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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 시몽동 : 철학자로서 생성의 차원에서 사유하는 것


2015년 3월 8일 화요토론회

발표자 : 황수영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 생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





고승환 / 수유너머N 회원




 

  작년 11월에 김재희 선생님을 모시고 <포스트휴먼 사회를 사유하기 위한 하나의 청사진 : 질베르 시몽동의 기술철학>라는 주제로 화요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시몽동이 인간과 기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3월 10일 황수영 선생님을 모시고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 생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라는 주제로 화요토론회를 하게 됐다. 질베르 시몽동.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이 철학자를 우리는 최근 두 번이나 다른 선생님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주제와 다른 내용이다. 이번에는 시몽동이 생명을 생성이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생각하였는지에 대해 그의 개체화이론 통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질베르 시몽동, 1924~1989)


  철학적으로 개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정의되어왔지만, 통상적으로 개체란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시몽동은 바로 이러한 개체에 대한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개체를 이미 이루어진 것, 주어진 것으로 생각할 경우 복합적 개체는 그 불가분적인 개체들의 합성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실재란 이러한 고정적 원리가 아닌 역동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몽동이 생각하는 개체화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개체화가 이루어지는 개체의 수준이 어디였는지부터 알아야한다. 그래야 그의 개체화이론을 잘 알 수 있다. 시몽동이 살아있을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개체를 생명체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었다. 생명체만이 이질적인 부분들을 통합하면서 고유한 자기 동일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몽동은 개체가 생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에게 개체화란 가령 결정과 같이 특정한 방향으로 체계를 이루면서 일정기간 지속하는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개체화는 모든 존재자들에게 항구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 된다.


  시몽동은 기존의 형상질료설을 자신의 이론으로 변형하여 개체화과정을 설명한다. 그가 보기에 개체화는 질료와 형상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질료와 형상으로 나누어지지 않을뿐더러 거기에는 일을 하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조건은 구조적 조건과 더불어 제시된다. 실제의 과정에서 질료는 무규정적인 것이 아니라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가령 점토가 벽돌의 재료가 되는 것은 그 안에 콜로이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모래는 벽돌의 재료가 될 수 없다. 시몽동은 이것을 ‘점토의 형상’이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 직육면체라는 추상적 형상은 벽돌을 찍어내는 주형으로 구체화될 때 특정한 질료를 필요로한다. 즉, 하나의 구체적인 벽돌은 질료화된 형상과 형상화을 띤 진료가 절반씩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주형과 점토의 만남은 일련의 단계를 따라 진행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점토는 장인의 에너지를 실어나르고 주형은 점토의 퍼텐셜에너지의 현실화를 제한한다. 주형은 한계와 정지로서 개입한다. 즉 그것은 점토를 고정시키는 장소인 한에서 형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것들의 개체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날까? 시몽동이 물리적 개체화의 모형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정의 사례이다. 먼저 결정이 형성되는 에너지 조건은 어떠한가? 결정의 형성과정은 비가역적인 과정에 속한다. 비가역적이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령 열역학 제2법칙이 그러하다. 에너지는 자연적으로 그것이 높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갈 뿐 그 역인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결정은 보통 무정형 상태의 용액으로부터 생겨난다. 무정형상태의 용액은 일정한 화학적 조성을 갖는 물질이 특정한 압력과 온도에서 고농도로 과포화된 용액으로서 액체와 고체의 중간적 상태이다. 대체로 압력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온도를 내리면 열의 방출과 함께 무정형 상태에서 결정으로 이행한다. 그러나 에너지 조건이 결정을 형성하는 유일한 조건이 아니다. 시몽동은 ‘특이성 조건’을 말한다. 가령 한 결정의 독특한 구조는 무정형 용액 안에서 일종의 싹(germe)의 형성을 계기로 생겨나기 시작한다. 싹의 형성은 임계적 특징을 나타낸다. 임계성은 동일한 물질이 상태변화를 하게 되는 조건을 말한다. 이 두가지 조건(에너지 조건과 특이성 조건)에 의해 물질의 개체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시몽동은 개체를 개체화하는 과정의 결과로 보고 이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 때 개체는 어떻게 발생하고, 개체의 발생이전에는 어떤 상태로 있었는지 묻게 된다. 시몽동은 여기서 ‘전개체적 상태’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전개체적 상태’란 안정상태도 아니고 불안정상태도 아닌 불안정한 에너지들이 그럭저럭 평형을 이루고 있는 준안정적인 계를 말한다. 그는 이것이 개체화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전개체적 상태’는 어떤 특정한 요인으로 인해 긴장이 해소되면서 어떠한 상을 취하게 되고 개체가 된다. 하지만 개체화는 결코 한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정한 안정성에 도달한 개체는 또 다른 조건에서 다르게 개체화될 수 있다.


  물리적 개체화라고 했을 때는 다른 개체화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는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개체화를 생명적 개체화라고 부른다. 왜 그는 따로 생명적 개체화를 다룰까? 생명체에서 독특한 과정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정성장의 과정은 최초의 특이성을 전개하고 증폭시키는 과정이며 이 과정을 스스로 제한하는 기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생명체는 최초의 특이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특이성들을 양립시키고” 여러 가지의 “형태갖추기 과정”을 받아들이며, 자기제한적인 형태의 개체화를 겪는다.


  물리적 개체의 모형이 결정이었다면, 생명적 개체의 모형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그것은 강장동물처럼 군체를 이루는 형태와 고등동물처럼 고립된 개체이다. 군체를 이루는 개체들은 공간적으로 밀착되어 있고, 각 개체들이 고등생명체의 기관들에 비교할 수 있는 일정한 역할 분담을 하는 면에서 완전한 개체들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군체 자체가 하나의 개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체를 이루는 개체들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해도 군체 전체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군체는 완전한 개체가 아니다. 이렇듯 시몽동은 생명계에서 군체는 엄밀히 말해 개체가 아니라 개체화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명계에서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뉴는 자연적으로 고립된 개체의 등장 때문이다. 시몽동은 이러한 개체의 등장을 죽음과 유성생식이라는 두 가지 현상과 관련짓는다. 독립된 개체의 생식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증폭(amplification)"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이 생식세포라는 것이 유전적 특징을 고정된 형태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시몽동은 유전적 특징조차도 미리 결정된 요소가 아니라 해결해야할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생명체에서 고립된 개체는 어떻게 물질적 개체와 판이한 구조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시몽동의 생각은 이렇다. 물리적이든, 생명적이든, 생성은 전개체적 상태를 필요로 한다. 이 전개체적 상태는 불안정하고 불균등한 힘들, 긴장들이 양립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리적 개체화는 이러한 긴장들의 ‘해소’의 양태이고, 생명적 개체화는 ‘문제제기’와 문제들의 ‘해결’과 관련된다. 여기서 ‘문제의 해결’은 생명체가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자라는 것과 연결된다.


  시몽동은 개체화가 모든 존재자에게 항구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개체화가 물질, 군체, 고립된 개체 수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주의해야할 점은 이렇게 개체를 다양한 수준에서 나누는 것이 하나의 기준에서 위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수준의 개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다.


  황수영선생님의 발표가 끝나고 문득 든 생각은 시몽동이 과학자인가? 철학자인가? 의심스러울정도로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개체화 과정은 지금의 현대과학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말이 맞다면, 시몽동이 말하는 개체화이론이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크게 다를게 없다면 더 자세하게 나와있는 현대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 끝나자마자 황수영선생님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복잡하다고 말씀하셨다. 발표내용에는 거의 나와 있지 않지만, 시몽동의 목표는 생성의 논리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할 때 ‘변환’이라는 개념, 생성의 고유한 메커니즘이 나온다. 이 개념은 유형성숙과 연관된다. 유형성숙이란 진화의 하나의 가설로 등장한 것인데, 사전적 의미로는 동물이 유형 상태에서 성장을 멈추고 생식기만 성숙하여 번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몽동의 표현에 의하면, 개체 스스로가 자신을 증폭하면서 종이나 유가 나온다는 것이다. 증폭과 반복. 이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설명해주셨는데도 개념이 명확히 와닿지는 않았다. 선생님도 아직은 이 ‘변환’이라는 개념이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하여튼 분명한 것은 ‘변환’이 시몽동이 생성을 사유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수유너머N에서 다양한 주제로 화요토론회가 열리지만 지난번 기술이라는 주제만큼, 생성이라는 주제는 매우 생소했다. 그만큼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열렬했다. 발표가 끝나고나서 뒷풀이자리에서도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한국 정규과정에서는 공부하기 힘든 기술과 과학에 관련된 철학분야를 수유너머N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수영선생님 발표문은 선생님의 책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3장. 베르그손에서 시몽동, 들뢰즈로 : 생성철학의 급진화 와 동일합니다. 이 책 내용을 화토스케치 내용에 적극 활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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