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8 20:11수정 : 2013.12.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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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철학수업
이진경 지음
문학동네·1만6000원
자유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연구자 공동체 ‘수유너머 엔(N)’에 몸담고 있고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로 일하고 있는 철학자 이진경씨는 말한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란 책의 문패는 그가 이 안에서 펼치는 사유가 ‘삶을 위한’ 것, 더 다가가면 ‘자유로운 삶’을 위한 것임을 드러낸다.
그는 자유란 억압이나 구속의 부재, 혹은 열려 있는 이런저런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를 둘러싼 ‘자유로운’ 제도나 조건 역시 그 자체로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그는 자유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과 결부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제약과 구속, 그럴듯한 여러 선택지의 유혹 앞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자유다. 그러니 자유란 “어떤 조건에서든 나 자신이 만들어가야 할 세공품”이요,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대면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 고통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가리키는 낱말인 것이다.
물론 자유로운 삶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는 “약간의 용기”를 낼 것을 요구한다. “순종을 요구하며 다가오는 삶의 명령어들과 마주 보기 위해선, 그것을 나의 삶에 대한 저항으로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한 줌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 용기는 고통을, 자유를 위해 넘어서야 할 저항으로 바꾼다. 한줌의 용기와 더불어 자유를 향한 삶은 시작된다.”
책은 올해 4~9월 포털 사이트에 차린 ‘문학동네 카페’에서 독자들과 교감하며 강의 형식으로 연재한 20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자유를 사유하기 위해 ‘삶’, ‘만남’, ‘능력’, ‘욕망’이라는 네 개의 큰 열쇳말 아래 다섯 차례씩 강의가 펼쳐지는데, 삶에선 ‘사건·긍정·고통·기쁨·꿈’이, 만남에선 ‘매혹·사랑·우정·선물·돈’이, 능력에선 ‘감각·감정·지성·탈지성·기억’이, 욕망에선 ‘욕망·인정욕망·속도·공부·무아’가 그 화두가 된다.
우리 삶에서 떼려야 떼기 어려운 주제인 돈을 다룬 글(‘돈과 자유’)에선 ‘실질적인 부’를 쟁취함으로써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부를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돈을 비롯한 경제적 자원의 양(가처분자원)으로 보는 관념은 부에 대한 오해다. 카를 마르크스는 ‘실질적인 부’란 먹고사는 데 필요한 비용을 버는 데 쓰는 시간(필요노동시간) 이외의 ‘가처분 시간’이라고 했다. 곧 자기가 하고픈 것을 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이고 그런 시간이 많은 이들이 부유한 자, 풍요한 삶을 누리는 자다. 지은이는 여기서 나아가, 실질적인 부란 가처분자원이나 마르크스가 말한 가처분시간을 자기 삶을 위해 ‘처분’할 수 있는 능력, 가처분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런 능력 역시 배우고 연마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능의 평등, 지적 능력의 평등을 믿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지성과 자유’). “지성은 모두에게 주어져 있지만 믿는 이에게만 주어진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삶의 운을 믿고 그것을 자기 삶의 사건으로 만들 수 있음을 믿는 만큼 주어진다.”
허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