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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인문학연구소 열린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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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자와 기록자, 함께 말하다
                                                                     - 시베리아 일본군 내 조선인 포로이야기-

 

     강연일시: 2018년1월20일(토)저녁7시
     강연장소: 수유너머104 1층 카페
     강연자: 문용식 & 심아정
주최: 트랜스인문학연구소
     무료강연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이 날이 모든 조선인들에게 한결같은 해방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전쟁 말기에 일본군으로 징집된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소련군에 의해 시베리아로 끌려 가 혹독한 포로생활을 몇 년씩이나 견뎌야 했던 이들이 있었다.
스무 살 동갑내기였던 그들 중 살아남아 귀환한 자들은 어느덧 90세를 훌쩍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다.

포로 경험자들과 유족들의 인터뷰 작업은 40년 이상 침묵을 강요당해 왔던 그들의 억압된 시간들을 봉인 해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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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소련군에 무장해제 당한 일본군 포로 약 60만명이 시베리아를 비롯한 2000여개의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을 해야했고, 그 중엔 1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 포로들도 있었다.>

 

냉전은 개인들의 구체적인 삶 구석구석에까지 그 그림자를 드리웠다.
소련과의 수교 이전까지는 시베리아에서의 포로 경험에 대해서 당사자의 가족들도 모르는 게 다반사였다.
‘적성국가에서 온 빨갱이‘이라는 낙인이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냉전은 기민들에 대한 국민국가체제의 공모관계로 지탱되었다.
소련은 시베리아 일본군 포로들을 전후 재건의 노동력으로 착취했고,
일본과 소련의 국교정상화로 청구권이 소멸되면서 더 이상 국가의 책임에 대해 따져 묻지 못하게 했으며,
한국은 반공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억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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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생인 그는 대구의 한 공장에서 수출용 대형 기계를 포장하는 일을 한다. 야간업무가 많고 휴일이 불규칙하며 주로 야외에서 해야 하는 강도 높은 노동이다.>
<일을 마친 밤 시간에 틈을 내어 한국, 일본,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수많은 탄원서를 쓰고, 그들만의 언어에 이의를 제기하게 되었다.>

 

포로 문순남의 유족인 문용식은 자신의 아버지가 러시아와 일본, 한국이라는 세 국가로부터 철저하게 ‘버려졌다’고 주장하며,
각국의 행정관청을 상대로 오랜 기간 고독하고 지난한 싸움을 벌여왔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기민(棄民)’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지만,
국가-없음의 상태인 난민과는 다른 층위에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타자를 고통 받는 얼굴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력하기만 한 존재로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민은 오히려 거꾸로 솟아나는 종유석처럼 버려진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융기하여 국민국가가 지닌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존재
이며,
그들을 배제함으로써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일성을 다지려는 사람들의 체제와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어 있다.
때문에 기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사실 어떻게 그 간극을 메워나가야 할 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서발턴은 줄곧 말해왔다. 때로는 그들의 말이 비명이 되기도 한다.
사실 필사적으로 우리의 귀를 막지만 않는다면, 도처에 산재한 비명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말할 능력을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의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여기의 우리가 뒤늦게-그러나-다시 그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사 소개
1. 문용식
대구에 거주하며 낮에는 수출용 기계 포장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탄원서를 내 보아도 정부기관의 답신에서는 법의 언어, 주권의 언어가 남발되어 도통 알아듣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10여년 간 국제법을 비롯하여 한국과 일본의 헌법을 독학으로 공부하며 밤을 밝혔다.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부친이 겪었던 경험들이 어떤 '말못함' 속에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부친의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겪는 부당함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으며,
국가에게 국민이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묻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자신의 문제 뿐만 아니라,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그들이 낯설어하는 법의 언어로 민원이나 탄원서를  대신 써 준다.
최근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캐나다에 억류된 이를 위해 투고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여러 활동을 했다.
그는 얼마 전 캐나다 구치소에서 가석방되었다.

2. 심아정
일본에서 15년을 살았다. 벗들과 술을 마시며 지새운 밤들이 공부를 하며 밝힌 밤들의 동력이 되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사논문을 쓰면서 조약이나 회담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목소리, 대문자 역사로는 표상될 수 없는 삶과 조우했고,
수유너머에서의 공부는 그러한 목소리와 삶들 한 가운데로 나를 던지는 경험이었다.
지금-여기 우리가 마주하는 정세 속에서 서구의 정치철학이 어떠한 역사성과 실천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우파적 감성과의 사상사적 대결」(진보평론 62호), 「김시종의 시세계와 감성의 정치」(일본학연구 47호),
「3.11이 열어준 가능성의 공간에서 거리의 말들에 주목하다」(중앙대 교양학연구 3집)
「관동대지진 후 지면(地面)과 지면(紙面)에서 펼쳐지는 감각의 각성-곤 와지로와 하기와라 교지로의 예술활동을 중심으로」(진보평론 2016년 겨울호) 등의 글을 썼다.
수유너머 친구들과 함께 이토노에 평전 <마을을 불살라 백치가 되어라>와 김시종 시집<화석의 여름>을 번역 중이고, 이제 막 동물권 세미나를 시작했다.
시베리아 포로문제에 대한, 지난한 아카이빙 작업의 과정 중에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함께 4월에 열릴 베트남전쟁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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