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은 등산 가는 날.
서울을 떠나 충남 보은군으로 향했습니다. 보은에는 속리산(俗離山)이 있는데요. 경북 상주까지 걸쳐 있을 정도로 큰 산입니다.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잠시 속세를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산이 깊고 아득하면서도 아늑했습니다. 나무도 울창하고 계곡도 많아서 산행 내내 물소리가 따라다녔습니다.
문장대에서 바라 본 모습, 그야말로 첩첩산중
법주사에서 출발하여 세심정까지 한 시간 코스의 도보길이 있습니다. 세조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세조가 자신의 지난 날을 뉘우치며 걸었던 길이라고 합니다. 걸어가는 내내 물소리에 마음이 씻기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물이 어디서 나오나 했는데 산 초입 지나자 넓다란 호수가 펼쳐졌습니다. 김기덕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촬영지로 착갈할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영화는 주산지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전경을 놓치고 돌아오는 길에 찰칵.
북한산 갈 때마다 걸리적 거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칭찬을 받았습니다. 뒤에 오시는 등산객에게 길을 양보해주길 밥 먹듯이 했는데 속리산에서는 쭉쭉 올라갔습니다. "두 아가씨가 산을 아주 잘 타네." 라며 뒤따라 오시는 아저씨가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이게 실화냐." 살다보니 칭찬도 받아본다며 서로 으쓱해졌습니다. 그러나 바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역 분들이 느긋하게 등산하신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장대를 지나 신선대를 향해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신선대에 도착하니 휴게소가 딱! 산 중간 중간, 산 꼭대기에 휴게소가 이렇게 많은 산은 처음입니다. 산에서 굶을까봐 아침에 부랴부랴 김밥을 쟁여왔는데, 산 꼭대기에 휴게소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도토리전, 김치전, 국수, 라면을 마음 껏 먹을 수 있는 속리산으로 오세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아~벌도 쏘이는 짜릿한 경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무 짓도 안하고 지나가기만 했는데, 벌에 쏘인 내 손.
마음이 복잡하거나 답답할 때는 속리산으로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