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추천을 받아 연구실 이름 걸고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연구실 식구들은 봐주셨으면 해서 긁어왔습니다.

한겨레 [2030 잠금해제]라는 코너입니다. 

 

 

등록 : 2014.06.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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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광 수유너머N 연구원

 

이기적인 사람들만 가득할 때, 이들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비결은 팃포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기본적으로 협력하되 상대의 배신은 단호히 응징하는 전략이다. 항상 협력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로는 상대의 협력을 구하기 어렵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런 천사표는 계속 배신하면서 이용하는 편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팃포탯은 상대가 배신할 경우 똑같이 배신으로 갚아줌으로써, 자신을 기만하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 경고한다. 덕분에 팃포탯을 상대하는 이들은 배신보다는 협력을 선택했다. 상대를 기억하고 단호하게 복수하는 속성 덕에, 팃포탯은 많은 이들로부터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

 

다른 어떤 이들보다 팃포탯 전략을 가지고 대해야 할 존재가 정치인 아닌가 싶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면 종종 그 뻔뻔함에 감탄하게 된다. 반값등록금, 기초연금법 등 주요 공약을 이미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집권 여당의 정치인이,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을 ‘도와’달라며 진지한 얼굴로 1인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좀 더 힘차게 당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아, 우리를 고통에서 쾌감을 얻는 마조히스트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뻔뻔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정치인들의 배신이 그들의 두꺼운 얼굴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 계산에서 나온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너그러움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한다. 수도 없이 뒤통수를 맞으며 배신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애초에 실현하기 힘든 공약이었다고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에는 진실한 공약을 가지고 올 것이라 믿는다. 냉정히 봤을 때, 이런 유권자는 이용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배신에 대한 응징이 없는데, 거짓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청원 의원이 선거에서 패배한 정몽준 후보에게 “뻥도 치고 해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조언을 건넨 것은, 그의 괴이한 도덕감 탓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치게 착한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하는 법에 대한 이성적인 충고일지도 모른다.

 

팃포탯 전략, 즉 배신에 대한 복수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배신이 득이 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선출직 한 번 하고 은퇴하려는 마음을 품지 않은 다음에야,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벌이는 게임은 단판 승부가 아니라 장기에 걸쳐 반복되는 게임이다. 이때 유권자들이 마냥 너그럽기보다 배신에 대해 단호하게 복수할 것이 예상된다면, 정치인은 협력할 수밖에 없다. 함부로 배신했다가는 향후 정치인생이 험난해질 수 있다. 이처럼 복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조차 협력한다. 그편이 배신하는 것보다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났다. 늘 그랬듯 그들은 많은 약속을 했다. 그렇기에 아마도 적지 않은 배신이 뒤따를 것이다. 만약 또다시 ‘정치가 원래 그렇지’ 하며 쉽게 용서한다면, 그들은 앞으로도 거짓과 배신이라는 합리적인 옵션을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복수한다면, 오늘 그들이 했던 말들에 대해 잊지 않고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기적이고 못된 정치꾼조차 약속을 지키며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요한 복수의 정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원광 수유너머N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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