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활동 :: 요가, 서예, 제빵, 탁구, 등산 등 동아리 게시판입니다!


[요가] 11월 8일 저녁 여덟 시 반

에레혼 2009.10.28 21:08 조회 수 : 7456

 browntout.jpg

 

 

"처음에는 연구실에서 매주 저녁 요가를 다함께 하는 모습이 낯설었지요.

연구실에서 저녁에 편안한 얼굴로 요가를 한다는 것이 마음 한편에서 못내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지식인이란 응당 ‘실천적’ 지식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이 ‘실천적’ 지식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든 파업 현장의 선봉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열성으로 알리고,
집에 돌아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철야하는 지식인, 본질은 투쟁가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요가를 해보니, 투쟁가도 지식인도 머리에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당장, 제 오른쪽 팔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평소에는 실감할 수 없던 근육이 ‘파업’ 상태가 되어 거동이 몹시 부자연스럽게 변했습니다. 
2주 가량 지속된 이 시간 동안 전 어쩔 수 없이 몸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요가를 통해 내 거동을, 내 몸을 운영하는 패턴이 삶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지요. 
뭐 항상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시원하니까, 그 후로도 꾸준히 요가 시간에 출석하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도 ‘수행’으로서의 요가를 지향한다지만, 사실 아직까지 ‘수행’이란 말에 거부감도 많고
불교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요가란 게 뭔지 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몸을 통해 깨닫는 것이 가장 빠르게, 확실하게, 오래 머리와 몸에 새길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 제가 쓴 글입니다. 매주 수/일 저녁 여덟시 반, 수유너머 N에서 다시 요가를 시작합니다.

공간은 새롭지만 마음만은 초심 그대로입니다.

11월 8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