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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간의 참된 행복은 신을 향한 사랑에서 오는 것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손기태 지음/300쪽·1만6000원·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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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당대 이단적이었던 사유(思惟) 탓에 자객의 습격을 받아 찢어진 외투를 평생 입고 다녔다. ‘사람들이 언제나 사유를 사랑하는 것은 아님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안경. 유산 소송을 걸어온 누이에게 이겼지만 모든 유산을 넘겨준다. 책을 헌정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겠다는 루이 14세의 제안도 거절한다. 그 대신 안경 렌즈를 세공하며 검소하게 살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런 일화에서 보이듯 ‘고독과 은둔’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그가 속했던 유대인 공동체에서 “낮에도 밤에도, 앉건 서건,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저주가 있을 것이다”라는 무시무시한 판결과 함께 파문당했고, 저서 ‘신학정치론’이 금서로 지정돼 불살라지는 등의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 들뢰즈 알튀세르 발리바르 네그리 등 현대철학자들은 끊임없이 스피노자를 불러와 원용한다.

막상 스피노자에 관해 알기 쉽게 풀어 쓴 국내 저서는 드물다. 이 책은 그의 사상이 철학의 계보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분석하려 애쓰지 않는다. 연구공동체 ‘수유너머N’의 연구원인 저자는 다만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자유와 풍요, 예속과 빈곤은 어디서 오는지에 관해 스피노자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

스피노자는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인 신을 향한 사랑이 참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 신은 기존 종교적 전통의 초월적 존재, 인간을 처벌하고 보상하는 신과 달리 자연만물이다. ‘지복(至福·더없는 행복)’은 덕(德)에 대한 사후의 보상이 아니라 덕 그 자체이고, 현재 삶의 일부다. 그것을 얻으려면 인간을 강한 존재에게 수동적으로 예속되게 만드는 정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의 능력과 욕망을 긍정해야 한다.

윤리학은 정치학으로 이어진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인간에게는 교제하며 (…) 유대를 결속하는 것, 우정의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가 무엇보다도 유익하다”고 썼다. 저자는 “이상 사회는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자발적인 결사체라는 것”이라며 “이는 쉽게 이룰 순 없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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