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워크숍 :: 해외연구단체ㆍ연구자와 함께하는 워크숍입니다!


제가 후기에 '휘말리게'  된 것은 어떤 분의 눈빛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오셔서 주저주저하시며 후기를 부탁했죠

약간 불쌍해보이는 눈빛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뒤풀이까지 하고 여러 가지 일 처리를 끝낸 후 막상 쓰려고 하니

하아~~~

나는 왜 거절을 잘 못하는 신체인가? 왜 이 워크삽을 신청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저는 사전세미나도 하지 않았고 일본 오키나와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방어태세를 취한다는 것은 오인되지 않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휘말려 들어가고 이를 떠맡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겠죠. 휘말린 이상 이를 떠맡기로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저 제 깜냥껏 써보겠습니다.

 

3일차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동사는 '확보한다' 입니다.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사상을 일련의 동사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감한다, 오인된다, 방어태세를 취하다, 휘말리다, 떠맡는다 등의 동사들 말이죠

그래서인지 개념으로 명징하게 드러나기 보다는 동사들이 두둥실 떠다니며 활개를 펼칩니다

확보한다는 것은 두 가지 영역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무장태세를 취하는 사람과 해설을 하려는 지식인 사이에서 어떻게 겁쟁이의 신체를 확보할 것인가

또 하나는 말이 말로써 들리지 않는 폭력적인 신문공간에서 어떻게 말이 위치하는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

신체도 공간성이 있기에 두 가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미묘하게 다르게 보입니다

무장을 결의하는 말의 영역과 이 영역을 지도하고 해설하는 말의 영역

이 둘 사이에서 생성하는 집합성과 관련된 동사들. 앞의 두 가지가 개인과 집단을 구성하는데 반해

세 번째는 잠재적으로 이들을 비스듬하게 재구성합니다.

확보한다는 것은 이렇게 잠재된 세 번째 영역을 현세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무장자도 아닌 해설자도 아닌 그 사이의 시공간을 비스듬히 재구성하며 횡단하며  간다는 것은

어떻게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또한 이 날 강의해서 흥미로웠던 점은 겁쟁이는 공포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자료집에서

지젝은 여기서 오늘날의 진정한 선택은 두려움과 공포 가운데의 선택이라고 했는데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께서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셨습니다.

두려움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태에서 나는, 우리는- 가 아니라고 회피하는 것이고

공포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태에서 떠맡는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수동적 받아들이고 공포는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지껏 두려움과 공포는 정도의 차이로만 여겼습니다.

두려움에서는 회피하기에 능동적인 활동이 일어나지만

두려움보다 더한 공포는 회피조차 할 수 없는 아예 그 자리에서 서버리게 만들어 버리죠

왜 그렇지 않나요? 너무 무서우면 아예 도망조차 못가고 그 자리에 얼음이 되는 경우 말이죠 

이렇게 두려움과 공포를 다른 층위로 보시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저는 유착이라는 말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유착은 두 사물이 긴밀하게 엉겨버리는 것으로

정경유착처럼 부정적인 어감에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이 쓰시는 유착은 着이더군요

'-에서 흘러온'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토착의 유랑의 구분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랑은 두 지역 사이의 이동이 아니다. 그리고 이시무레가 말하는

이 '-에서 흘러온'이라는 표현에는 이동을 정의하는 두 지역이라는 전제는 없고, 다름 아닌

이탈의 계기가 새겨져 있다.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흘러간다는 것, 즉 출향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착의 사상>90쪽에서

 

유착은 동시에 "머물면서 하는 출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확보'한다는 것과 '유착'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뒤풀이때 살짝 여쭤보았는데요 어려운 문제라고 하시네요^^;;

 

이밖에도 배제되었던 소리를 말로써 확보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또다른 배제를 낳지 않을까?

확보하면서도 또다시 누락되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등등 궁금한 점이 계속 생각납니다.

칼 앞에 입이 열기 시작하는 시점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은 마지막 날에 생각해보려고 했다는 말을 자주 하셨던^^;;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의 마지막 날 강의가 기대됩니다.

 

이것으로 휘말리며 떠맡은 후기를 끝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rom=chongha&rcpt=chongha%40daum%2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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