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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는 있는가?

_김종곤,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 화요토론회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당신은 ‘코리언’입니까?


우리를 무엇이라 불러야할까?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인해 ‘조선’의 백성들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그들은 그곳에 정착해 ‘자이니치’로, ‘까레이스키’로 ‘조선족’으로 불리운다. 강제 이주를 모면했던 반도의 주민들은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북조선’의 인민들과 ‘남한’의 국민들로, 각자 다른 나라 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우리’일까? 그렇다면 ‘우리’로 부를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한민족’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역사적이고 폭력적인 분할을 봉합하거나 삭제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발표자의 문제의식과는 가장 멀리 있는 단어일 것이다. 그래서 김종곤 연구자(건국대 HK연구교수)는 이들은 ‘코리언’이라고 명명한다.  



억압된 리비도로서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트라우마


발표자는 한(/조선)반도가 겪었던 상처의 역사로 인해 "코리언"들은 집단적이고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 트라우마는 ‘과거 사건을 직접 경험한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아무런 체험과 관련성이 없는 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점, 더욱이 이는 세대를 넘어 후세대까지 연장되고 유전된다는 점’에서 개인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는 다른 양상으로 반복되고 전이된다. 이는 ‘한 사회의 이해불가능한 병리적 현상’으로 드러난다.

트라우마의 집단적인 전승 메커니즘은 심리적인 전이현상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전승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토대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의해 역사적 과정에서 좌절된 특정한 집단의 욕망은 한 사회의 구조적 조건에 의해 현재화되며 반복된다. 이 특정한 욕망은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무의식이 작동한 결과이다. 집단 트라우마는 이 욕망이 좌절된 것. ‘개인들의 개별적인 욕망이 억압되면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격에 따라 형성되어 있던 집단 리비도가 철회되는 것’이 집단적 트라우마이다.  






내가 겪지 않는, 하지만 겪고 있는 식민-분단 트라우마


‘코리언’에게 가장 큰 집단 트라우마는 식민 트라우마와 분단 트라우마이다. 이는 단지 과거의 특정 시점에 엄청난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화를 향한 코리언의 집단 리비도가 좌절된 계기였다는 점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한다. 특히 코리언의 경우 서구에서 진행된 것처럼 국가의 성립으로 인해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국가=민족이라는 오랜 역사적 실체가 있다는 점에서, 민족적 동일성을 바탕으로한 리비도적 결합이 강렬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근대 국가에 대한 리비도가 강렬할수록 그에 대한 좌절은 더 클 수 밖에 없다(국가≠민족이라는 어긋남). 

독자적인 근대국가의 좌절과 일제 강점기의 식민화의 과정은 식민 트라우마라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었다. 식민 트라우마는 독립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강제 이주로 인한 이산 트라우마와 전쟁으로 인한 분단 트라우마와 연결이 되면서 집단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삭제의 정치에서 치유의 정치로


발표자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현대 사회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병리적인 증상들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억압된 것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은 그것의 물질적인 토대가 있다는 것이고, 그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병리현상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치유’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때 치유는 비정상적인 증상으로서 트라우마를 없애고 정상적인 규범으로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좌절된 집단 리비도를 ‘우애로운 방식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통해 "생명력의 회복"이라는 의미에서 치유이다.

이러한 치유는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청산과 사과가 시작이다. 또한 일제 식민 지배는 분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국가≠민족이라는 어긋남을 국가=민족으로 회복하는 ‘통일 한(조선)반도’의 기획까지 실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때의 통일은 현재 지배층에서 구상되고 있는 경제중심의 기획과는 거리를 둔다. ‘분단으로 인한 서로간의 차이가 삭제의 정치로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민족의 리비도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는 상상적 공동체로서 민족을 부활시키자’는 의미에서의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이념으로 제시된 것이다.






남은 질문들


토론시간에는 하나의 집단을 상정하고 집단적 트라우마를 상정한다고 했을 때, 개인이 그 트라우마에서 이탈되거나 분열되는 미세한 양상과는 상관없이 특정집단으로 묶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점이 지적되었다. 동일한 사건을 겪었더라도 다른 양상의 트라우마를 겪는 집단들이 있다는 것. 그때의 트라우마는 ‘분단’이나 ‘식민’과 같은 명시적인 트라우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내용이다. 

또 다른 내용은 트라우마라는 개념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세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지 혹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이와 함께 트라우마가 등장하는 사회적 맥락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토론되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들의 행동이나 심리상태가 초기에는 병으로 인식되지 않았다가, 이들이 사회적으로 부적응하고 문제가 발생하자 그들의 문제를 증상으로 진단하기 위해 과거의 원인으로 회귀하면서 전쟁트라우마 담론이 형성된 사례도 논의되었다. 즉 분단이나 식민은 집단적으로 겪게된 사건이나 폭력이지만 그것이 현재에서 드러나는 양상은 현재의 빈곤이나 사회적 관계 등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다. 집단적 외상이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양상이 분석되어야 할 필요도 제기되었다. 


* 지면상 발표자의 자세한 답변은 싣지 못한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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