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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소식] <두 개의 문> 리뷰

리를빅 2012.06.20 02:33 조회 수 : 3105



시네21 이번주 호에 써보냈던 원고입니다

 

읽으실 거면,

 

꼭 <두 개의 문>을 먼저 보시고, 읽어주세요~^^

 

 

2009년 1월 20일의 ‘용산참사’ 이후, 10편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그 10번째 영화 <두 개의 문>(2011, 김일란, 홍지유)이, 드디어 극장개봉을 한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7시 20분경, 남일당 옥상 망루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철거민 5명의 죽음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은 아직 열린 적이 없고, 경찰특공대원 1명의 사망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이 2009년 4월 22일부터 2010년 11월 11일까지 19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2010년 11월 11일, 대법원은 농성 철거민 7명에게 징역 4~5년을 최종 선고했고, 용산 참사의 사법적 진실 규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두 개의 문>은 그 사법적 진실 규명의 끝에서 시작하는 영화다(“재판의 모니터링을 하고, 1심 판결이 나자 ‘국민참여재판’의 역할을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문>은 현실 속에서는 실현할 수 없었던 ‘국민참여재판’의 영화적 수행이다. 이 영화의 극장개봉, 그것은 그 동안 영화제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진행되어 오던 용산 참사에 대한 영화적 재판이 본격적인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속개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문>이 우리 모두를 ‘국민참여재판’의 방청객 또는 배심원으로 초대하고 있다. 언젠가 감독은 용산 희생자 5분의 분향소 앞에서 “똑같은 희생자인데 경찰특공대원이었던 사망자가 함께 추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두 개의 문>이 그 외상적 순간을 향해 그토록 고통스럽게 다가는 데는, 이런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연분홍치마의 소수적 윤리 감각). 그래서 이 영화는 물처럼 차가워 보이지만, 동시에 불처럼 뜨거운 영화다. 물과 불의 언어, 그것은 불과 물이 혼합된 그때 그곳의 ‘생지옥’의 진실을 드러내는 최선의 영화적 언어일 것이다.

 

<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새벽 7시 19 57초에서 20분 57초에 이르는 1분간의 어떤 시간, 그러니까 2차 대형 화재로 6명이 죽음에 이르게 된 그 외상적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보다 조금 앞선 시간, 그러니까 1차 화재로 특공대의 퇴각이 있었던 7시 8분에서, 특공대가 준비한 소화기가 다 소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도 하지 않은 채 재진입을 시도한 7시 18분까지의 10분으로 되돌아간다. 누가 보아도 그 10분은 농성자의 ‘진압작전’이 농성자와 경찰특공대원 모두의 ‘구조작전’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간이었고, 참사를 미리 막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1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어떤 거대한 힘이, 그 10분을 참사 예방을 위해 멈추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예정된 참사를 향한 질주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일까? 체제는 그 시간의 진실을 공백으로 만들어 놓은 채 1심 재판을 진행했고, 그 공백을 통해서만 농성자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검찰은 경찰이 가해자라는 전제 하에 수사를 진행하던 초기의 수사기록 3000천 쪽을 법원의 공개 명령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은 채 1심 재판을 진행했고, 진실을 가릴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을 경찰 채증조 카메라의 결정적 순간의 기록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 <두 개의 문>은 그 사법적 진실에 맞서는 영화의 저항이자 심문이다. 영화는 그 순간의 진실을 찾기 위해 거대한 시간 여행을 하고, 결국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공백에 맞서 용산참사의 진실에 도달한다.

 

<두 개의 문>에는 두 개의 커다란 시간의 순환이 있다. 첫 번째 순환은, 경찰 특공대가 창설된 1983년에서 시작되어, 테러 진압에서 시위 진압으로 확대 운영된 1996년, 오산 택지 개발 지구 진압 작전에 투입된 2005년, 농성 시작 25시간 만에 전격 투입이 가능하게 된 용산의 2009년 1월 19일까지에 이르는 시간의 순환이다. 이 점차 가속화되는 시간의 흐름은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경찰 특공대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체제는 이렇듯 30년의 시간 동안 국민을 향한 폭력의 흐름을 증폭시켜왔고, 그 동안 사망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불감증과 자기만족에 빠져서, 경찰특공대원들을 ‘생지옥’으로 내몰았다. 물론 그 기폭제가 된 건, 자신을 신임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해 준 정권에 대한 김석기의 정치적 공명심(또는 과잉충성)이었다. 그는 아직 채 망루가 완성되지도 않은 시간, 최초의 화염병이 등장하기 2시간 전인 2009년 1월 19일에 이미 진압 명령을 내렸다(1월 10일 8시 20분 경 경찰 특공대 참모회의 중에 걸려온 어떤 전화를 통해 내려진 진압 명령)

 

두 번째 순환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발표가 있었던 2003년에서 시작하여, 서울시 용산 재개발 구역 확정된 2006년과 용산 국제 업무 지구 마스터플랜 발표된 2008년을 거쳐, 철거민들이 남일당 옥상에 망루를 짓고 최후의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던 2009년 1월 19일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의 순환이다. 이 가파른 시간의 흐름은 그때 그곳에 있었던 농성 철거민들의 진실을 보여준다.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지 제대로 알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 갈 곳이 없어 생존을 위해 그곳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용산 4구역 세입자들은, 오로지 ‘일상화된 용역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막막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러니까 말 그대로 ‘토끼몰이’ 당하듯 그때 그곳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이렇듯 체제에 의해 내몰린 두 집단의 사람들(경찰특공대원들과 망루 농성자들)이 그때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함께 죽었다. 이것이 바로 용산의 진실이다. 1차 화재 발생 후 위험을 감지한 특공대의 퇴각이 있었던 7시 8분에서 무리한 진입을 시도한 7시 18분까지의 10분, 결국 그것은 1983년부터 시작된 두 개의 커다란 시간의 순환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두 개의 문>에서 시간은 이렇게 점점 그 포위망을 좁히면서 그때 그곳의 결정적 순간을 압박-심문하며, 그때 그곳의 진실,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지워지거나 부정될 수 없는 어떤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순간의 진실과 그 순간 이후 사법의 시간의 허위를 대면시킨다.

 

영화가 끝날 무렵, 그 외상적 순간을 담은 기록영상을 전후로, ‘목격자’ 신분으로 법정에서 증언하는 2명의 특공대원의 진술이 들려온다. 그 기록영상에 앞서, A대원은 김남훈 경사의 사망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예, 농성자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의 진실은 이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 사이에 있었던 짧은 시간 동안의 침묵(또는 망설임)에 있다. <두 개의 문>은 ‘사법적 진실’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을 법한 그 대답에 대한 영화적 심문이지만, 그 심문은 그를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를 ‘구원’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가 크고 작은 시간 여행을 통해 드러낸 ‘체제의 진실’ 속에서, 그 짧은 침묵(또는 망설임)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록영상 다음에, B팀장은 자신이 들었던 “다 죽어!”라는 농성 철거민의 말이, 처음에는 ‘다 죽여 버리겠다’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위험하니까 다 피하라’라고 느껴진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다. 사건 직후 검찰 조사는 경찰이 가해자라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졌고, 그런 상황에서 특공대원들은 억울함을 느꼈으며, 그 감정은 농성 철거민에 대한 적개심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정작 재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된 상태로 진행되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 망설임과 느낌의 변화의 이유일 것이다. 그 미세한 감정의 동요와 혼란 속에 담긴 경찰특공대원의 진실을 감지하고 드러낸 것, 이것이 <두 개의 문>의 영화적, 정치적, 윤리적 성취다.

 

10편의 용산 다큐멘터리의 카메라가 끝내 담아낼 수 없었던 어떤 진실, 또는 모든 영화에 등장하지만 결국 파헤쳐 낼 수 없었던 하나의 진실이 있다. 바로 참사 전후 용산 지역을 무법지대처럼 활보하던 ‘용역에 대한 진실’이다. 용역의 뒤에는 경찰과 사법부가 있고, 최후 심급에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힘이 있다. 우리는 언제쯤 그들을 영화적으로, 현실적으로 심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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