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워크숍 :: 해외연구단체ㆍ연구자와 함께하는 워크숍입니다!


우선, 이번주 세미나 공지 먼저 나갈게요~

이번 주 세미나는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의 텍스트를 읽기 위해서 필요한  

오키나와 현대사에 관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프란츠 파농이 '민족'을 '세계'를 향한 출발점으로 사유했던 것처럼

아라사키 모리테루는 '오키나와 민중운동'을 '보편적 인권의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오키나와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자신을 오키나와인으로 자처하고 삶을 오롯이 투신해 온 힘있는 그의 문장들을 통해서

'오키나와인-되기'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시길 은근슬쩍 바래 봅니다. *^ ^*

 

 

세미나 시간과 장소: 1226() 저녁7:30 수유너머N 4층 대강당

읽어올 텍스트 범위: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 현대사』(논형, 2008) 1~3(p.~152)

발제자: 큰콩쥐, 수용님 (간식은 재영님께도 부탁드립니다~)

 

 

 

 

 오키나와 1.jpg   오키나와3.jpg  오키나와 2.jpg 

 

여기서부터는 지난 시간 후기입니다. 제가 놓친 부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 ^

 

 

하나, 파농이 사용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단위에 대하여

 

 

 

이번 텍스트 후반부에서 파농이 사용한 키워드는 민족의식’, ‘민족문화’, ‘정신질환이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없을 리가 없어 보이는 병석님께서 첫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 ^*

파농이 구사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단위가

기존에 자신이 생각해왔던 민족 개념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셨고,

일단은 파농의 민족이 어떤 개념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싶다고 하셨어요.

이에 대해서 발제를 맡으셨던 영진님께서

파농은 민족을 필수불가결한 어떤 단계로 간주하고 있으며,

계급을 묶어내는 기능에는 긍정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중개업자로서의 민족 부르주아지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러나 혁명과 독립을 위해서는 이러한 민족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역설함으로써,

민족 개념을 세계적인 개념으로 확장시켜 사유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저도 영진님 의견에 공감했는데요, 저 또한 파농의 민족 개념을 교량(橋梁)’으로서 이해했습니다.

우리가 닿아야 할 땅을 밟기 위해서 반드시 건너가야만 하지만, 균열 투성이의 흔들거리는 부실한 다리 같은…?

저는 이 논의에서 민족의식이야말로 국제적 차원을 보여주는 유일한 통로다라는 파농의 언급이 상기되었어요.

 

 

파농은 저개발국가의 민족 부르주아지는 쓸모없고 유해한 중간층이며,

따라서 당이 이끄는 대중과 의식 수준이 높고 혁명적 원칙으로 무장된 지식인의 공동노력을 통해

이들을 가로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르주아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느냐의 문제.

파농은 이에 대해서는 논리가 아니라 혁명적 행동의 측면에서 대답해야 한다고 말하죠.(P.181)

진경샘께서는 부르주아 단계를 뛰어넘자는 식의 파농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러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어 주셨고,

농노제와 짜르가 여전히 존재하는 봉건사회에서 사회주의로 나아가야만하는 과정에서

꼭 자본주의를 거쳐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촉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놓고 혁명가 자술리치와 맑스가 주고 받은 편지들을 언급하셨어요.

결국 맑스가 내린 결론은 부르주아지가 최소한의 역할도 해내지 못하는 경우,

자본주의 단계는 그냥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들,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진경샘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민족을 혈연적인 개념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nation의 번역어로서의 민족은 원래 혈연적인 개념은 아니었고

한국에서도 nation은 원래 국민으로 번역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독립신문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1902년 황성신문에서 두어 번 사용된 적이 있는 민족 개념은

흑인민족’, ‘백인민족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종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족개념은 190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대한매일신보에서 사용된 민족이라는 표현은 단군이나 역사와 같은 단어들과 함께 출현하면서

을사조약, 한일의정서, 만주땅을 중국에 넘겨주는 등의 사건들과 맞물려 있었고

따라서 식민지화되는 위기감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민족이라는 개념이 위기의식속에서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출현했던 예를 볼 수 있는데요,

프랑스에서도 nation(na[ɑ]sjɔ̃/나씨옹)’은 프랑스혁명 이후

프로이센과 함스부르크 왕가가 연합하여 프랑스를 치려고 하는 위기적 상황에서 나왔다고 하죠.

레닌도 식민지의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민족주의를 구별하고

식민지의 민족주의 쪽에 긍정적인 의미를 두었다고 합니다.

침략적 형태의 민족주의는 파시즘이 되지만

위기로부터 단결을 호소하는 민족주의는 운동으로서의 민족주의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파농도 알제리 해방운동을 민족이라는 단위로 이루어내고자 했기 때문에

민족이라는 개념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 같습니다.

여러 논의를 통해서 저는 결국 파농이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단위를

개념보다는 운동성으로 이해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

 

 

 

, ‘민족주의아프리카주의의 공존가능성 ⼀아프리카로 탈영토화된 민족개념

 

 

 

부족이나 종족으로 환원되지 않는 민족을 이야기하면서도 파농은 약간의 동요가 있지 않았을까.

아프리카주의는 백인에 대한 흑인의 문제인 것인데

아메리카의 흑인들은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가 아프리카의 흑인들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사실에 착목하게 되었고,

파농은 주어진 조건들에 따라 흑인들의 문제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흑인정신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흑인문화와 아프리카 흑인 문화는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되죠.

왜냐하면 그 문화들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든 문화가 일차적으로 민족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파농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주의에 대해서 적극 지지하는 입장,

즉 통상적인 민족주의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민족 단위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렇듯 두 가지 입장의 공존이야말로 파농의 민족개념이 특별해지는 이유가 된다

진경샘께서 강조하셨어요. 아프리카 탈영토화된 민족개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 ^

 

 

 

, “그래, 나 검둥이다!!!” 자신이 검둥이임을 자처하는 흑인-되기의 역설적 중요성

 

 

 

영진님께서 지배 세력의 문화에 동화된 원주민 지식인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과정을 겪고

결국 그들이 백인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자신의 문화를 찾는 지점,

즉 자기민족으로 돌아가는 국면에 대해서 언급을 하셨는데, 정말 흥미로운 논의로 확장되었습니다.

그 국면에서 원주민 지식인들은 백인이 바라는 검둥이가 아닌 '진짜 검둥이'가 되려고 합니다.

진경샘께서는 자신이 검둥이임을 자처하는 것의 역설적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흑인이 백인이 되었다가 다시 흑인이 되는 과정흑인-되기라고도 표현해 주셨습니다.

백인들에게 설득을 당하고 서약을 한 원주민 지식인들이 자신의 측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은

백인이 만든 식민주의적 방법과 체제가 근본적으로 실패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 나 검둥이다!!!”라는 식의 자처는 이 텍스트의 제목처럼

우리는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이다라고 자처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죠.

파농이 말하는 세 가지 단계, 즉 무제한적인 동화의 단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상태, 투쟁의 단계(p.224~226)를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원주민 지식인들은 백인을 척도로 삼는 태도를 버리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텍스트의 제목이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라고 붙여진 연유에 대해서

카게모토 츠요시님의 설명이 있었는데요,(지영님의 똑부러진 제보에 의함!)

일본어판 역자 후기를 보면 1871년 파리코뮌 때 철도노동자 외젠 포티에가 가사를 쓰고,

1888년에 가구 세공인 피에르 드제이테가 곡을 붙인(그러고 보니 작사작곡 둘 다 노동계급이 한 것이네요~)

인터내셔널(L'Internationale/랭테르나시오날)의 첫 부분 가사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요기조기 제가 좀 뒤져보니

한국어 번역은 어라 노동자의 군대여이지만

조선어 번역은 일어나라 저주로 인()맞은 주리고 종된 자여

일본어 번역은 "えたるよ"(일어나라 굶주린 자들이여) 였는데

북한이나 일본 쪽 번역이 파농의 취지에 더 잘 부합하는 것 같아요. *^ ^*

 

 

 

, 새로운 가능성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서의 회귀

 

 

 

그러나 원주민 지식인들이 흑인의 민족 문화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찬사 그 자체,

혹은 과거로의 영광스러운 회귀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합니다.

파농은 백인들의 문화로부터의 후퇴,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는 예전에 있었던 전통이나 관습으로 회귀하자는 방식으로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인적인 현재로부터 되돌아가는 것, 그래서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으로서 회귀를 강조합니다.

 

 

 

다섯, 만담꾼 집합적 신체공동성을 형성하는 리듬에 대하여  

 

 

 

지영님께서는 파농이 문화의 창조자로서 만담꾼들을 예로 든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여기에서도 재미있는 논의들이 쏟아져 나왔답니다.

알제리에서는 1952~53년부터 만담꾼들의 화법과 내용들이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서사시가 다시 등장하면서 만담꾼은 청중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진정한 혁신을 일궈내고

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청중에게 전달되었다고 파농은 강조합니다.

지영님은 만담꾼과 민중이 대면하여 이루어진 소통가능성에 주목하여

그들이 청중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양식, 즉 민족적 양식을 만들어 간다는 점을 포착했고,

남희님께서는 이러한 장()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창조력과 상상력에 대해 주목하셨죠.

큰콩쥐는 강도나 부랑자와 같은 반사회적인 인물들이 서사에 수용되어 재구성되는 방식에서

만담꾼이 민중에게 세계를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심유미님께서는 이러한 장()을 새로운 민족,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는 장소로 보셨더랬죠.

영진님께서는 파농의 논의를 언어가 가지는 신체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셨고

재숙님은 파농이 이야기하는 탈식민화라는 것이 결국 새로운 유형의 인간형을 창조하는 존재론적인 것이라는 지점을 강조하시면서,

만담꾼을 통해서도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식의 그의 사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진경샘께서는 민중이 새 운동과 접촉하면 새 삶의 리듬이 생겨나고 잊혀진 근육의 긴장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는 지점,

파농이 리듬이라는 표현을 그의 글에서 종종 사용한다는 것에 주목하셔서

스피노자의 사유를 빌려오셨는데요,

함께 움직이면서 서로가 공통의 어떤 것을 형성하고 집합적인 신체를 구성하는 것.

리듬을 통해 새로운 개체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음악적인 것, 구술문화에서의 음조나 리듬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요,

깃발은 없어도 노래는 없으면 안 된다는 식의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이 되겠죠.

공동성을 형성하는 리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ㅠ ㅠ* 아으오늘도 어김없이 저질 몸뚱이가 몸부림을 치네요.

후반부에서도 중요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체력이 회복되면 후반부 논의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금요일밤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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