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서울시민, 건강권을 선언하다']
12월 13(금)~14(토)일에 열리는 행사입니다.
아래 기사들에도 그 취지가 나와 있지만,
건강권은 단지 건강할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주장하고 결정할 정치적 권리를 통해서 비로소 달성된다는 의미에서 준비되는 행사입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보건'은 그 원형부터 '치안'이었죠.
보건이 치안의 일부분이 아니라
보건이라는 근거에 의해 치안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건강은 국가의 안정적 유지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요.
한편 건강은 인권이라는 생각도 점점 커져왔답니다.
건강이 인권으로 '공인'된 것이 60년대니까 이 생각도 제법 오래 되었죠.
하지만 다른 사회권들이 그러하듯 한국에서 건강권은 인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지요.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발생, 원전과 송전탑처럼 경제발전과 국가이익 앞에 건강은 늘 꼬리를 내려야 합니다.
건강불평등은 또 어떻습니까.
사는 지역, 소득, 학력, 직업에 따른 건강불평등이 아주 심하답니다.
동자동 쪽방주민의 건강실태 보고서를 보시면 가슴이 아플겁니다.
건강이 치안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권이기도 하다면...
건강이 또한 정치이기도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건강이 뭐냐는 물음, 어떻게 건강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해 답을 해줄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여태까지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있었거든요.
그 대답을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말하려고 할 때 드디어 정치가 시작되고 민주주의가 시작됩니다~ 두둥!
이런 형식의 행사에 붙는 이름는 보통 '시민합의회의'예요.
토론, 타협을 통해 하나로 수렴한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합의'나 '공통분모' 같은 어감 좋은 단어들에는 늘상 '척도(기준)'와 결과에 대한 '복종'
그리고 그에 따른 '배제'가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사적인 이익을 망각하라든가 공적인 이성에 입각하라든가 하는 소리들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자꾸자꾸 수렴하려 하다 보면 그 많은 얘기들의 그 많은 풍부함이 다 마모되고 앙상한 (명령문 같은) 합의문이 나오죠.
수렴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자기검열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많을 거구요.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는 '합의'라는 말을 빼셨대요~ 짝짝짝
떠들썩한 민주주의...!!
12/13~12/14 양일간 밥 먹고 앉아서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어보자는 행사입니다.
시민패널로 참여해주세요..
참가자격은.... 안타깝게도 서울시민만 되는군요.
그 외에는 아무런 자격기준이 없습니다. 그런 거랑 웬수진 행사니까 당연하죠.
(참가비도 있다는 소문이~~ㅋ)
아래에 저도 글 한 꼭지 썼습니다...
많이 소문 내 주시고 트위터 팔로우 해주시고 패널로 참여해 주세요...
그런데 건강이라는 권리는 흔히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결정된 제도와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건강에 대해 말하려면 의학지식이나 정책에 대한 이해와 같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이들(정부, 정치인, 의료기관, 전문가)은 주고, 어떤 이들(지식, 전문성이 없는 이들)은 그저 받을 뿐이다. 이러한 이해는 인권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건강을 타인의 판단에 의탁하거나 그것에 자신의 권리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지식과 전문성에서 비롯된 ‘능력’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력’과 동일시될 수 없다. 건강권은 건강할 권리라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이 욕구 충족을 위한 단순한 복지나 시혜, 자선 등으로부터 인권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또한 이것이 인권을 위해서 또 건강을 위해서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이다.
건강권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누군가 정답을 만들어 건네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쪽방 주민들의 시급한 건강 개선을 위해 당장 실행되어야 할 권리들이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그 과제들이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되는 권리이다. 참여의 권리와 자유로운 주장의 권리는 건강권의 핵심이며 능력과 자격을 이유로 그것을 제한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제한조항을 없애야 민주주의가 넓어진다.
쪽방 주민들의 건강문제를 계기로 서울의 시민들이 모여 건강권을 말하는 자리가 열린다(‘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트위터 @humanjs, 페이스북 ‘건강권에 관한 시민회의’). 앞서 말한 건강권의 두 가지 의미로 보자면 시민회의는 건강권이라는 권리를 말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이 권리를 실현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민의를 수렴하거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이 권리의 종착지가 아니다. 때로는 자격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때로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묻히고 배제된 이야기들이 목소리 얻기를 기대한다. 이 목소리들이 야기할 소란스러움은 지금 민주주의가 작동 중이라는 증거다. 떠들썩한 민주주의는 기준과 절차에 묶인 엄숙한 민주주의보다 더 인권에 가깝고 더 건강에 가깝다.
기사입력 2013-11-07 오전 10:58:24
그럼에도 국민참여재판을 비판할 때 제시하는 이유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거칠게 요약하면 "정치적 성향(性向)이나 감성(感性)적 호소"에 휘둘리는 국민(배심원)을 못 믿겠다는 것과 법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배심원)을 못 믿겠다는 이유의 현실적 근거로, 한 사건의 배심원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86.25%의 몰표를 받은 전북 지역에서 뽑혔다는 점,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은 재판이 피고인 지지자 150여 명이 야유, 환호, 박수를 보내는 재판정에서 열렸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이에 대한 반대 근거가 나타나 설득력이 없어졌고 후자의 경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허위 사실 공표나 명예훼손 등의 법리가 어려워 배심제가 부적절하다는 논리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은 법리가 어렵거나 전문 식견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법관이 일반인의 상식과 관점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국민참여재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민참여재판을 비판하는 측의 이유와 근거는 설득력이 없고 심지어 '국민 모독'에 가깝게 느껴진다. 비판하는 측은 결국 배심원의 평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주권을 가진 민(民)을 모독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재판의 질' 문제로 제한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관(前官)예우, 무전유죄(無錢有罪)·유전무죄(有錢無罪)와 같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덜고, 공정한 재판을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더욱 근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 문제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국민주권주의 실현을 위해 법정에서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스템"이자, 한 법조인의 말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관의 고유 영역이었던 재판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른바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최근의 "비난은 참여재판의 이런 속성을 눈치챈 권력이 시민 권력을 견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쪽방 주민 건강권, 열쇳말은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
건강권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아주 길게 풀어 놓는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열쇳말이 건강권의 보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그 열쇳말을 실천하는 데 배심제를 비롯한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동자동 쪽방 지역에서 쪽방 주민 건강권 실태 조사를 수행하였다. 그때의 문제의식은 모호한 건강권 개념을 명확하게 만들고 보건의료 담론에 국한된 건강권의 내용을 확장해 보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건강권은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누릴 권리'로서, 그 내용은 건강 그 자체, 사회 보장 제도, 사회적 관계와 삶터/일터 환경, 자력화와 정치적 힘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쪽방 주민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범주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열악하게 나타났다. (☞ 관련 기사 : 건강 나쁜 건 팔자 탓? 그건 당신의 착각, 쪽방 주민 62% "죽고 싶다"…한국인 평균 4배)
▲ 쪽방. ⓒ프레시안(최형락) |
2012년 실태 조사 이후 동자동 쪽방 지역에서는 주민이 참여하거나 주체가 되는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확장된 건강권 내용과 인권의 결정적 장점인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도록 자력화하는 잠재력"이 지역 사회 활동에서 구현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지역 사회 활동에 더해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건강 및 보건 의료에 '건강권'이라는 인권적 접근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이었다. 건강권 실태 조사와 당사자의 자력화에 더해 동자동 지역을 넘어선 관점과 국가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 부여 측면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인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법학박사 알리시아 엘리 야민은 1996년 자신의 논문에서 "질병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불완전한 지배의 산물일 뿐 아니라, 특정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지배 산물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임파워먼트 측면에서 건강권을 다시 규정하면 권리와 보건 의료에 관한 논쟁 대부분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내 권력 관계를 재규정할 책임과 재규정할 가능성을 가정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라고 하였다.
쉽지 않다. 우선 인권도, 건강권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를 민주주의 혹은 권력에 대한 도전과 연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현실에서는 보건 의료에 대한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건강권을 비롯한 전체 인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수준과 여러 분야에서 여러 가지 실험과 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사업은 그 가운데 자그마한 하나의 실험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이 결정하면 정치적으로 휘둘린다? 오해
이를 위해 2012년 실태조사 연구진 4인은 '건강권 서울시민회의 기획단'을 만들고 2012년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한 후속 사업으로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서울시민, 건강권을 선언하다! 쪽방 주민의 삶을 중심으로'를 수행하고 있다.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를 통해 건강권의 내용과 수준을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수행하고자 한다. 서울시민회의의 결과물로 쪽방 주민의 건강권 현황에 대한 평가와 권고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려도 존재한다. 앞서 살펴본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비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인권과 같은 어려운 문제에 일반 시민의 참여가 적절한지, 시민 패널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치우치지 않은 정보 제공이 가능할지 등등.
앞서 국민참여재판에 일반인의 상식과 관점이 중요하다고 했듯, 인권에도 일반인의 삶과 경험, 의견이 중요한 토대가 된다. 과학기술과 같은 전문 분야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한 덴마크에서는 숙의적 시민 참여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감정적 의견, 경험에 기초한 견해가 기술 평가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는 시민 패널의 대표성과도 연결되는 지점인데, 덴마크에서 숙의적 시민 참여의 시민 패널 요건은 연령, 성별, 고용, 지역 측면의 대표성, 토론 쟁점에 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시민 패널이 회의 주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경험 기반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서울시민회의에서 이를 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보 제공을 위해 서울시민회의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기구인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서울시 공무원, 쪽방 상담센터 관계자,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민주주의 전문가, 인권 활동가, 빈곤단체 활동가, 쪽방 주민 대표로 구성되었다. 이들 조정위원은 정보 제공과 발표자 추천 관련해 의사 결정을 하고 연구진은 이를 따를 것이다.
앞서 정치적 사건에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하는 측의 이유로 배심원이 지역 여론(정치적 성향)과 재판 방청객들의 반응(감성적 호소)에 휘둘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숙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숙의란 "참여자들이 학습과, 토론, 그리고 성찰을 통해 자신들의 판단, 선호, 관점을 변화시켜나가는 동태적인 과정이다. 특히 이러한 선호의 전환이 강제, 위협, 상징 조작, 기만이 아닌 토론과 논변에 기초한 설득과 상호 학습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정쟁을 검토하면서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를 소개하였다.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를 수행하는 취지 측면에서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은 양쪽의 공통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상식과 인생 경험, 의견, 이해하기 쉽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숙의 환경 조성이다. 따라서 어려운 법리 문제를 들어, 혹은 "온정주의적 국민성"을 들어 국민참여재판을 흔드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 오히려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이는 곧 건강권을 비롯한 인권의 보장과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는 민(民)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험이고 활동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서울시민회의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부탁한다.
시민들이 논하는 건강권
‘건강권서울시민회의’ 시민패널로 초대합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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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
ㅋㅋㅋㅋ얼굴만 봤을 뿐인데 왜 육성이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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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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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요, 시민패널모집 11/20까지로 웹자보에 쓰여 있는데요, 개의치 마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 자리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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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철학 공부 하신 거, 아주 잘 써먹고 계시네요.
글에도, 실천에도...호호호, 보는 제가 뿌듯하네요.^^
사진도 좋구요, ㅎㅎ
이철교 시작할 때, 홍보하셔서, 좀 '차출'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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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민주주의를 붙잡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이철교 학인들을 '차출'하면 불가피하게 토요일 강의를 하루 제껴야 하는데,
아무도 쌤 강의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거여요.....ㅋㅋ
이 기사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