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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토스케치] 왜 쪽방촌 주민들은 공동체를 만들었나? (2)

수유너머웹진 2014.05.29 06:51 조회 수 : 13

 

왜 쪽방촌 주민들은 공동체를 만들었나?

-화요토론회, 동자동 쪽방촌(사랑방) 이야기(2)-





지안/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아마 몇몇 사람들에게 쪽방이란 단어는 생소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사람이 누우면 거의 여유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은 거주 공간들이 쪽방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다. 게다가 이런 작은 공간들이 쪽방촌을 이루며 서울 시내 한복판에 다섯 군데나 자리하고 있다니! 서울 안의 쪽방촌 지역은 동자동, 남대문 5, 영등포 근처, 동대문 문구상가 안쪽, 낙원 상가 인사동 반대편, 이렇게 다섯 곳이다. 이번 화요토론회에서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쪽방이라는 거주 형태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동자동 쪽방촌은 주민들의 60%가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할 정도로 굉장히 빈곤한 지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빈곤하고, 각자 자기 살기 바쁠 것 같은 지역에서 2008동자동 사랑방이 생긴 것을 시작으로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빈곤 가구의 마지막 잠자리쪽방에서의 삶이란?

 

우선 쪽방이 무엇인지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쪽방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으며 임의적 정의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1.5평 정도의 작은방에, 취사시설이 없으며, 화장실과 세면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거주 공간을 일컬어 흔히 쪽방이라 부른다. 이런 점에서 고시원이나 여인숙 역시 쪽방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빈곤 가구의 마지막 잠자리로 표현되는 쪽방에서 살아가는 가구는 동자동에서만 1300가구 정도 된다.

현재 동자동 마을 공동체에서 절실한 문제는 크게 주거권과 건강권에 관한 것들이다. 그 중 주거권이란 국가 구성원으로서 적정한 주택에 살아야 할 권리를 말한다.” 이것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헌법 제 35조 제 3항에 근거한다. (부동산 용어 사전, 방경식)

쾌적한 주거생활”, “적정한 주택이란 표현은 참 애매한 것이지만 위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쪽방촌을 주거권이 보장되는 거주 공간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설이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은 건강권과 관련되어 더 큰 문제가 된다.

열악한 공간에서 살아감으로써 건강마저 잃게 된다는 점이다. 취사시설이 없다보니 조리와 보관이 편한 찌개류나, 인스턴트식품을 계속 섭취하게 되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이다. 우울증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데, 좁은 쪽방에서 갑갑한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정신스트레스, 불면증, 우울증, 자살충동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2012년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실시한 <동자동 쪽방주민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 중 자살충동을 느끼는 주민이 전체의 30% 정도로 나타났으며 그 중 15%1년 동안 1회 이상 자살 시도를 했다. 즉 열악한 주거 공간의 문제가 건강 상태의 문제까지 야기하는 것이다.

 

 


빈곤한 마을의 공동체, 쪽방촌에서의 삶이란?

 

빈곤하다고 공동체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냐 만은, 빈곤한 쪽방촌 주민들이 골 아픈 공동체를 굳이 만들고 유지해나가는 작업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에서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쪽방 건물은 옆방의 소리가 가까이 들릴 정도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반대로 쪽방에서 고독사하는 경우도 많다. 1월부터 4월 까지 총 6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이런 점에서 쪽방촌이란 고립된 개인들의 집합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기초수급비로는 저축도 불가능하고, 여가 생활을 누릴 수도 없다. 따라서 한정된 수급비로 시간을 버티면서 생존하는 삶이 주민들에게 몇 년씩 지속되었기에 쪽방촌 전체가 희망이 없는 지역이 되었다.

 

이런 지역에 일회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 희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얼마전에 서울시에서 동자동에 벽화 등을 그려 관광 특구로 지정 하려고 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관료들의 발상이란게 그렇지 뭐, 하며 모두들 와-하고 웃었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도 무엇보다 섬뜩한 일이다. 저들은 주민들의 빈곤마저 상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빈곤을 전시하고 관람하고픈 욕망은 "복지"가 아니라 "폭력"이다. 이뿐이랴. 명절이나 연말이면 기업이나 교회 등에서 찾아와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폭탄처럼" 펑펑 던져놓고 가는 오래되고 고약한 습관이 동자동을 지나칠리 없다. 이 또한 "복지"가 아니다. 이것은 주민들의 삶을 스스로 일구어나갈 수 있는 선물이 아니라 독이다. 토론회 내내 "주민들을 대상화시킨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토론회가 무르익을수록 "대상화시킨다"는 낡은 표현이 그토록 절절했다.

 

쪽방촌을 희망이 있는 지역으로 바꾸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은, 당장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그래서 동자동 사랑방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을 방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던져진 생필품들을 단순히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자치적으로 이 공간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 동네는 사는 맛이 있다. 그리고 서로 관계망이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다..” -화요토론회 발표 중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기에 도박이나 술 같은 것에 의존해오던, 가장 빈곤한 지역의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를 스스로 형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런 힘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건강을 돌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는 추상적 선언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발표자(동자동 사랑방 사무국장)꿈을 갖자, 같이 하자고 하면 잘 안 움직인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같이 운영하고,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소속감에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동자동에는 마을공제협동조합이라는 마을 은행도 생겼다. 마을 사람들끼리 출자금을 모아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소액이지만 은행처럼 돈을 대출하고 갚는 방식이다.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병원에 가야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동자동 주민 대부분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을 은행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외부에서 사람들이 왔을 때, 사랑방에 대해서 ‘우리가 하는 거’라고 자랑한다. 그런 공동체 의식이 있다.” -화요토론회 발표 중

 

 

 

어떻게 보면 동자동은 국가나 시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곳이다. 가장 크게는 주거나 건강의 권리들에서 소외되어있으며 금융 관계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그것을 국가와 시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에 마을공제협동조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할 방법들을 만들고 있다. 동자동 마을 공동체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삼는 것은 주민 자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을 받는 것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선시한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지원은 스스로 받지 않겠다 거부한다. 이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들을 공동체 차원에서 공유하고 바꾸어나가는 운동을 시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기분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서울시나 전국단위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동자동 마을 공동체는 그런 식의 마을 사업과 다른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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