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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상영회 「철학에의 권리」를 준비하며 

니시야마 유지(Yuji Nishiyama)

 

이 영화는 1983년 자크 데리다 등이 파리에 창설한 연구 교육의 어소시에이션 <국제 철학 콜레주>에 대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본 작품에서는 이 연구 교육 기관의 독창성을 구체적인 예로 들며 수익성이나 효율성이 추구되는 현재의 전지구적 자본주의 속에서 철학이나 문학, 예술 등의 인문학문적 가능성을 어떤 현장을 통해 구상하고 실천하면 좋을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대학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진행돼 왔습니다. 그로인해 저는 대학의 제도라든지 연구 교육이 어떠해야하는가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설치 기준이나 커리큘럼이 자유화되어 대학원생의 수가 4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국립대학은 독립 행정법인이 되어 기획과 운영의 자율성이 주어졌습니다.

 

또 저는 최근 10년 정도 대학원과 비상근 강사 등 불안정한 신분에 몸담는 동안 대학이라는 제도권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학부생들은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졸업해 취직합니다. 정규교직원들은 닥친 일들에 쫓겨 대학이라는 제도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저는 학생과 정규교직원 사이의 불안정한 신분에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대학 제도권의 문제나 모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바다 건너 프랑스의 데리다 등이 창설한 철학 학교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데리다를 소개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국제 철학 콜레주의 사례에서 출발해, 대학과 인문학을 둘러싼 저 자신의 물음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국제 철학 콜레주는 꽤 독창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것은, 이 국제 철학 콜레주가 돌연 기적처럼 출현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먼저 역사적 배경을 볼까요? 프랑스에서는 68년 5월 혁명 직후 대폭적인 대학 개혁이 이루어졌습니다. 과격한 정치 활동으로 달리는 젊은이의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파리 교외 뱅센에 실험 대학이 만들어진 것이죠. 트로트키스트나 모택동파에서 공산당 지지자까지 이 대학에 모였고, 푸코와 리요타르, 들뢰즈 등이 교단에 섰습니다.

 

대학 입시 자격이 필요 없기 때문에 노동자나 예술가도 환영받았습니다. 출석도 시험도 없고요. 대강의실에서의 강의는 없으며 수업은 소수의 토론 형식을 취합니다. 단위 호환(역주-학점 교환?)이 없는 외국인도 받아들였습니다. 이 실험 대학은 파리 제8 대학이 되고, 80년대에는 점차 그 전위성을 잃어갑니다. 그 흐름 속에서 68년과 실험 대학의 정신을 계승하는 형태로, 83년에 국제 철학 콜레주가 창설되었습니다. 이처럼 정치와 대학, 운동과 연구의 접속과 연속에 대한 물음은 수유너머의 절실한 물음이기도 하겠지요.

 

다음으로 사회적 배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에게 철학 수업은 필수입니다.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소르본 대학 철학과를 필두로 철학에 대한 연구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그 밖에도 공적인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대학 입시에도 철학이 있으며 철학 교원의 자격시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철학 교사는 국가 공무원이며, 시험 역시 국가시험이기 때문에 [철학은] 국가에 의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통제를 받기 쉽습니다. 철학자 및 텍스트의 선정, 철학사의 정비, 교원의 재생산, 교육 내용에 대한 지침, 시험의 경향과 방침에는 각 시대의 정치적인 힘관계가 더해집니다. 국가와 학문이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대학 제도권에 대하며 재야에서의 사적 활동도 활발합니다. 강단講談철학에 대한 재야의 사상가라고 하면 실존주의자 사르트르가 상징적입니다. 그는 잡지 <현대>를 주재 하고 문학 비평도 집필하면서 정치적인 활동 역시 행했습니다. 20세기 초두 프랑스에서는 노동자에 의해 민중 대학(Universits populaires)이 230 군데나 창설되었습니다. 그 역사는 일단 끊깁니다만, 60년대에 부활되어 철학자 미셸 옹프레의 민중 대학 등 현재는 100 군데 이상 설립돼 있습니다. 90년대는 파리에서 철학 카페가 만들어지고, 일본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대학과 재야, 연구자와 사상가, 재생산과 생산이라고 하는 물음을 제기해 둡시다.

 

국제 철학 콜레주는 대학이라는 제도권에서 정당화 되지 않은 연구 분야나 주제 앞으로 기회를 주려 합니다. 자격이나 신분이 아닌 계획서만으로 디렉터를 선발해 〈철학을 가르칠 권리〉를 개방합니다. 또한 등록제 없이 무료이기 때문에 〈철학을 배울 권리〉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 활동을 시야 안에 두고 있으므로 일정한 수준의 연구 교육 역시 전개됩니다. 대학 제도권과 재야 사이에서 콜레주는 인문학의 새로운 제도적 디자인을 묻는 것입니다.

 

인문학을 대학 제도권만으로 실시하는 것의 한계를 근거로 하고 일정한 전문성을 유지하되, 인문학의 학식을 재야로 열어 가는 것. 이것은 수유너머가 오랜 세월 실천해 온 물음이지요. 영화 속에서도 카트린느 말라부가 수유너머를 인용하고 있지요.

 

영화 「철학에의 권리」는 작년 9월부터 미국, 일본, 프랑스, 홍콩에서 순회 상영을 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약 35회 상영이 되었으며 2500명 정도가 상영회장에 발길을 옮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국의 수유너머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nishiyama,「철학에의+권리」토론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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