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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워크샵 6주차 후기

꼬꾸댁 2010.06.19 01:18 조회 수 : 2877

내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뭐하지만, 나는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ㅡㅡ;;;

적어도 어떤 관료적 사회조직에 속해 있었을 때,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위치와 나 자신의 등과관계를 자연스럽게 인정 했을때,

그 책임감은 능력이었고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런 관료적 조직을 떠나 무언가를 찾아보고자 했던 경험 속에서,

처음으로 나는 나의 그 강한 책임감이 스스로에게 독이되는 것을 경험 했다.

그 경험이 무엇인지 알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몇 일전 문득 '내게는 무책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무책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자에게 책임감은 족쇄일 뿐 능력이 아니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좁혀지는 갑갑함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스스로를 어떤 포지션과도 등가관계 맺지 않고자 했을때, 

모든 포지션에 대한 책임감에 파뭍혀서 그 책임감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어버렸던 상황.

<여성들은 어떻게 말하기 시작하는가>라는 이번주의 글들은 그런 나의 사적인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책임감'이란 단어를 살짝 '사랑'이란 단어와 바꾸면서.......

   

지난주 타니가와의 글을 '사상(이데올로기)'을 중심으로 읽었다면, 이번주엔 분명 '조직'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의 조직론은 여타의 혁명적 조직론을 닮은 듯 하면서도 멀리에 있다.

일단 나는 그의 조직론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 1학년 때,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진절머리를 쳤던 경험이 떠올랐다.

남성중심적 사회만큼이나 내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아직도 그것이 페미니즘 자체의 시각에 관계되는 문제였는지, 그 맴버들의 문제였는지를 잘 모르겠다.

어쨋든 나는 늘 여성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정립하지 못한채로,

그 고민을 여타의 삶의 문제들 뒤로, 뒤로 밀어두면서 중성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단 타니가와는 조직과 여성의 이질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주부회가 남자들의 조직과 닮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돌멩이 같은 정지상태에 걸려드는 것"이라든지,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은 여성들의 체내에 들어간 이물질에 불과하다."는 등의....

타니가와는 조직과 여성의 그런 이질성에 대해 '그녀들'의 책임도 '그'의 책임도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남과 여의 '관계' 그 자체라고 말한다.

 

조직은 관계다. 흔히 여성은 관계의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타니가와는 반대로 조직(관계)는 여성들의 체내에 들어간 이물질이라고 말한다.

이해가 안갔다. 하지만 또 이해가 간다.

내가 중성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가 용납하는 혹은 요구하는 여성적인 사랑으로는 도저히 숨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여성적인 사랑을 하며 그 여성적인 사랑으로 조직을 만들어 낼 때,

필연적으로 나는 나로부터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여성이 사랑으로 관계를 맺을 때, 스스로를 배제한 관계속에 포함되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내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할 줄 모르는 남자랑은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은

타니가와가 말하는 "사랑하면서도 죽음을 원한다."는 주부회원의 말을

미리 경험(예측)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할 줄 아는 남자,  그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일상에서 해 내고 있는 남자에게

내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해 주고 싶어져서 그렇게 하는 행위는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럴 줄 모르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혹은 그것을 하지 않으려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그것은 역할이자 의무이고 포지션이며, 그런 역할을 해야할 순간 그 역할을 제외한 나는 사라진다.

나는 그 역할이나 의무를 게을리 할 위험이 있는 삶의 어떤 특별함도 찾아서는 안된다.

결국, 나 자신조차도 찾아서도 안되고 사랑 할 수도 없다.

그런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중심으로 어떤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나는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방 따위 죽어버리면 차라리 후련하겠다."

남자와도 형제와도 건강한 부모님과도, 적당히 중성적인 관계로 여성적 사랑을 회피해(?) 온 내게도

철저히 여성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픈 엄마와의 관계.

앞으로 형제들 즉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타니가와가 말하는 "집단적 성애'의 형식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나 또한 '사랑하면서도 죽어버리기를 원하는' 그 아프고 잔인한 현실속에 나를 던질지도 모른다.  

           

여자들이 "사랑을 찾아 사랑을 잃어간다."라고 한 타니가와의 말은

그런면에서 비단 남자, 여자의 문제라고 볼수도 없다.

주는자와 받는자, 보살피는 자와 보살핌 받는자, 배려하는 자와 배려받는 자, 명령하는 자와 명령 받는자

 그들의  위치가 고정적으로 결정되어 변하지 않는 관계로서의 '관료적 관계'마저 형성하지 못하는 관계.

즉, '보살핌 받는 자'에 대비되어 '보살핌'이라는 역할로서만 존재하면서 '보살피는 자'로서도 설수 없는 이상한 관계.

<결과적으로 어느쪽이 스스로를 말소해가는 그런 관계로 점철되는 모든 조직>의 문제일수도 있다.

 타니가와는 그 문제가  관료적 관계의 형성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관료적 관계는 결코 모순이나 대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모순들을 심화시켜 넘어 설 수도 없다.

그런 문제라면 그건 이성이나 동성의 문제를 넘어서고, 어쩌면 인간 간의 문제마저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타니가와의 글을 읽고 '이성애중심적'이라고 비난했다는 사람들이 있대서 하는 말이다.

 

타니가와가 서클을 이야기 할때 실감을 두종류의 이질적인 계열로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내부로 폐쇄됨에 따라 완성하려고 하는 것" 과

"외부로 넓혀져 자기를 넘어섬으로써 모순을 심화시켜 또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 용해되는 것"

그는 서클의 실감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질적 측면에 충실한 '조직 원리'는 있어야 조직자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조직원리로서의 실감은 두 계열로 나뉘고,

그 두계열이 구별될 수 없다는 점에서 늘  '실감주의'를 무작정 긍정할 경우

"내부로 폐쇄됨에따라 완성하려는" 실감을 조직원리로 갖게될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는 말이 아닐까.

따라서 조직원리로 작동하는 실감이 두 계열중 어떤 것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나는 여성으로서의 조직을 포기한 채로, 중성적인 포지션에서만 조직을 이루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타니가와가 말했듯이 내가 여성인 한 누구보다도

'여성= 나' 그 자연스러운 나로서 만들어갈 수 있는 조직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말소하지 않는채로 관계맺는 여성, 그 가능성을 타니가와는 <집단적 성애>에서 찾는다.

그래서 내가 자연스러운 여성인채로 조직(관계)을 원하는 만큼 더더욱 타니가와가 말하는 "집단적 성애"나

" 사랑이 깊어질수록 고독이라는 무의미로 결정화 되어가는 경향의 끝에서 폭발하는 새로운 질"을

절실하게 삶으로 찾아내고 싶어진다.

세미나 도중에 들은 말들로 니체에게 느꼈던 배신감을 타니가와에게 다시 느끼게 되는 듯도 했지만,

그의 삶이 어떠했건, 적어도 그의 글들은 내게 어떤 사상보다 페미니즘적으로 들리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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