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 매혹되다
"나에게 힘을 주는 요가"
수유너머 104*요가반
![]()
“그렇게 끙끙대며 아파할 거면 시간과 돈 들여서 요가는 왜 하니?”
1년 반 전쯤 내가 귀중한 1년간의 휴직 기간에 요가를 1주일에 거의 4번씩 하고 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또 나 스스로도 자주 했던 질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지속했던 이유는 건강해져야겠다는 절박함, 요가를 통해서 내 몸이 조금씩 좋아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요가 동작(아사나)에 이미 오래 전에 매혹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요가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왼쪽 팔에서 시작된 통증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목이 뻐근했는데 그때부터 왼쪽 팔이 저리고 급기야 밤이면 등 쪽이 아파서 잠을 못 이루게 되어 결국 병가를 내고 아침에는 정형외과, 오후에는 한의원을 다니면서 한없이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 아픈 걸까? 고민하며 그렇게 시간을 들이고 치료를 받는데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통증을 이해하기 위해 집 근처 도서관에서 온갖 민간요법과 건강 관련 서적을 읽게 되었고 그 끝에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가 관련 책을 보면서 사진으로 접한 숙련자의 동작들은 나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몸이 이렇게 구부러지고 접히고 팔로 뒤집어 설 수 있는 것일까? 발레리나의 유려한 춤동작보다도 나에게는 요가동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처음 요가를 했을 때 나는 요가에 매혹되었다.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는 고요한 그 시간이 끝나고 누워서 송장 아사나를 할 때 생각했다. ‘아! 평생 요가나 하며 살았으면...’ 돌아보니 그때 다녔던 요가원도 지금 수유너머의 요가반에서 하는 하타 요가 스타일이었다(수유너머 요가반의 요가동작은 더 난이도가 높고 시간도 두 배^^). 인도의 요가철학과 동양의 전통사상을 함께 녹여내고자 했던 그 요가원의 원장이 쓴 저서들을 읽으면서 요가의 철학 그리고 수련 방법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통증이 사라지고 나니 또 절박함이 사라지고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오랫동안 요가를 못하다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요가를 드디어 다시 시작하게 된 지 이제 2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 크고 작은 통증이 함께 오기도 한다. 그 통증은 더 단단해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몸의 반응인 것 같다. 몸은 굉장히 정직하다. 개인마다 재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이 요가동작에 숙련되는 속도도 차이가 나지만 결국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면서 몸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분명히 변하기 때문이다. 전혀 가능해보이지 않던 동작을 하게 된 날의 성취감은 마음의 힘을 길러준다. 불과 2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요가가 나에게 준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몸에 힘이 생기니 마음이 단단해지고 스트레스에 조금씩 강해졌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한참을 있다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 그냥 잠들어버리는 때도 많았었는데 지금 수유너머에 나와서 세미나도 하고 또 요가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 나는 요가로 인한 신체의 변화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매번 반복되는 동작을 조금씩 완성해나가면서 느끼는 작은 기쁨과 그 쌓이고 쌓인 시간 뒤에 오는 내 신체의 변화가 나의 몸과 마음에 힘을 주었다. 불과 1년 전의 나는 요가를 하고 나면 어질어질하고 가쁜 숨을 내쉬며 이렇게 힘든 것을 계속 해야 하나 되묻곤 했고, 제법 무거운 수유너머 요가반 매트 4장을 한꺼번에 드는 것은 생각도 못할 상태였다^^.
처음 요가를 시작하면 고수들의 고난이 동작을 보면서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는데 욕심을 내서 무리를 하는 것이 제일 금해야 할 일이다. 요가를 할 때 남들과 경쟁하지 말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요가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오히려 호흡, 응시, 동작 순이라고 들었다.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각 동작마다 한 곳을 응시하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천천히 한계를 높여서 시간을 들이다보면 어느새 안 되던 동작이 완성되고 거기에 맞춰 신체가 변화한다. 신체가 변화하면 생활의 습관과 감각이 변하고 나아가 마음과 인식이 변화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요가를 아무리 긴 시간동안 했다 해도 또 아무리 쉬워 보이는 동작이라도 요가를 할 때마다 한 동작 한 동작을 온 힘을 다해 하면 매순간 어렵고 또 새롭다. 하루하루 반복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삶의 순간순간처럼 요가도 매번 같은 동작을 하지만 그때마다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나에게 요가 하는 것은 평생 만날 어렵지만 매력적인 친구를 가진 것이다. 요가가 아니라도 다른 좋은 친구들도 많지만 이렇게 좋은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또 함께 만나고 싶다. 수유너머 요가반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요가 그리고 끝난 뒤 보이차와 함께 하는 차담이 있어서 요가와 더 깊이 사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