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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2015년 4월 7일 화요토론회

발표자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세월호 참사 1년,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임당 / 수유너머N 회원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 시행령에 대한 항의의 의미, 세월호 진실의 인양을 촉구하는 의미로 다함께 삭발을 한 날이 4월 3일이었다. 그 이튿날 한 SNS에는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밀고 있는 이의 동그랗고 예쁜 두상이 올라왔다. 벅찬 고마움을 참기 어려운 사진이었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또한번 유가족들 곁에 서 주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상임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류는 바로 그 몇 일 뒤 수유너머N을 찾아주었다. 그는 최근 세월호 1주기 행동을 꾸려나가고 있었고, 올 3월부터 1년간 여러 사람들을 모아 만드는 4.16 인권 선언운동을 추진 중 이다. 이래저래 목이 많이 상해있던 그는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정부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서 곧바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시행령이라는 것은 법에 세세한 규칙들이 따라붙기 위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정부가 몇일 전 세월호에 관한 시행령을 공포했죠. 그런데 이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바와 다릅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지원을 다룰 3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의 공포를 원합니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은 모든 업무의 기획, 조정, 총괄을 한 사무처로 통합해 정부 파견 공무원이 운영하죠. 이는 기존 소위원회 중심의 특조위를 무력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정부가 지게 될 책임에 대한 조사를 정부 관하의 사람이 하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며, 결국 정부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뻔히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게다가 정부는 세월호 사건 1주기에 맞추어 ‘두당 얼마’ 하는 배‧보상 보도 자료까지 일괄 언론에 뿌렸다. 일 년을 지지부지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인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감추고 억누르고 모함하기 위한 모습일 따름이다. 1년이나 지나 다시 그 날, 4월 16일을 앞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활동가 미류는 자신이 이 세월호라는 사건을 맞닥뜨리고 그 사건을 둘러싼 전개들을 보면서 두 가지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하나는 ‘나의 책임감은 어떤 것들로 만들어야 할까’이고, 다른 하나는 ‘인권은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세월호라는 사건을 단지 ‘충격적인 죽음이다’라고 읽어내기 보다는, 누군가를 저의 삶 안에서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사간에 대해 어떻게 나름대로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 고심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그런 것이어야 했다. 그렇기에 발표자는 자신이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만나는 방식인 인권의 차원에서 세월호와 접속해 스스로의 책임을 구성하려고 한 것이다. 이것이 4.16인권선언이라는 활동으로 사건과 접속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진실과 안전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발표자는 우선 우리가 구성해 나가야 할 것이 ‘진실과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진실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과적, 불법개조, 출항 불가의 날씨 등은 사실로 밝혀졌으나, 몇 가지 정황들 혹은 의혹들은 여전히 세월호를 안개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의 규명은 그저 의혹을 해소하고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일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발표자의 입장이다.

 


“진실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사실들을 어떤 지형으로 배치시킬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진실이라는 것이 사실에 얽매이게 될 때, 그 진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당시 세월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밝히는 데만 힘을 쏟으면 그것은 과거의 일로써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슨 이야기일까?

 


“그렇게 밝혀진 진실들을 현재의 제도나 공동체의 문제들로 재배치시킬 때, 진실은 책임과 현실의 문제가 됩니다. 이는 곧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내는 문제이자, 세월호라는 사건을 우리 안으로 던져 넣어 진실을 구성해내는 행위인 것입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과거의 유령으로만 머물지 않게 하는 길은, 잘잘못을 가려내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야아 한다. 그것을 우리와 연결 지어 우리의 관계 속에서, 사회의 구조와 공동체 속에서의 과제로 사고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세월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길이며, 그를 위해서는 각자의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점검하고 바꿔나가고 요구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모여 마침내 진실은 구성된다.

 


“안전 또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애도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아요. 소수자들에게 공격적인 이 사회의 위험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전가되고 또 어떻게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안전한 국가의 실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진실과 안전 이 두 과제에 접근하는 것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발표자는 말한다. 작년 4월 이후로 우리는 ‘잊지 않겠다’는 약속, ‘기억 하겠다’는 약속을 곁에 두었다. 그러나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의 문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발표자는 계속 과거나 죽음으로만 돌아가는 방식의 기억은 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4.16 국민 안전의 날”같은 방식도 아니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4.16, 미래를 위한 시간을 여는 날이 되어야 할 것”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말하기 위한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사”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본다면, 단지 규모가 큰 사건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규모를 포함하고 동시에 인간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가늠해 보아야 하죠. 그를 위해 권리의 목록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고,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엄은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인권선언을 통해 우리의 위치에서 어떠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과제는 어떠한 행동으로 실천될 수 있는지. 이것이 가능할 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세월호를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사건으로 접속하는 방법일 것이며, 온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가지의 방법일 것이다. 무력했던, 혹은 생활에 치어 세월호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던, 혹은 기억과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답답했던 우리는 그의 말에서 우리의 사건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재난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인지는 앞으로 논의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청와대가 그러한 재난 컨트롤 타워의 상위의 역할을 왜 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청와대의 무능)을 남겨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 4.16은 미래를 위한 시간을 여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발표자는 이렇게 세월호라는 사건을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행동으로, 미래의 시간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면서 발표를 맺었다. 다음은 이어진 질문들 몇 가지와 답변을 추려보았다.

 



Q. ‘안전에 대한 권리’에서 ‘권리’라는 단어가 당혹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저 역시 ‘권리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이런 것이겠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무언가’ 혹은 ‘실제로 느껴야 알 수 있는 것’, 그리고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른 것’일 수 있을 겁니다. 권리가 힘이 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재개발 철거민의 투쟁에 붙는 이름과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들이 철거 투쟁을 하는 이유가 ‘돈이 없고 갈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희에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 보편성의 권리를 확인하는 것이 될 때가 그런 때입니다. 이런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그에 대한 책임은 개인과 개인과의 계약관계처럼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Q.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팽목항이나 농성장과 같이 유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함께 크게 웃는 일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 웃음의 에너지는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세월호의 이야기를 슬픈 이야기로만 읽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슬픈 이야기만 듣겠다는 것이죠. 우리가 가져야 할 귀는 무언가 특별하거나 절대적인 경험에 대해 기울이는 귀가 아닙니다. 가족들이 실제로 다 같이 박장대소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유가족들의 삶이라는 것도 평범한 누군가의 삶과 다르지 않아서죠. 때문에 유가족들은 울때도 있지만 웃을 때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들이 이렇게 다 함께 웃을 때, 우리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함께 해 냈다는 것, 많은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Q. 새로운 책임의 구조를 만들어나갈 4.16 인권선언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이고,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하면 되나요?


 

“우선 전국 각지에서 풀뿌리 토론을 하려고 합니다. 전국 시‧군구 단위 304개의 지역에서 304명 이상의 추진단을 구성해 304회의 풀뿌리 토론을 진행할 겁니다. 추진단은 누구나 될 수 있고, 추진단의 의무는 전원 회의 2회에 모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지역에서 간담회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4.16 인권선언은 이렇게 회의와 풀뿌리 토론을 통해서 함께 채택하고 함께 선언하는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추진단은 모집 중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시면 됩니다. 인간과 인간의 연결, 그 관계를 조직해 나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말입니다.”     





* 4.16 인권선언 관련 링크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 회의 http://sewolho416.org/

인권운동사랑방 http://www.sarangb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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