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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서울시민, 건강권을 선언하다']

 

12월 13(금)~14(토)일에 열리는 행사입니다.

아래 기사들에도 그 취지가 나와 있지만, 

건강권은 단지 건강할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주장하고 결정할 정치적 권리를 통해서 비로소 달성된다는 의미에서 준비되는 행사입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보건'은 그 원형부터 '치안'이었죠.

보건이 치안의 일부분이 아니라 

보건이라는 근거에 의해 치안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건강은 국가의 안정적 유지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요.

 

한편 건강은 인권이라는 생각도 점점 커져왔답니다.

건강이 인권으로 '공인'된 것이 60년대니까 이 생각도 제법 오래 되었죠.

하지만 다른 사회권들이 그러하듯 한국에서 건강권은 인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지요.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발생, 원전과 송전탑처럼 경제발전과 국가이익 앞에 건강은 늘 꼬리를 내려야 합니다.

건강불평등은 또 어떻습니까.

사는 지역, 소득, 학력, 직업에 따른 건강불평등이 아주 심하답니다.

동자동 쪽방주민의 건강실태 보고서를 보시면 가슴이 아플겁니다.

 

건강이 치안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권이기도 하다면...

건강이 또한 정치이기도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건강이 뭐냐는 물음, 어떻게 건강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해 답을 해줄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여태까지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있었거든요.

그 대답을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말하려고 할 때 드디어 정치가 시작되고 민주주의가 시작됩니다~ 두둥!

 

이런 형식의 행사에 붙는 이름는 보통 '시민합의회의'예요.

토론, 타협을 통해 하나로 수렴한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합의'나 '공통분모' 같은 어감 좋은 단어들에는 늘상 '척도(기준)'와 결과에 대한 '복종

그리고 그에 따른 '배제'가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사적인 이익을 망각하라든가 공적인 이성에 입각하라든가 하는 소리들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자꾸자꾸 수렴하려 하다 보면 그 많은 얘기들의 그 많은 풍부함이 다 마모되고 앙상한 (명령문 같은) 합의문이 나오죠.

수렴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자기검열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많을 거구요.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는 '합의'라는 말을 빼셨대요~ 짝짝짝

떠들썩한 민주주의...!!

 

12/13~12/14 양일간 밥 먹고 앉아서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어보자는 행사입니다.

시민패널로 참여해주세요..

 

참가자격은.... 안타깝게도 서울시민만 되는군요.

그 외에는 아무런 자격기준이 없습니다. 그런 거랑 웬수진 행사니까 당연하죠. 

(참가비도 있다는 소문이~~ㅋ)

 

아래에 저도 글 한 꼭지 썼습니다...

많이 소문 내 주시고 트위터 팔로우 해주시고 패널로 참여해 주세요...

 

 

 

 

 

경향마당
[경향마당]건강, 인권, 그리고 떠들썩한 민주주의
최영철 |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조정위원
 
서울역 주변 빌딩 숲 뒤편에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잠자리’라고 불리는 이곳 쪽방에는 1000명 가까운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거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은 예상대로 열악하다. 2012년 동자동 주민 225명이 참여한 조사를 보면 목욕샤워시설이 없는 주민이 41%, 화장실 공동사용이 90%, 공동부엌조차 없는 경우가 77%에 이른다. 난방장치가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주민들이 40%를 넘는다. 평균 1.76평의 무보증 월세방이 제공하는 편의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다. 만성질환, 장애, 치아건강, 영양, 흡연, 음주 등 조사항목에 대한 주민들의 답변 결과는 한국 평균치를 한참 밑돈다. 세 명 중 두 명 이상이 자신의 건강을 ‘매우 나쁘다’고 생각한다. 더욱 가슴을 무겁게 하는 결과는 지난 1년간 60% 넘는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22%는 실제 시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과 질병은 개인 소관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산물이기도 하다. 소득이 낮은 이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들, 장시간 노동하는 이들, 주거환경이 좋지 못한 이들은 건강수준도 낮다. 쪽방 주민들의 건강실태는 필시 주민들이 처해 있는 사회 상황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건강은 또한 권리이다.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가 이미 오래전에 공인한 기본적 인권이다. 건강이 인권이자 사회적 산물이라면 쪽방 주민들의 건강상태는 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인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건강이라는 권리는 흔히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결정된 제도와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건강에 대해 말하려면 의학지식이나 정책에 대한 이해와 같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이들(정부, 정치인, 의료기관, 전문가)은 주고, 어떤 이들(지식, 전문성이 없는 이들)은 그저 받을 뿐이다. 이러한 이해는 인권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건강을 타인의 판단에 의탁하거나 그것에 자신의 권리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지식과 전문성에서 비롯된 ‘능력’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력’과 동일시될 수 없다. 건강권은 건강할 권리라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이 욕구 충족을 위한 단순한 복지나 시혜, 자선 등으로부터 인권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또한 이것이 인권을 위해서 또 건강을 위해서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이다.

건강권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누군가 정답을 만들어 건네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쪽방 주민들의 시급한 건강 개선을 위해 당장 실행되어야 할 권리들이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그 과제들이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되는 권리이다. 참여의 권리와 자유로운 주장의 권리는 건강권의 핵심이며 능력과 자격을 이유로 그것을 제한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제한조항을 없애야 민주주의가 넓어진다. 

쪽방 주민들의 건강문제를 계기로 서울의 시민들이 모여 건강권을 말하는 자리가 열린다(‘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트위터 @humanjs, 페이스북 ‘건강권에 관한 시민회의’). 앞서 말한 건강권의 두 가지 의미로 보자면 시민회의는 건강권이라는 권리를 말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이 권리를 실현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민의를 수렴하거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이 권리의 종착지가 아니다. 때로는 자격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때로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묻히고 배제된 이야기들이 목소리 얻기를 기대한다. 이 목소리들이 야기할 소란스러움은 지금 민주주의가 작동 중이라는 증거다. 떠들썩한 민주주의는 기준과 절차에 묶인 엄숙한 민주주의보다 더 인권에 가깝고 더 건강에 가깝다.

 

 

 

 

 

 

 

 

 

 

 

 

쪽방 주민 건강권, 국민참여재판처럼 풀면 어떨까?

[기고] 건강권,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손정인 건강권 서울시민회의 기획단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1-07 오전 10: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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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격렬하다. 보수 언론과 여권은 참여재판의 대상으로 정치적 사건이 적절한지가 논란의 핵심이라며,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진영 논리나 지역주의에 편승한 지나친 비판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으로서 크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참여재판을 비판할 때 제시하는 이유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거칠게 요약하면 "정치적 성향(性向)이나 감성(感性)적 호소"에 휘둘리는 국민(배심원)을 못 믿겠다는 것과 법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배심원)을 못 믿겠다는 이유의 현실적 근거로, 한 사건의 배심원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86.25%의 몰표를 받은 전북 지역에서 뽑혔다는 점,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은 재판이 피고인 지지자 150여 명이 야유, 환호, 박수를 보내는 재판정에서 열렸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이에 대한 반대 근거가 나타나 설득력이 없어졌고 후자의 경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허위 사실 공표나 명예훼손 등의 법리가 어려워 배심제가 부적절하다는 논리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은 법리가 어렵거나 전문 식견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법관이 일반인의 상식과 관점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국민참여재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민참여재판을 비판하는 측의 이유와 근거는 설득력이 없고 심지어 '국민 모독'에 가깝게 느껴진다. 비판하는 측은 결국 배심원의 평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주권을 가진 민(民)을 모독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재판의 질' 문제로 제한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관(前官)예우, 무전유죄(無錢有罪)·유전무죄(有錢無罪)와 같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덜고, 공정한 재판을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더욱 근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 문제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국민주권주의 실현을 위해 법정에서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스템"이자, 한 법조인의 말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관의 고유 영역이었던 재판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른바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최근의 "비난은 참여재판의 이런 속성을 눈치챈 권력이 시민 권력을 견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쪽방 주민 건강권, 열쇳말은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

건강권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아주 길게 풀어 놓는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열쇳말이 건강권의 보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그 열쇳말을 실천하는 데 배심제를 비롯한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동자동 쪽방 지역에서 쪽방 주민 건강권 실태 조사를 수행하였다. 그때의 문제의식은 모호한 건강권 개념을 명확하게 만들고 보건의료 담론에 국한된 건강권의 내용을 확장해 보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건강권은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누릴 권리'로서, 그 내용은 건강 그 자체, 사회 보장 제도, 사회적 관계와 삶터/일터 환경, 자력화와 정치적 힘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쪽방 주민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범주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열악하게 나타났다. (☞ 관련 기사 : 건강 나쁜 건 팔자 탓? 그건 당신의 착각쪽방 주민 62% "죽고 싶다"…한국인 평균 4배)
 
▲ 쪽방. ⓒ프레시안(최형락)

2012년 실태 조사 이후 동자동 쪽방 지역에서는 주민이 참여하거나 주체가 되는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확장된 건강권 내용과 인권의 결정적 장점인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도록 자력화하는 잠재력"이 지역 사회 활동에서 구현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지역 사회 활동에 더해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건강 및 보건 의료에 '건강권'이라는 인권적 접근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이었다. 건강권 실태 조사와 당사자의 자력화에 더해 동자동 지역을 넘어선 관점과 국가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 부여 측면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인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법학박사 알리시아 엘리 야민은 1996년 자신의 논문에서 "질병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불완전한 지배의 산물일 뿐 아니라, 특정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지배 산물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임파워먼트 측면에서 건강권을 다시 규정하면 권리와 보건 의료에 관한 논쟁 대부분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내 권력 관계를 재규정할 책임과 재규정할 가능성을 가정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라고 하였다.

쉽지 않다. 우선 인권도, 건강권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를 민주주의 혹은 권력에 대한 도전과 연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현실에서는 보건 의료에 대한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건강권을 비롯한 전체 인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수준과 여러 분야에서 여러 가지 실험과 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사업은 그 가운데 자그마한 하나의 실험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이 결정하면 정치적으로 휘둘린다? 오해

이를 위해 2012년 실태조사 연구진 4인은 '건강권 서울시민회의 기획단'을 만들고 2012년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한 후속 사업으로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서울시민, 건강권을 선언하다! 쪽방 주민의 삶을 중심으로'를 수행하고 있다.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를 통해 건강권의 내용과 수준을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수행하고자 한다. 서울시민회의의 결과물로 쪽방 주민의 건강권 현황에 대한 평가와 권고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려도 존재한다. 앞서 살펴본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비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인권과 같은 어려운 문제에 일반 시민의 참여가 적절한지, 시민 패널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치우치지 않은 정보 제공이 가능할지 등등.

앞서 국민참여재판에 일반인의 상식과 관점이 중요하다고 했듯, 인권에도 일반인의 삶과 경험, 의견이 중요한 토대가 된다. 과학기술과 같은 전문 분야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한 덴마크에서는 숙의적 시민 참여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감정적 의견, 경험에 기초한 견해가 기술 평가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는 시민 패널의 대표성과도 연결되는 지점인데, 덴마크에서 숙의적 시민 참여의 시민 패널 요건은 연령, 성별, 고용, 지역 측면의 대표성, 토론 쟁점에 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시민 패널이 회의 주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경험 기반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서울시민회의에서 이를 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보 제공을 위해 서울시민회의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기구인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서울시 공무원, 쪽방 상담센터 관계자,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민주주의 전문가, 인권 활동가, 빈곤단체 활동가, 쪽방 주민 대표로 구성되었다. 이들 조정위원은 정보 제공과 발표자 추천 관련해 의사 결정을 하고 연구진은 이를 따를 것이다.

앞서 정치적 사건에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하는 측의 이유로 배심원이 지역 여론(정치적 성향)과 재판 방청객들의 반응(감성적 호소)에 휘둘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숙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숙의란 "참여자들이 학습과, 토론, 그리고 성찰을 통해 자신들의 판단, 선호, 관점을 변화시켜나가는 동태적인 과정이다. 특히 이러한 선호의 전환이 강제, 위협, 상징 조작, 기만이 아닌 토론과 논변에 기초한 설득과 상호 학습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정쟁을 검토하면서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를 소개하였다. 숙의적 시민 참여 제도를 수행하는 취지 측면에서 민주주의, 권력에 대한 도전은 양쪽의 공통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상식과 인생 경험, 의견, 이해하기 쉽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숙의 환경 조성이다. 따라서 어려운 법리 문제를 들어, 혹은 "온정주의적 국민성"을 들어 국민참여재판을 흔드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 오히려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이는 곧 건강권을 비롯한 인권의 보장과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는 민(民)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험이고 활동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서울시민회의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부탁한다.
 
 

 

 

 

 

 

 

 

시민들이 논하는 건강권

‘건강권서울시민회의’ 시민패널로 초대합니다!

 
명숙
옷깃을 여미고, 머리는 모자 밑으로 쏙~독감 주사 맞으러 가는 바쁜 사람들. 예년보다 빨리 다가온 겨울에 혹여나 아플까, 건강을 잃을까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다. 돈이 있건, 없건 건강은 사람들의 관심이다.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은 것들도 하기 어렵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기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를 서로서로 기원해준다. 

국제인권규약(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도 건강에 대한 권리는 인권의 한 목록으로 들어가 있다. 또 건강권에 관한 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14에서 건강권은 다른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 건강권을 인권으로서 접근하는 일은 낯설다. 특히 건강권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속에서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받고 지켜나갈지 갈팡질팡 할 때도 많다. 

하나의 오해는 건강권을 보건의료나 의료상품에 대한 권리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은 의료혜택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검진과 진료, 치료 외에도 위생, 영양, 건강한 일터, 차별 없는 사회분위기 등 건강한 삶의 조건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건강권을 의료접근권으로 협소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마저도 가난한 사람들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른 오해는 건강권을 건강할 권리로 오해하는 것이다. 만약 건강권을 그렇게 이해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질병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 건강권의 완전한 실현이고, 그에 따라 사회는 의료기술의 확장에만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유전적 조건과 문화가 다르기에 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이해한다면 이미 병을 얻은 상태인 만성질환자나 난치성 환자는 건강권을 보장받을 길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제인권규범에서 건강권이란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그/녀가 병이 있건 없건 간에 건강한 삶의 유지를 위한 돌봄(의료적 돌봄을 포함한 것으로 right to healthy care)과 건강할 수 있는 조건(right to healthy conditions)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질병이 있더라도 그에 필요한 적절한 의료와 돌봄, 차별 없는 사회분위기가 있을 때 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건강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

이렇게 낯선 ‘건강권’을 서울시민들이 논하는 자리가 준비되고 있다. 바로 <건강권에 관한 서울시민회의– 서울시민, 건강권을 선언하다! 쪽방 주민의 삶을 중심으로>(약칭 건강권서울시민회의)이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서울시민 전체의 건강권에 대한 진단과 권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쪽방 주민의 삶으로 한정되어 있다. 범위나 대상이 한정되어 있으니 더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쪽방을 경험하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쪽방 주민의 건강권을 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쪽방 주민들의 건강 및 생활 상태와 인권기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을 하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혹여 쪽방 주민을 대상화하지는 않을까 우려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강권서울시민회의’는 건강권을 삶의 영역으로, 인권의 영역으로 한발 가깝게 하는 일이기에 필자도 조정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인권은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건강권서울시민회의’는 국제인권체계가 기본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인권에 대한 청구권적 모델에서 한발 나아가는 시도이다. 다시 말해 인권 보장의 의무주체인 국가에게 권리주체인 시민들이 인권보장을 청구하는 방식에서, 사회구성원이 인권 보호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함께 건강권에 대해 논의하고 필요한 권고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이 건강권 실현의 의무주체로 서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자 인권의 다른 말인 ‘관계맺음’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지는 않을까하는 섣부른 기대도 해본다.)

나아가 국제인권규범에서 강조하는 인권 관련 정부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포함한 개인 및 집단의 참여를 실현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자유권이든 사회권이든 국제인권규범에서는 권리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러한 과정이 수행되고 있는 영역은 매우 협소하다. 그나마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해당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밀양 송전탑 건설이나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보이듯이 형식적이다. 그래서 ‘건강권서울시민회의’가 논의한 내용을 지방정부인 서울시에 권고하는 형태를 띤 이번 시도가 잘 되었으면 한다. 물론 당사자인 쪽방 주민의 참여를 이후 정책결정과정 모델에서 어떤 방식으로 남길까 하는 점은 아직 과제이다. 

당신의 참여를 기대하며 

그 외에도 기대되는 것은 건강권에 대한 전문가주의를 넘어서는 또 한 번의 시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2008년 환자단체들이 모여 ‘환자권리선언’을 작성하였고, 작년 대선 때는 시민들이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의사나 학자, 정책전문가들이 아닌,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쪽방 주민들의 건강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제도화된 건강관리체계에서 전문가들에게 독점되거나 의료산업에서 상품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건강’을 시민들이 논의하면서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것인지, 어떻게 스스로의 힘을 키우며 건강권을 실현할 것인지 신선한 아이디어와 의견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건강권을 토론하기 위해 시민패널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과 다양한 나이와 성별, 신분 등의 고른 참여를 이루어내는 것은 ‘건강권서울시민회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쪽방촌 주민이 아닐 때 시간을 내어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고민이다. 

그래서 필자는 야트막한 기대를 한다. 나의 삶이 타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여러 경험으로 또는 감으로 느낀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쪽방 주민의 건강권에도 관심을 가질 거라고 말이다. 2011년 한진 중공업 희망버스 때 보여주었던 ‘연결의 힘’처럼 이러한 관심으로 인권은 악조건 속에서도 조금씩 진전했으니까. 또한 빈곤의 심화와 확대 속에서 건강하게 살거나 건강권을 보장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폴 헌트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이 2003년 보고서에서 썼듯이 “건강하지 못한 것은 가난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아픈 사람은 가난에 빠질 가능성이 더 많고, 가난한 사람들은 질병과 장애에 취약”하기에 쪽방 주민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누구나 병원 갈 때마다 줄어드는 통 장잔고에 머리를 쥐어짜본 경험은 한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끝으로 긴 글을 읽어준 분들께 고마워하면서도 부탁을 드린다. 주변에 ‘건강권서울시민회의’의 시민패널의 의미와 참여를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와 ‘인권’에 생명력을 넣어주는 것은 관심과 참여이다. ‘건강권서울시민회의’에 참여하는 일은 ‘우리’를 확장하고, ‘인권’을 채워가는 일이기에 함께 한다면 유익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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