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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기후 위기? 그게 그렇게 급한 문제인가?"

[트러블연구소]의 첫 걸음은 시민연구원들과 함께 독서 세미나로 막을 올렸습니다. 조천호 선생님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대기과학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으로서 느낀 기후위기의 상황의 급박함을 과학적 근거들을 들어 설명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의 시대에 어떤 태도와 행동을 요청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린 책이었습니다. 기후 변화, 기후 온난화라는 개념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이야기되었음에도 최근 기후 위기라는 새빨간 용어가 "인류세"라는 개념과 함께 이야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천호 선생님은 "다음 빙하기는 인류 때문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기온을 상승시켜 빙하기로 진입하는 것을 막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9~280ppm 사이에 있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405ppm을 넘어섰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약 1도 상승했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화되는 1만년 동안 기온이 약 45도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인간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이보다 약 20-25배 빠르다.(29쪽)"라고 설명합니다. 하나의 변화에서 음의 되먹임은 변화를 이전으로 되돌려 놓고, 양의 되먹임은 변화를 더 빠르게 만듭니다.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어마어마한 연료 소비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양의 되먹임이 발생하는데요,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닿는 면적이 증가하여 빙하가 더 빨리 줄어들고, 빙하가 녹은 자리에서 토양 탄소가 배출되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또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세미나원들은 인류세는 인간중심주의로 인한 문제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물론 이때 인류는 단순히 농경과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아니라 산업혁명과 함께 문명의 “편의”를 누린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을 의미합니다. 인류세라는 현상을 마주하고 편의를 여전히 누리고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 언급된 이누이트와 바이킹 이야기는 Location과 Position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이누이트와 바이킹은 빙하기라는 같은 변화 상황에 직면했고, 모두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에 대한 입장을 달리했기에 다른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어떤 위치에 처했는가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입장은 삶의 방식을 다르게 만들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현상을 해빙기로 보고 기존의 삶의 태도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이 현상을 기후 위기로 보고 기존의 방식대로 사는 것을 멈추고 다른 삶의 방식으로 바꾸어 나갈 것인지는 우리의 입장에 달려 있으니까요.

 

우리의 경험을 벗어난 규모와 강도의 집중 호우와 태풍이라는 현상은 "기후 위기"와 "인류세"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  다양한 현상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책에서도 무임승차국과 강제승차국을 구분하며 무임승차국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라고 하지요. 하지만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봄이면 호흡기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를 막기위해 중국 공장 가동이 멈추면, 미세먼지는 줄어들지만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물품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가 마비될 수 있음을 코로나19로 경험할 수 있었지요. 이렇듯,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가동되는 중국 공장의 미세 먼지를 단순히 중국의 책임으로 귀인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금 특정 국가가 가해자이고 특정 국가는 피해만 보는 상황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기후 위기에서 정의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찾아내서 비용을 내게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는가에 의해 정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세미나원들 모두 “기후 재난이 민주적으로 다가온다”라는 문장에 의문을 표했듯, 재난의 효과 자체는 위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재훈샘께서 말씀하신 대로 미세먼지라는 같은 재난을 마주하더라도 부유한 계층에서는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받아 비교적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나 가난한 계층에서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쉽게 병에 노출되겠지요. 

 

그렇다면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문제인지를 마주하는 것은 중요하지요. 우리는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달콤한 편익에 기대어 살고 있기에, 적으로써 자본주의시스템을 바라볼 때, 너무 거대한 존재에 맞서는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리기 쉬운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충분히 빠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오직 숫자에만 반응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까지 비가시적이었던 것들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설득하려고도 노력해야 겠지요. 또 한편으로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삶의 양식을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겠습니다.

 

놀랍게도 인류세 개념은 90년대부터 논의되어 왔다고 합니다. "인류세" 개념은 그동안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만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들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개념을 더 널리 알리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생산-소비 과정에서 은폐되었던 불편한 사실들을 바로 보는 것,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소비하는 주체로 만들어진 ‘나’를 그래선 안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 공동체 속으로 밀어넣어 변화를 창출하는 것. 그런 것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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