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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토스케치



인권"들"에 관한 네 가지 질문:

인권과 인권들』 화요토론회

2015년 7월 28일 화요토론회, 토론자 이우창, 박기형, 이종현


 

 

박기형 /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지난 5월 맑스-꼬뮤날레에서 일곡 유인호 학술상을 받은 정정훈의 인권과 인권들에 대한 화요토론회가 728일에 열렸다. 평소 화요토론회가 외부 인사 또는 수유너머N 회원의 발제와 그에 대한 토론 형식이었던데 반해, 이전 이진경의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와 같이 3명의 토론자가 저자의 논의에 대한 토론문을 발제하고 이에 대해 저자가 답하는 형태로 진행하였다. 필자도 그 토론자들 중 한 명이었는데, 당시 토론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 위주로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인권과 인권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 개념이 갖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당시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했던 지점은 바로 저자의 논의가 기존의 인권담론과 어떤 점에서 변별력을 갖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우창은 인권 개념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였고, 필자도 기존의 인권 담론에서 설정한 개념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아마도 이는 이진경이 지적한 대로 5장과 6장의 관계가 완벽히 연결되고 있지 못한 것에 따른 결과인 것 같다.


 스피노자와 데리다에 대한 해석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인권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저자의 두 작업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 역량으로 이해하는 방식과 인권을 ()가능한 권리 또는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이라는 도식으로 이해하는 방식 사이의 관계가 명쾌하게 이어지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 말이다. 만일 이를 염두에 둔다면, 저자의 논의가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권 - 도덕이 아닌 정치, 정적인 개념이 아닌 동적인 개념, 소유가 아닌 역량

 

 여기서 우린 인권을 도덕적인 가치로 환원하는데 따른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인권을 정치적이고 동적인 개념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권을 ()가능한 권리 또는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의 관계로 정의내림으로써 인권이 정치적·동태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인권이 성립할 수 있는 바탕에는 관계를 맺음, 즉 연대를 통한 역량의 확대가 놓여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자들이 인권을 획득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 주목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과정과 성취는 인민들의 연대를 통해 형성되는 그들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권은 어떤 정해진 내용을 갖는 실체로서 정의 내려질 수 없다. 따라서 이우창은 정확하게 보았던 것이다. 다만 역량과 정치적·역동적 개념으로서의 인권은 그 자체로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놓치고 있었을 뿐이다.

 

 

인권 선언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토론패널 중 한명이었던 이종현은 세계인권선언문을 비롯해 4.16 인권선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권선언이 어떻게 정치가 될 수 있는지, 인권의 현행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위에서 우리가 살펴본 인권 개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권선언은 대문자 인권, 계산할 수 없고 정의(定義)할 수 없는 정의(正義)로서의 인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권선언을 통해 어떤 지향 또는 이상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연대와 같은 정치적 실천의 과정에서 일정한 형태와 내용을 가진 인권을 획득하는 것이 아닐까? 일종의 이상과 현실의 변증법 관계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인권선언에 담긴 모든 정신이 구현될 수 없을지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 인권선언이 성취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제약들이 작용할 것이며 이 속에서 제한적인 형태로 구체적이며 제도화된 결과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게 바로 인권선언이 정치가 되는 과정이며, 그를 통해 인권을 획득하고 넓혀가는 과정이다.

 

 

인권과 인권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어야만 하는가?

 

 저자와의 토론을 마치고 난 뒤, 질문이 남았었다. 인권과 인권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놓아야만 했는가? 아니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정치적 실천의 역량으로서 이해되는 인권 개념은 대문자 인권과 같은 관념도 소문자 인권과 같은 실체도 아니다. 관념과 실체라는 두 항 사이의 어딘가, 그 둘의 긴장 관계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인권은 실현 불가능한, 도달 불가능한가? 그 이념은 온전히 성취될 수 없는 것인가?


 긴장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실천을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알겠으나,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불가능함을 앎에도 불구하고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주체들의 의지와 결단을 촉구할 수 있으나 그것들이 굳건히 자리할 토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까라는 의구심 말이다. 예컨대, 어차피 실현 불가능하다면, 왜 그들이 인권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허무주의, 패배주의의 위험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라는 문제제기 등등.


 맑스가 인간소외의 극복을 주장하면서 인간 해방과 공산주의의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를 선형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저자처럼 인권의 영속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를 원형, 끊임없는 반복과 재정식화 그리고 이를 통한 발전의 영속 과정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권에 대한 저자의 논의에 따르면, 그러한 영속혁명은 인과관계에 따라 일어나기 보다는 주체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긴장 관계가 전혀 해소할 수 없으며, 이를 건널 수 없는 강으로 여겨 포기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권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아직 인권이 덜 성취되었기 때문이라고, 아직 인간 해방을 위한 기획은 진행 중이라고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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