로 피해자 실명이 필요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조사위’가 어떤 원칙과 과정을 통해 공동체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유너머104는, 아니 ‘조사위’는 현재 자신의 피해사례를 진술하고 가해자를 지목한 피해자 A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의 원칙과 방향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도 즉각적인 성폭력 대책위가 구성되었는지, 2,3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처리과정이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사위’라는 다소 모호한 명칭으로 여러 피해사례들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떤 맥락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 A님의 성폭력 사건을 정확히 해결해야만 다른 피해자들이 수유너머104를 신뢰하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성폭력 해결과정은 피해자가 사건 해결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공동체 내의 지지와 지원을 하는 것이 우선이지, 가해자의 가해사실을 입증하고 징벌하기 위해 피해사실들을 모으는 것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됩니다. A님의 피해경험은 다른 피해자들의 사례들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성폭력 피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문제의식을 느낀 지점은 조사위에서 어떤 데드라인(3월 10일까지/만 하루에 걸쳐서)을 정해두고 그 안에 피해사례들을 수집하고자 하는 태도에 관한 것인데요.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조사위가 어떤 입장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조사위가 정해둔 기한에 맞춰 자신의 피해사실을 고백해야하는 과정은, 조사위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가지고, 충분한 기간 동안 이 문제를 고민하고 공론화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할까요?

 

저와 제 주변의 지인들이 알고 있는 해당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추가적인 피해사실들은 여러 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조사위가 어떤 방향과 과정을 통해서 대책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또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위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와 함께 구성된 공개적인 성폭력대책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피해자와 피해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책위의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피해사실들을 알릴 수 있을 것이고, 대책위를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수유너머104에 직접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피해자들이 아무말 없이 공동체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면, 특정 가해자를 지목하고 징계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그런 반성과 성찰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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