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연구실에서 매주 저녁 요가를 다함께 하는 모습이 낯설었지요.
연구실에서 저녁에 편안한 얼굴로 요가를 한다는 것이 마음 한편에서 못내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지식인이란 응당 ‘실천적’ 지식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이 ‘실천적’ 지식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든 파업 현장의 선봉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열성으로 알리고,
집에 돌아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철야하는 지식인, 본질은 투쟁가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요가를 해보니, 투쟁가도 지식인도 머리에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당장, 제 오른쪽 팔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평소에는 실감할 수 없던 근육이 ‘파업’ 상태가 되어 거동이 몹시 부자연스럽게 변했습니다.
2주 가량 지속된 이 시간 동안 전 어쩔 수 없이 몸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요가를 통해 내 거동을, 내 몸을 운영하는 패턴이 삶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지요.
뭐 항상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시원하니까, 그 후로도 꾸준히 요가 시간에 출석하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도 ‘수행’으로서의 요가를 지향한다지만, 사실 아직까지 ‘수행’이란 말에 거부감도 많고
불교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요가란 게 뭔지 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몸을 통해 깨닫는 것이 가장 빠르게, 확실하게, 오래 머리와 몸에 새길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 제가 쓴 글입니다. 매주 수/일 저녁 여덟시 반, 수유너머 N에서 다시 요가를 시작합니다.
공간은 새롭지만 마음만은 초심 그대로입니다.
11월 8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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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그리고 치와와가 수탉 자세를 하고 있네.
쟈는 다리와 팔이 가늘어서 쉽게 되네. 부러워라.
다들 저 치와와처럼 열쉬미 해서
수탉처럼 튼튼한 손목, 단단한 뱃살을 갖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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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
진경 싸부님
반가워요. 우리가 강서구로 이사왔는데
한번 들를게요.
1년넘게 요가를 하지 않았더니....몸이 고장나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리고 언제 다시 돌아오시나요?
그 옛날 원남동에서 차담하던 때가 그리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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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솔라리스 샘 말씀보니, 모순 된 생각들을 실타래 풀듯 정리해 나가기 위해서도 요가(수행!) 열시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와와 자세 아니 수탉자세는 다같이 천천히" 연습하겠습니다~
밥잘 샘^^ 어제 강좌에 맨처음 오셔서 자리 지켜주신 점, 미진한 셋팅 준비 손수 도와주신 점,
무엇보다 맛있는 빵을 한아름 안겨주신 점 무한 감사드립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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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요가를 해야 한다는 걸, 바쁘면 쉽게들 잊게 마련이지. 그런 걸 다시 환기시켜주는 것도, 그래서 함께 하는 것도 우정이지요.*^^* 물론 처음엔 어떤 일이든 사람이 얼마나 오든 굳게 버티는 뚝심이 있어야 하니, 고독을 슬퍼하지 않기를... 붐비는 고독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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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 샘. 요가반 부활에 동참하시어, 부활을 도와주시져.*^^* 그럼 복받으실 거예여. 호호^^
호오~ 요가를 드뎌 다시 시작하는 구나. 수/일요일 요일도 그대로네.*^^*
'요가'란 말의 직접적인 의미가 '수행'인데...수행하면서 수행에 거부감? 호호.
수행(修行)이란 행(行)을 닦는(修) 것, 행이란 내가 행하는 것, 행하려는 마음이지.
즉 수행이란 바깥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내 몸과 마음이 어떤가를 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자신의 행을 닦아서
자유롭게, 다시 말해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지.
운동도 투쟁도,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도,
일상을 사는 것이나 특별한 사건을 경험하는 것도
모두 이 깨어있는 시선 속에서 행한다면
잘못될 가능성이 적어지지 않겠어?
힘들 일도 줄어들고...
자기가 쓴 글이 수행에 관한 것이건만,
거부감 가진다니 이상하자나.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