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특강 :: 화요토론, 시민강좌, 심포지움 게시판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에 있었던 <화요토론회> 후기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토론회의 제목은  “아버지 제가 불타는 게 보이지 않으세요?” : <꿈의 해석>에 대한 라캉의 오마쥬였고,
김현석 선생님께서 발표해주셨습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7장에 소개되는 흥미로운 꿈의 사례 하나를 가지고
현석샘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 꿈에 대해 프로이트와 라캉은 각각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진 _ 최진석.JPG

(화요토론회 사회를 맡아 주신 최진석 선생님,  
 "오늘 화토는 토요인의 맛뵈기로 신청 안 하신 분들은 오늘 강의 듣고 신청할 수도 있고
신청하신 분들은 뺄 수도 있고...", 화요토론회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해주셨습니다.)


이 꿈 사례가 담고 있는 생각은,
9년 전 현석샘께서 라캉과 프로이트를 처음 접하셨을 때 큰 충격을 주었던 주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을 만나시기 전부터도 개인적으로 오래 고민하신 주제라고 하시네요.
이날 참고한 책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7장과 라캉의 <세미나 11>이었습니다.
현석샘은 이 책들을 제일 좋아하고 또 많이 읽고 계십니다.
 

사진 _ 김현석 1.JPG

(화요토론회 발표자이신 김현석 선생님입니다. 
토론회 시작하기 전에 멋진 포즈로 사진 한 컷 부탁드렸습니다. 
왼손을 주머니에 걸친 채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적'이군요.) 


이 꿈은 <꿈의 해석> 7장의 서론에서 소개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죠.
 
어떤 아버지가 있다. 아들이 병에 걸려서 병간호를 했는데 결국 아이가 죽었다.
아들 시신이 있는 방 앞에 있는 방에 가서 잠시 쉰다. 그리고 시신은 어떤 나이든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꿈을 꾸었다. 꿈에 아들이 나타난다. 아빠의 팔을 잡고 속삭인다.
“아버지 제가 불타는 게 보이지 않으세요?” 그래서 잠에서 깨서 시신이 있는 옆방에 가보니까 진짜 불이 나서 아들의 옷에 옮겨 붙었다.
 
프로이트는 세 가지 해석을 내놓습니다.
 
첫째, 외부의 자극에 대한 꿈의 반응.
밝은 불빛이 문을 통해 새어나와 잠자는 아버지의 눈에 자극을 줍니다.
아버지는 꿈속에서 이 불빛을 보고 아들 시신이 있는 방에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합니다.
교과서적인 해석이고 프로이트 역시 <꿈의 해석>에서 많이 시도했던 방식이죠.
 
둘째, 소원성취.
프로이트는 꿈의 본질을 소원성취로서 정의 내립니다.
이 꿈 역시 죽은 아들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소망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죠.
 
셋째, 편의(便宜)꿈.
꿈은 형상화 작업을 통해 우리의 잠을 더 자게 만들어 줍니다.
예컨대, 목이 말라 물을 마셔야 한다면, 꿈속에서 물 마시는 장면을 만들어 잠을 더 잘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참으로 ‘매끄러운’ 해석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 세계가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해석될 리는 없겠죠?
프로이트도 이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뭔가 해석될 여지가 더 남아 있을 거라고 찜찜해 합니다.
 
(독일어 원문에 보면) 아들은 ‘비난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속삭입니다.’ “안 보여?”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이 나직하게 속삭이듯이. 섬뜩한 광경이죠. 앞의 세 가지 해석은 이 섬뜩함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를 라캉은 아버지의 죄악을 단죄하는 아들의 목소리라고 해석합니다.
 
현석샘은 좀 과격하게 해석하십니다.
‘내가 몰래 즐기는 건 그렇게 잘 찾으면서 이렇게 불에 타서 죽는 거는 못 봐?’
‘당신 소원대로 내가 불에 타서 죽으니까 좋냐?’
물론 현석샘이 평소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사진 _ 김현석 2.JPG

(화요토론회의 전체 풍경을 담은 사진입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죠?
특히 우측 하단의 진경샘께서 스마트폰 가지고 '실패의 반복'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라캉은 아들의 말이 사실은 프로이트의 말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가족의 반대에도 아버지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렀는데, 그 후에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반영된 꿈을 꾸었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죽었으면 하고 소망해서 돌아가신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 말이지요.
이렇게 그는 자기 분석을 통해 결국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자신의 중요한 발견을 대놓고 주장하지는 못하였죠.
‘너만 그래!’라고 욕 들을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살았던 인물이라 굉장히 조심했던 거죠.
 
어쨌든 <꿈의 해석> 7장에 와서 프로이트는 망설입니다.
수많은 꿈을 탁!탁! 해석해내는 이전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가 해석하지 못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 표상이나 언어로는 접근할 수 없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망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경증자 프로이트는 그런 흉터, 구멍, 간극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거세 콤플렉스를 동원하여 그 구멍을 메우려고 하고,
기억할 수 없는 무의식의 원-장면을 ‘재구성’하여 그 간극을 채우려고 하죠.
무의식의 정체를 발견하고야 말겠다는, 이 강렬한 프로이트의 신경증적 욕망이 정신분석학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에는 프로이트의 욕망이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욕망을 드러내고 다시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놓을 필요가 있겠죠.
무의식, 반복, 전이, 충동의 네 가지 개념으로 새로운 토대를 놓겠다는 것이 라캉의 기획이었다고 하네요.
 
이들 중 ‘반복’을 논의하는 곳에서 불 타는 아들의 꿈이 나옵니다.
라캉은 <세미나 11>에서이전의 자기 관점을 비판합니다.
더 이상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어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구조의 반복’에서 이제 ‘실패의 반복’으로 이행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꿈에서 깨어납니다.
왜 그랬을까요? 꿈속에 아버지가 감당할 수 없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직접 보려 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도피한 것이죠.
 
꿈이 소원성취라면, 꿈이 쾌락원칙에 지배되는 영역이라면,
바로 그 성취와 원칙이 실패하는 어떤 요소가 무의식에 존재합니다.
이것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어떤 것, 곧 ‘실재’라고 합니다.
 
우리는 항상 실재를 만나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실재와의 만남은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실패의 반복.
 
이 실재는 ‘대상 a’로도 불립니다.
원래는 나와 한 몸이었지만, 어떤 이유로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 이제는 나에게 영원히 상실된 대상이 되어버린 어떤 것.
우리는 그 영원한 상실을 메우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구멍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죠.
실패의 반복.
 
프로이트가 이러한 구멍, 결핍, 실패를 오이디푸스와 거세로 열심히 채워 넣으려고 했다면,
라캉은 실재와 ‘대상 a’로써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사진 _ 김현석 3.JPG

(이 사진 속에는 '대상 a'가 숨겨져 있습니다. 같이 찾아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될 듯해요.)

<세미나 11>은 ‘실재’에 관하여 라캉이 처음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책입니다.
(그럼 현석샘의 광고 들어갑니다.)
“<세미나 11>은 정말 좋은 책이에요. 그러나 혼자 읽기는 굉장히 어려운 책이죠.
2달 뒤에 <라캉 번역하며 읽기> 세미나를 할 텐데, 거기서 이 책을 읽을 거에요. 꼭 참석해 주시고요.
근데 이 책을 읽으려면 프로이트를 알아야 해요.
4월 23일부터 <프로이트 토요인문학>을 하는데, 토요인 강의를 들어야 라캉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캉을 이해하면 사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중략)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거 안 읽으면 후회하십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바라고, 토요인문학 강의도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토요인의 반장을 맡으신 재림님도, <프로이트 토요인문학>을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거들어 주셨죠.
하나 유익하다. 둘 친절하다. 셋 재미있다.
첫째, 인간의 심리와 정신분석학에 호기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겁니다.
둘째,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강의안을 챙겨드리는 친절함이 있습니다.
셋째, 현석샘은 어려운 내용도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내시는 희귀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사진 _ 송재림.JPG

(이번 토요인문학의 미래를 책임져주실 반장님입니다. 유익하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모습이네요.)


아무쪼록,  
이번 주 토요일 4월 22일부터 시작하는
[토요인문학] 시즌 2-1 ‘프로이트를 이해하기 위한 10개의 기본 개념'
많은 성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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