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워크숍 :: 해외연구단체ㆍ연구자와 함께하는 워크숍입니다!


[국제워크샵] 꼬꾸댁's 마지막 후기

꼬꾸댁 2010.08.24 05:55 조회 수 : 5927

국제워크샵 마지막 날을 보내고 집에 들어왔는데, 쉽게 잠이 오질 않습니다.

준비세미나를 할 때, 타니가와 간의 글을 하나 둘 접하면서

그때는 정말 그의 이론과 개념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잠이 오질 않았는데,

준비세미나가 끝나갈 무렵, 국제워크샵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내가 그렇게 매달렸던 원점, 공작자, 플라즈마, 마이너스, 플라스, 차별 등등등

더는 그런 개념들이 미칠만큼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다른 궁금한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생기긴 했지만, 그걸 말로 만들수도 없었구요.

그래서 첫날은 그냥 심드렁 하면서, '이게 말로 듣던 국제 워크샵이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요.

'요네타니 선생님이란 분이 준비세미나 기간중에 왔으면 더 좋았겠다.'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했구요.

실은 국제 워크샵 기간에 보이지 않으셨던 소량쌤과 린이때문에

'국제워크샵 따위는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못된 생각이 제일 컸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국제워크샵 기간중에 세번째 날이었던 22일 강의에서

'두개의 촛점을 갖는 타원- 전형기에서의 분열된 혼'을 얘기하실 때,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내려서 혼자 적잖이 고생을 했습니다.

미친여자처럼 보일까봐 화장지로 땀 닦듯이 눈물 훔쳐내느라구요.

사실은 감기걸린 것 처럼 코를 풀어야 할 많큼 그렇게 많이 울었더랬습니다.

집에와서 눈물이 쏟아져 내리게 했던 그 문장을 보니, 그리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 타원인 한 그것은 깬 채로 자고, 자면서 깨고,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울고, 믿으면서 의심하고, 의심하면서 믿는 것을 의미한다.>

제가 그 문장에 그렇게 눈물이 나야 했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그게 제일 궁금했지만, 그걸 요네타니 선생님께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어요?

 

선생님은 타니가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으로서의 '전환기'를 이야기 했지만

제게는 그 전환기가 꼭 50년대와 60년대 혹은 어떤 역사적 사건을 주변으로 펼쳐지는

시대적 구분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대와 전근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장애와 비장애, 여성과 남성......

삶의 어느 것 하나가 아닌 숱하게 많은 삶의 요소들이

두가지 중심축으로 돌면서 일으키는 혼란과 착란의 타원속에 존재하는 사람은

그 시간적 배경이 언제이건 전환기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참 늦되는 사람입니다.

교직생활을 좀 했는데,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10년을 살고서야 그러고도 아주 어렴풋이 '학생-되기'가 되었던 사람이니까요.

사실 타니가와를 가장 부러웠고, 존재의 위계를 느꼈던 것은 그 지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빨리 광부-되기가 가능했던  그의 능력 말입니다.

아마 타니가와 자신에게 묻는다 해도, 그래서 그가 섬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해도

그것이 '제게' 답이 될수는 없을텐데,  그 질문 또한 요네타니 선생님께  던질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ㅠㅜ

 

정말 정말 늦되는 타입이다 보니까

아마도 선생님이 한국을 떠나시고도 한참이 지난뒤에, 어쩌면 몇년 쯤 지난 후에

"아.... 그때 요네타니 선생님께 그런 질문을 드리고 답을 구했으면 좋았을것을...."이라는

후회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또 뭘까요?

딱히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에둘러 얘기해서밖에 전달 할 수 없는

어떤 감동이 있었다는 말은 전하고 싶기 때문인듯도 합니다.

 

 늘상 '그게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던 막연한 어떤 삶을

실제로 당당하게 살아 낸 어떤 사람을 만나게 해준 국제 워크샵과

일본에서 여기까지 날아와서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요네타니샘과 무시가상.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임은 느낄 수 있습니다.

 

제게 잊지 못할  경험이나 사람들은 언제나 제 삶을 바꿔놓곤 했습니다.

선생님이 현장인문학을 얘기하시면서 언급했던 고병권쌤도 그랬고,

저를 혼란과 분노와 분열속에 몰아넣었던 연구실의 '대중지성'이란 프로그랩도 그랬구요.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에 국제워크샵은 제게 어떤 영향으로 남겨질지 더 궁금합니다.

모든게 뒤섞여서 정리가 될것 같지 않은 지금의 시간들이 과연 지나가기는 할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 혼란을 폭력적으로 정리해 버릴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못했고, 그래서 감동적이었다는 말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감사한 생각이 들어서 후기를 씁니다.

 

워크샵 기간중에 보이지 않으셨던 김정민쌤께 쌤의 빈자리가 너무 허전했다고 꼭 전해 드리고 싶구요.

건강 안좋으시다고 했던 요네타니 쌤 건강관리 잘 하시라고 전해드리고 싶구요.

준비 세미나 기간동안 횡설수설한 후기들에 정성들여 댓글 달아 주시던 이진경쌤께도 감사 드리구요.

국제워크샵 준비세미나 함께 해 주신 님들~!

그리고 멀리 일본에서 와서 워크샵을 함께 만들어 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 드립니다.

(상 받은 것도 아닌데 뭔 수상 소감 같네 ㅠㅜ)

 

암튼..... 2010 국제 워크샵. 땡큐 앤 굿바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10회 국제워크숍] 죽음의 공동체, 생명의 퍼포먼스 oracle 2023.10.14 848
공지 [9회 국제워크숍] 신청 :: 포스트식민주의와 연루의 정치학 / 사전세미나 [64] 수유너머N 2014.11.03 5867
공지 [8회 국제워크샵] 신청 :: 스트리트의 사상가, 모리 요시타카 / 8.29(목)~30(금) [76] hwa 2013.08.16 13093
공지 [7차 국제워크숍] 신청 :: 불안정 노동과 포스트 미래주의 / 사전세미나 [4] 수유너머N 2013.02.05 14268
공지 [6회 국제워크숍] 공지 :: [일정변경] 유체도시를 구축하라! / 사전세미나 2011년 11월 ~ 2012년 2월 [72] 수유너머N 2011.09.06 10240
공지 [5회 국제워크숍] 신청 :: 대중의 주체화와 문화정치학 / 2.24(목) ~ 2.25(금) 수유너머N 2011.02.19 5323
공지 [4회 국제워크숍] 신청 :: 타니가와 간과 유민의 코뮨 / 8.9(월) ~ 8.13(금) [26] 몽사 2010.04.07 8119
75 철학에의 권리 file 위클리에서 2010.10.13 5204
74 구 국제워크샵 게시판 수유너머N 2010.09.27 14148
73 상영회. 철학과 대학은 제도의 무조건성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file 번역팀 2010.09.26 5600
72 상영회 「철학에의 권리」를 준비하며 -니시야마 유지- file 번역팀 2010.09.25 5299
71 작년 2월 수유너머와 UTCP의 워크숍 [인문학에서 현장이란 무엇인가] 중 니시야마 상 발표안 file 유심 2010.09.20 5644
70 「철학에의 권리――국제철학학교의 자취」 소개글 file 유심 2010.09.20 6317
69 9.27. 영화상영 및 토론회공지<철학에의 권리――국제철학학교의 자취> [3] file 국제팀 2010.09.09 12811
68 [그린비 블로그] 아시아/일본 출판회 후기 ! file 아시아/일본 2010.09.08 6270
67 [그린비 블로그] 아시아/일본 서평^^ file 아시아/일본 2010.09.08 6978
66 국제워크샵을 준비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4] 낙타 2010.08.27 5125
» [국제워크샵] 꼬꾸댁's 마지막 후기 [6] 꼬꾸댁 2010.08.24 5927
64 [4회 국제워크숍] 공지 :: 8.23(월) 17:30 <‘유민’의 코뮨, ‘자립’, 근거지 - 큐슈(미나마타, 치쿠호우)/ 조선/ 오키나와> 발표안 file 유심 2010.08.23 5300
63 8.22 국제워크샵 3차 후기 + 사진들 [4] file 이파리 2010.08.23 4532
62 타니가와 간 후기 은선 2010.08.23 4433
61 와다씨는...잘 지내요 [3] 은선 2010.08.22 4083
60 탄광의 노래_가마가사키 여름마츠리에서 [1] file orsay 2010.08.22 6919
59 타니가와 간 상의 유언 - 그대, 좀 더 미쳐라 / 무시가 무네히로 file 무시가sang 2010.08.21 3897
58 와다씨...는 [3] 은선 2010.08.21 3496
57 [4회 국제워크숍] 공지 :: 8.22(일) 14:00 [공작자'라는 미디어서클 '집단'의 문화혁명] 발표안 file 번역팀 2010.08.20 3236
56 [4회 국제워크숍] 공지 :: 8.20(금) 19:30 [타니가와의 코뮨주의 '원점', '공작자' 그리고 '유민'의 코뮨으로] 발표안 번역팀 2010.08.20 281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