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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작년 이맘 때, 제1회 국제워크숍 강사셨던 사카이 다카시 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안부를 물으며 최근의 관심사도 뭔지 알려달라고 하니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지요.

이제 보니 다니가와 간과 같은 문제의식을, 혹은 다니가와 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계셨나봅니다.

  

 

from. 사카이 다카시            to. 수유+너머

'요즘의 저'

작년 여러분들에게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일본을 벗어나 최초로 경험하게 된 아시아의 도시가 바로 서울이 되었지요.
이는 수유+너머에서의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이는 더없이 익사이팅해, 이후 제 발상의 방법이나 생각방식 등도 다소간 변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코뮨’이라는 개념을 조금이지만,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여전히 대학에 물려있고, 한달에 한 번 현대사상지에 오오사카론을 연재하는 등의 일 때문에 매달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에요.
도시론 덕분에 천천히 도시를 거닐 수도 없는 모순에 직면해 있지요.

최근 제 관심의 지도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오오사카大阪론을 하면서 점점 관심이 서일본을 향했고,
최근에는 오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 세토나이瀬戸内 북큐슈 그리고
제주도, 조선반도 남부와 같은 지역 규모로 관심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출신지가 큐슈예요. 큐슈, 그 중에서도 저의 출신지인 북부 큐슈는 탄광이라는 일본 자본주의의 원시적 축적을 떠받쳐온 공업의 중심지입니다.
거기에서 아마미奄美 오키나와沖縄와 조선반도 그리고 중국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 저가의 노동력으로 모집되었습니다.
그곳에 일본자본주의의 ‘원죄’가 있는 것입니다.
한편 큐슈는 조선반도, 아마미 오키나와와 근접해있어 일본이라는 틀로 수렴될 수 없는 독특한 지리감각을 가져,
이를 토대로 독특한 구상을 가지는 사상가와 활동가를 배출해왔습니다.
물론 이는 아시아에 대한 침략과도 이어지고 말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침략적 체질도 포함해서,
일본이란 국가를 아시아라는 시점에서 철저하게 상대화할 지향성도 만들어왔던 것으로도 보입니다.
많은 사상가와 활동가는 이 두 요소를 아울러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 관심이 가는 것은 이런 ‘위험한 사상가’들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도 다시금 한국에 찾아가고 싶습니다.
어찌됐든 수유+너머에는 또 다시 슬쩍 들르고 싶어요.
저 언덕너머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광경은 좀처럼 잊기 힘든 구석이 있거든요.

                                                                                                                                        2009, 2월 사카이 다카시

 

1회 국제워크숍에서 열심히 번역했던 사카이 샘의 <자유론>도 그린비에서 곧 번역 돼 나올 예정입니다.

참~ 질긴 인연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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