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찌히 다큐멘터리 영화제 참석하러 독일에 오게 되어
베를린에 살고있는 무밍 집에 이틀간 머물며 하루 동안 베를린의 어딘가를 가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무밍 집에서도 멀지 않은 장벽이 있던 동네로, 비 그친 오후에 나왔어요.
독일에 나이 오십 넘어 비로소 오게된 저에게는 89년, 막 결혼하고 나서 접했던 뉴스로 베를린 장벽의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그후 뭐 딱히 이것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기회는 없었는데, 갑자기 이 자리에 오니
"도대체 베를린 장벽은 왜 생겼으며, 어쩌다 무너지게 되었지?"
초딩같은 질문을...
사실 89년 동서독 장벽 붕괴, 소련 해체 등 냉전시대의 종식과 탈냉전 이후 급속한 소비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개인사에도 영향을 미쳤고 파탄과 곡절의 시간을 안겨주었던 건데...
일단 기념관에 가서 공부해보기로 합니다.
일요일이서이기도 하겠지만 클로징 타임인 7시까지 관람객들이 우글우글..
시민 개개인이 겪었던 당시의 소상한 역사까지 잘 아카이빙 해놓은 자료들을 보고, 듣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어떤 문학관 일에 관여하면서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고 있으면 안 된다, 뭔가를 설치해놓으면 관리가 힘들어서 안 된다 등등
온갖 제지를 받았던 것에 비해 이곳은 도서관처럼 오래오래 머물며 자료들을 꼼꼼이 살펴보는 데만도 하루 이상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몇 번씩 찾아도 될 것 같은, 그래서 여전히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소재로 꾸준히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하구나, 라는 부러움과 숙제를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