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인도에서 인도철학을 오래 공부하고 오신 분이
요가에 대해 강의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 잊어먹었는데, 하나 기억 하는 게 남았는데
요가의 자세는 가장 편안한 자세라는 거였습니다.
해보신 분은 쉽게 동의...가 안되는 말일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음...가능한 한 안 쓰는 근육써서 비틀고 조이게 해놓곤
가장 편안한 자세라니.... 이거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어쩌면 그 역설적인 말로 전하려는 게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지요.
가령 명상을 한다고 앉아 있을 때 몸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영락없이 기가 상기되고 맙니다.
심하면 두통이 오기도 하고,
선방의 적이라는 '상기병'이 오기도 한다지요.
요가도 그렇습니다. 비틀고 조이는데 필요한 근육이야 긴장해야 하겠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모두 최대한 힘을 빼야 합니다.
그러면 편안한, 몸은 안되어오, 편안한 마음이 됩니다.^^
역으로 자세를 취하곤 편안한 마음, 편안한 느낌을 가지면
몸에 필요없는 힘이 빠집니다.
힘을 빼면 편안해 지고, 편안해지면 힘이 빠지는 일종의 평행론적 관계...가 있는 거지요.ㅎㅎ
송장자세, 누워서 쉬는 자세인데,
쉬는 자세인만큼 난이도가 0이지만, 동시에 난이도 60, 즉 최고 난이도인 자세랍니다.
제대로 된 송장자세는 누워서 몸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
몸에 힘이 제대로 빠지는 경우가 거이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자세는 '누워서 명상'하는 자세입니다.
힘은 빼야 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면 의식이 돌아오면서 집중된 상태가 깨지거든요.
전에 제게 요가를 배우다 요가원에 가서 자격증따서 요가지도를 하러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요가지도자 과정 수련을 하면서 들었다고 해요.
요가하러 오는 분들 중에 송장자세가 안되는 분들이 많다고.
누워서 힘을 빼라 하는데, 힘을 빼지 못해 누워도 긴장한 채 오그라든 분들이 있다고,
특히 건물주,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마저 장악한 건물주들이 다들 그렇답니다.
아니 놀고 먹어도 돈이 들어오는데 왜 그리 힘을 빼지 못하고 긴장한 채 사는 걸까 싶지만
생각해보면, 그분들, 지금 비어 있는 방 하나만 있어도 생돈이 새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할 거 같고
그러니 근심 걱정에 쩔어 몸에 힘을 뺄 수 없게 된 걸 겁니다.
꼭 돈에 대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일에 집착하고 욕심을 부리면
몸에 힘을 뺄 수 없게 됩니다.
뒤집어 보면 몸에 힘이 빠지면 욕심도 같이 빠져나간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몸에 힘을 빼는 것은 심신이 편해지고 욕심이 사라져가는 길을 닦는 것인 셈입니다.
힘만 빼면 많은 게 편안해지는 겁니다.
얼굴에 힘만 빠져도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거꾸로 자기 얼굴에 시선을 돌려보면 거기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가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힘을 빼자! 하면 곤란합니다.^^
그러면 힘을 빼기 위해 긴장하고 힘을 넣게 되니 말입니다.
힘을 빼려면, 그저 힘이 들어간 부분에 시선을 주고 그걸 조용히 지켜보면 됩니다.
한참을 지나도 힘이 안 빠지면 그냥 두고 다른 부분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좋구요.
들뢰즈는 응시가 수축을 행한다고 했지만
이완 또한 응시의 기능이라 하겠습니다.
힘을 빼는 것, 중요합니다.
요가할 때도, 요가 안 하고 앉아서 책을 보든 길을 걷든
되도록이면 자주 얼굴에 시선을 주어 힘이 들어갔나 보아주세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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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망념'이 일어나면 대개 얼굴에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때 그걸 알아차리고 얼굴에 힘을 빼면 기억으로부터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거 같아요. 요즘 제 좌우명이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씻을 수 있을 때 씻는다. 잘 수 있을 때 잔다.'인데...ㅎㅎ 그래서 요가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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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요가할 때 하는 말을 상기하며
자주 제 얼굴에 시선을 줍니다. 힘들어갔나 봅니다.
어금니를 물고 있는 건 너무 빈번하지요.^^;;
눈 주변에도 힘이 들어가 있구요.
입술에 힘이 들어가면 입술 양끝이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거 얼른 알아차리고 힘 빼지 않으면 그게 내 얼굴이 되고 맙니다.호호호
걸핏하면 생각해주세요.
"자, 얼굴에 힘들어갔나 보시고...."
얼굴에만 힘이 빠져도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저는 쉬는 자세할때 사부님이 "얼굴에 힘들어갔나 보시고.."하면 그제서야 어금니를 꽉깨물고 있다는 걸 알게되요. ㅎㅎ
평소에도 "얼굴에 힘들어 갔나 보시고.."이걸 마음 속으로 읊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