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니가와 간의 글이 지루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강렬해서(난해해서^^),
또 그가 '저항(방어)의 강도'와 '폭발의 강도' 사이에 일종의 비례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듯도 해서,
당분간 내 안의 '침묵하는 무'를 '방어하는 무'인 상태로 그냥 내버려두고 싶었으나,
'삼세번' 지명하는 반장의 '공격하는 무'의 강도도 만만치 않아 보여서,
몇 자 적습니다~^^
* 타니가와 간이 어떤 삶의 궤적을 밟았는지, 아직은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몇 편의 글은, 그가 '한 때' 가장 강렬했던 삶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그 '한 때'란 일본 운동사의 결정적인 한 '시대'일 것이고, 그의 개인사에 있어서 가장 왕성하고 치열하게 활동했던 한 '시절'일 것이다.
타니가와 간은 '시대의 강도'를 온 몸으로 살아낸 한 명의 '활동가'이자 '시인'이었음에 틀림없다.
대중 속의 '침묵하는 무'에 대한 그의 긍정은, 한낱 화려한 수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글에는, 진정으로 대중과 교감하고 대결해 본 자, 진짜 그 무엇인가를 느끼고 본 자만이 전할 수 있는 강렬도가 있다.
일본의 '마을'과 '서클'에 대한 T씨의 논평에 대한 그의 비판(6p)이 대표적인 예다.
'공허한 (서구적, 또는 근대적) 논리'의 극복, '속류 대중주의'의 극복.
아마도 이 두 가지가 그가 느낀 당대 일본 운동의 '시대적 과제'였고, 그가 활동가로서 치열하게 돌파하고자 했던 '문제'였던 것 같다.
'공작자'는 그런 문제 설정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얼핏 그의 '공작자'에 대한 설명은, "전위와 대중 사이의 지도와 피지도의 변증법"에 대한 고전적 명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은 그 '변증법의 논리'가 빠질 수 있는 '공허함'이다.
그가 드러내는 '세심함'에 대한 옹호, '공허함에 대한 분노'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자기 분열의 필연성'에 대한 탈-근대적인 주장이다.
"핵융합을 야기하는 최초의 핵분열"(5p)
핵융합은 핵분열을 전제로 한다. 아마도, '핵융합'이 '공동체'라면, '핵분열'은 '사적 소유 의식(감각)의 소멸'(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분열= 실체로서의 주체의 소멸)일 것이다.
그는 공작자의 임무가 민중의 '자기분열'을 야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임무는 공작자 자신이 '자기 분열'에 이를 때 비로소 완수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공작자가 공작자일 수 있는 것은, 민중이 (-)공작자가 되어줄 때라는 것이다. 공작자는 고정된 자리의 이름이 아니라, 활동 속에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기능이다.
'주체'가 아니라 '매개'인 것이다. 아마도 그가 그리는 공작자의 활동은 '논리적 설득'이나 '의식화' 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론적 교감과 충돌 같은 것일 게다.
그는 "성애와 혁명의 동일성"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5p) 그는 진정한 성애란 자기 소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쨌든 그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분석에서처럼) '혁명의 논리'가 '성애의 논리'와 같다는 것이 아니라, '성애의 논리'가 '혁명의 논리'와 같다는 것이 아닐까?
타니가와 간을 읽으면서 자꾸 머리 속을 맴도는 한 가지 생각.
모든 시인이 혁명가는 아니겠지만, 진정한 혁명가는 어느 순간 일종의 시인이 된다.
진정한 '시'란 언제나 "보상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주체'가 없는 곳에 어찌 '보상'이 얘기될 수 있을까?).
그런데, 꼭 '시'를 써야만 '시인'이 되는 걸까?^^
공작자가 민중과의 교감? 일체?를 이루는 핵융합의 전제는 자기속의 민중을 발견하는 핵분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민중과 하나되어 그 민중의 실재감각을 이끌어내는 원천적인 힘은 원점과의 만남, 껴안음 일것 같기도 해서요.
매개 라는 의미의 공작자는 지식인과 대중을 잇는 매개가 아니라, 원점과 민중을 동시에 발현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아닐까여?
그런데 그 원점이라는 것이 꼭 공작자나 대중 밖에 외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민중과 공작자의 찐한 만남(민중이나 공작자 각각의 측면에서는 찐한 분열?) 자체가 원점의 발견이나 창조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쌤 말마따나 당분간은 그냥 침묵하면서 찬찬히 타니가와의 생각을 따라가기만 해야 할까봐요.
뭔가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헷갈리고 꼬이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