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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겐 코뮨을 구성할 능력이 있다!

잠시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7년 이진경이 낸 『맑스주의와 근대성』의 마지막 장 제목은 이것이다.「코뮨주의와 이행의 문제」. 그리고 햇수로 10년째 되는 해인 2006년 이진경은 『미-래의 맑스주의』를 펴냈다. 모두 4부 11장으로 이루어진 그 책의 마지막 4부 제목은 「코뮨주의를 위하여」였으며, 그 아래 3개의 글(‘맑스주의와 코뮨주의’, ‘생명과 공동체’, ‘공동체주의와 코뮨주의’)이 묶여 있었다. 바로 그 다음 해에 그는 <수유너머>의 동료들과 『코뮨주의 선언』을 펴냈다. 그리고 2010년 <수유너머N>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그가 우리에게 『코뮨주의: 공동성과 평등성의 존재론』 (이하 『코뮨주의』)을 들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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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이진경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 N>에서 활동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1. 이번에 나온 『코뮨주의:공동성과 평등성의 존재론』은 이전의 작업들과 어떻게 다른가?
이 책에서 다룬 ‘코뮨주의’와 이전의 것들이 어떻게 다른가……. 일단은 이전부터 막연하게 ‘코뮨주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코뮨주의’라는 말 자체는 맑스가 ‘communism’으로 썼던 말을 변형(commun-ism) 시킨 것이다. 즉 ‘코뮨’이라는 말에 ‘이즘’을 붙인 것인데, 쉽게 ‘공동체주의’라는 말로도 번역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번역되는 ‘공동체주의’는 ‘communitarianism’이다. (책에서 다룬 ‘코뮨주의’에서는) 그러한 맑스식의 ‘communism’과 통상적인 ‘공동체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그것(코뮨, commune)이 자본주의의 외부, 가치법칙과는 다른 법칙으로 작동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최소한의 두 가지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코뮨이 생산하는 것들’, ‘코뮨적인 활동’을 착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직관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했을 때, 자본주의 이전부터 있었던 공동체들, 자본이 파괴했음에도 남아 있는 공동체를 어떤 차원에서 사유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더불어서 ‘생명복제시대’는 자본이 ‘생명’까지도 분자적 수준에서 착취하는 시대이다. ‘생명’을 이미 공동체인 집합적 멀티-디비주얼(multi-dividual)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본의 생명착취는 ‘생명복제시대’에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사실은 이미 자본이 존재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시작된 착취였던 셈이 된다. 공동체를 그러한 수준에서까지 사유하기 위해서는 존재론적 층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거나 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는 존재론적인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다시 말해 '공동체, 코뮨에 대한 사유를 최대한 밀고 가보자' 라고 생각했던 사유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생명이 존재론적으로 이미 ‘코뮨’이라면 코뮨을 따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게만 보면 ‘코뮨주의’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곤혹스러운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 존재론적으로 코뮨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코뮨을 구성하자고 제안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공동성’, ‘특이성’ 등과 같은 근본적 개념들에 대해 존재론적으로 사고를 하면서 그것들이 가진 정치적인 의미로까지 일관성을 가지고 밀고 가 본 것이다.

2. 『코뮨주의』의 원래 제목이 ‘일반화된 코뮨주의를 위하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성’은 어떤 개념인가, 또 ‘보편성’과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화’라는 개념은 좀더 정확하게 쓴다면, ‘존재론적 평면화’라고 칭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이 말은 들뢰즈 · 가타리가 썼던 ‘일관성의 평면’이라는 말과 상관성이 있는 개념이다. 물론 그들이 ‘존재론적 평면화’라는 개념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음악적이지 않은 소리들을 음악적인 소리로 묶어 주는 방향으로 밀고 나아갔던 것이 현대음악에서의 중요한 경향이고, 그래서 그 지점(음악에 있어서의 일관성의 평면)에 이르면 모든 소리들, 소리나지 않는 것마저도 음악적 소리의 일부로 묶이게 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이러한 작업, 이러한 것이 존재론적 평면화이다. 하나의 평면에 놓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음악적 소리는 이러한 것이다’라는 하나의 척도를 가지고 있으면 평면화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척도를 내려놓음으로써 척도를 가지고 있었던 때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모든 소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모든 것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성’이 획득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성’은 많은 경우 ‘척도의 보편성’을 주장한다. '모든 것이 공유하는 어떤 것이 있을 때, 그러한 것이 보편적인 것이다' 라는 식의 규정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반성’은 모든 척도들이 사라질 때에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편성과는 정반대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전까지 공동체나 코뮨에 대한 사유들은 어느 경우에도 ‘인간들의’ 공동체, 코뮨으로 제한을 했고, 그런 점에서 보편성에 근거한 사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존재론적인 층위까지 공동성, 공동체의 문제를 밀고 올라갔을 때에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것이 코뮨적인 존재라는 점이 드러난다. 인간이든 기계든, 생명이든 아니든 모든 것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존재론적 평면화, 일반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뮨주의’는 공동체나 코뮨도 인간만이 아닌 모든 존재자들과의 관계를 구성하는 원칙으로 ‘일반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인간들만’의 코뮨이 아닌 ‘코뮨’, 그러한 ‘일반화된 코뮨’을 사유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가?
‘생명’을 ‘기계’와 대비시키면서 사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생명사상’마저도 그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사유들도 ‘휴머니즘’의 변종인 셈이다. 그런데 그러한 대비, ‘산 것’과 ‘죽은 것’, ‘생명’과 ‘기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순간에 기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도 좋은 것이 되고 만다. 그러한 사유는 결국 기계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쉽게 버리고, 쉽게 부수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도 못 느끼는 태도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자본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와 대결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인간 아닌 것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와 제대로 대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4. 『코뮨주의』 이후에 계획하고 있는 작업은?
가장 먼저 계획하고 있는 작업은 『코뮨주의』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던 작업이다. 그것은 촛불집회나 2002년부터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흐름으로서의 대중’, 이전의 대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이는 새로운 대중에 대해 개념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흐름의 정치학과 대중』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원고는 대부분 완성이 되었지만, 함께 작업하는 연구실(수유너머N) 후배의 글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약간 지연되고 있다.(웃음) 다음에 나올 책은 아마도 그 책이 될 것 같다.

그 작업 후에, 그러니까 지금 실질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흐름의 정치학과 대중』과 나란히 가는 ‘감수성의 정치학’과 관련된 작업이다. 이 작업을 하게 된 동기는 ‘한미FTA’ 관련 집회 때 절실하게 느낀 것인데, 보통 운동단체가 주관하는 집회에 가 보면 솔직히 정말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감각에 대해서 80년대에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한다. ‘아니 운동을 재미로 하나?’와 같은 반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틀림없는 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과연 "이 ‘재미없는 운동’에는 미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내 생각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운동’이란 늘 그 시대의 대중과 결합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조직된 대중’들이 어느 정도 모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미래는 없다고 본다. 결정적인 것은 운동을 대하는 감각 또는 어떤 사건이나 음악, 노래들과 같은 것들을 대하는 감수성에 있는 것 같다. 재미없어하는 대중과 ‘운동을 재미로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러한 감수성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와 같은 것에만 감수성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에도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는데, 사실 이념이나 생각보다 감정과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정치적 감수성’의 차이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차적인 요인이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루어진 바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코뮨주의 - 10점
이진경 지음/그린비
2011/01/10 08:50 2011/01/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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