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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번째 심신분리변신합체 중

 

길에서 잠이 깬 적이 있다. 강남역 공중전화 부스, 신촌 독수리빌딩 앞 이외에도 새벽녘 어느 맥주집 화장실에서 잠을 깬 적도 있다. 이런 경우에 내 몸은 계단을 구르고, 바닥에 곤두박질쳐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때로는 순간이동을 하기도 한다. 분명 광화문 뒷골목에서 사케를 마시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내방이다.

’나’라고 생각되는 그것은 잠시 몸과 분리되어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을까? 기억에 쌓아놓은 정보들이 ‘나(자아)’라고 한다면, 나라고 여겨지는 정보가 소환되지 않으면, 몸이라는 덩어리만 남게 되는 것일까? 자아라고 믿는 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이 몸뚱이에는 아집이 남아 있지 않게 될까?

 

작동한다 한들 무엇이 다를까?

물속에 던져진 몸은 마음과 또다시 분리된다. 여전히 이놈의 덩어리는 육지생물의 기억을 고집한다. 끝내 폐로 공기를 들여보내야 직성이 풀린다. 물속을 유영하고 싶은 마음의 부탁을 몸뚱이는 야멸차게 외면해 버린다.

어쩌다 보니 땅위를 걷는 동물로 태어났다. 못마땅하지만, 지금의 몸으로 감각하고 습득하고 기억한다.

 

사십사 곱하기 삼백육십오 곱하기 이십사 곱하기 육십 곱하기 육십.

시간의 최소단위를 1초라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내 몸이 살아온 시간은 ‘십삼억팔천칠백오십팔만사천’초이다. 매 순간 새로운 사고와 연하여 기인한 바와 맞닥드린다고 한다면, ‘나’의 개체수는 ‘십삼억팔천칠백오십팔만사천’ 개. ‘순간’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 본다면 이 숫자의 백배 혹은 천배이상이 될 수도 있다. 수십억 혹은 수백억 개체의 내가 쌓여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다행이다. 명확하게 알 수 없어서.

나인지 기억 못하는 나와, 나이면서 내가 못마땅한 나도 다수다중의 몇몇 양태일 뿐이라면 투덜투덜 거리며 백 만번 변신 합체 놀이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 끝에 닿아 있는 소리

버스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염불소리, 한족들의 노래소리.. 그 소리가 내 기억 어딘가를 자극하는지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난다. 여러 가지 소리를 읊조려 본다.

지금 갖고 있는 몸이 주체가 되어. 내가 기억하는 것, 내 몸에 중첩된 시간들의 흔적을 찾고 있다.

아득한 시간동안 지금 내 몸과 나누어온 이들이 갖고 있던 기억일부를 공유한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억을 넘나들고자 한다. 꿈과 현실, 어제와 내일을 오가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헷갈리는 것이, 현재의 몸 안에 들어있는 ‘나’를 버티게 할 것이다.

 

듣기 보기 맡기 마시기 변하기

여러 사람이 모여 소리를 내 보려고 한다.

소리가 쌓여 만들어 내는 파장은 각자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각자에게 내재된 기억들이 되살아날 것이다. 지금 안에 갇혀있는 마음을 풀어줄 변심술을 내린다. 술로 변신의 주문을 쓴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소리를 내고 소리 사이사이로 술냄새가 스며들 것이다. 자신이 도달할 곳을 상상해 본다.

1. 변심술_ 증류주 내리기 퍼포먼스_ 2017.jpg

 

변심술_ 증류주 내리기 퍼포먼스_ 2017

2. 변신기술-신체악기_ 1분 51초_2017.jpg

 

변신기술-신체악기_ 1분 51초_2017

3. 변심술_ 퍼포먼스_ 2015.jpg

 

변심술_퍼포먼스_2015

4. 변심술_영상, 증류주설치_2014 (1).jpg

변심술_ 단채널 동영상, 증류수설치_ 3분_ 2017

 

리금홍 Geumhong Lee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일상의 틈을 사소하고, 소심하게 관찰했다.

낯선 냄새를 쫓아 위구르까지 여행을 하고, 짜장면 조리법을 찾아 옌타이에도 갔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다. 몽골 초원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동네 노인정 할머니들과 꽃놀이도 갔다. 결혼이주자들의 아기를 돌보며 수다도 떨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전시도 하고, 책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들을 더듬고 있다. 물 속에 살던 생물들이 땅 위로 올라왔던 아득한 기억들까지 불러내려고 한다. 물 속에서 숨 쉬는 법을 익히고, 땅바닥에서 발을 떼어 공중으로 날아보기도 하고, 귀를 열고 머리카락을 곤두 세워 소리의 움직임을 듣는 연습중이다. 단련을 통해 변신하고 변심하여, 꿈과 현실과 어제와 내일을 오가며 세상 뭇 존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연구공동체 수유너머 104는 인문학 연구를 넘어, 다양한 관심의 촉수를 뻗어 일상과 공존하고 다양한 방식의 접속이 발생하는 공동체 실험의 장으로 복합공간 소네마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개소를 위한 우정전>을 시작으로 복합공간 소네마리는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예술가, 다양한 공동체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접속의 장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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