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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카페에 이번주에 쓴 글 입니다.
읽어봐 주세요.*^^*
 

“당신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은 어떤 것이었나요?” 드물지만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종을 치던 ‘꼽추’ 콰지모도에게 그것은 에스메랄다와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선장 에이허브에게 그것은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과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그것은 1990년에서 1991년 사이에 진행된 사회주의 사회의 붕괴였다. 내게 그것은 특히 극적인 방식으로 닥쳐왔다.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기소되어 징역을 살고 있던 감옥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무력화시켰고, 내가 기대고 있던 모든 것을 부수어버렸으며, 내가 보고 있던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한용운의 유명한 시구처럼 그것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다.

나는 신념이 무너지는 엄청난 소리에 “귀먹고”, 불타버린 역사 앞에서 “눈멀었다”.

그날 밤하늘의 별들은 모두 길게 꼬리를 그으며 떨어져버렸고, 단단하던 감옥의 방바닥은 깊숙이 꺼져버렸다.

꽤나 고지식했기에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었어”라며 쉽게 방향을 바꿀 수도 없었고,

꽤나 미련했기에 “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며 재빨리 몸을 피할 수도 없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방이 어두운 심연이었다. 허무의 심연.

 

멜빌은 “만 미터 심연을 들여다보고 온 고래의 눈”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어디선가 니체는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심연은 내게 젖어들어온다. 심연을 보았다면, 눈만이 아니라 신체 또한 전과 같을 수 없다.

삶 또한 그럴 것이다. 그래, 심연을 보고 왔다면 어떻게 그 이전과 똑같이 살 수가 있겠어.

그것은 이전의 그 어떤 사건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게 된다.

덕분에 그 길을 그대로 갈 수도 없었고, 옆에 있는 길을 쉽게 선택할 수도 없었던 나는, 없는 길을 찾게 만드는 물음을 얻었다.

그 물음을 들고 전에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고 읽고 쓰며 살게 되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의 삶이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을 게다.

......


전문을 보시려면,
http://cafe.naver.com/mhdn/6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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