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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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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명 : 랭보의 발 (Rimbaud' feet)  /  놀이꾼 :  박지담, 이혜진, 황정화

다른 삶의 가능성을 더듬고 넘나드는 시간은 서로를 감염시켜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합니다...  수유너머104의 일상은 즐거운 사건이 되었습니다 ^^  

 

감염

 

걷기로 합니다. 앞서가던 사람이 계속 사라집니다. 걷고 걸어도 인적이 끊기는 땅. 가기만 하고 오지 않는 것을 재난이라 합니다. 외출을 자제해 주십시오. 출입 시 문단속 하시기 바랍니다. 문단속.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닫아 두는 것. 열어 두는 것. 탁. 탁. 발걸음이 들린 것 같습니다. 출구가 떠오르지 않아 위험하다 합니다. 힘을 빼야 합니다. 걷기로 합니다. 돈을 주지 않는 일요일로 갑니다. 소원을 떠올려 봅니다. 의외로 신성한 소원은 없습니다. 구경꾼이 진단서가 필요한지 묻습니다. 없이도 닫히면 열리고 열리면 닫힙니다. 외투와 가족이 필요한지도 묻습니다. 있어도 도달한 곳과 도달할 곳은 마찬가지 입니다. 멀리 가면 위법이라 합니다. 멈추지 않아야 멈출 수 있습니다. 광장에 다다릅니다. 행렬은 취객보다 요란합니다. 삼키는 것만 가르쳐 줍니다. 따라 하지 않겠습니다. 입 밖으로 나와도 놀라지 마십시오. 미덕입니다. 걷기로 합니다. 걷는 추상은 백색입니다. 정오에도 녹지 않는 것입니다. 폭설로 일부 지역이 통제되었다 합니다. 지붕도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눈이 왔던 나라를 지워야겠습니다. 지우면 멈추고 멈추면 쌓이는 힘이 빠지는 활동입니다. 힘이 빠질수록 백지가 됩니다. 힘이 다 빠지면 죽는다 합니다. 위안이 되는 말입니다. 걷기로 합니다. 닫히면 열리고 열리면 닫히고 사망자가 쌓여 갑니다. 사망자는 대부분 실종자 명단에 있습니다. 혼돈해도 괜찮습니다. 버티지 않아야 가볍습니다. 가벼움. 가고 오고 넘나드는 것입니다. 출렁출렁 빛나는 것입니다. 빛은 적나라합니다. 손을 뻗어 봅니다. 나는 뜨겁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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