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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기

권경덕 

10월 16일 [트러블연구소]에서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과 ‘동물해방물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도희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도입부에 선생님은 어떻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셨어요. 대학생 시절에 환경 다큐를 보고 자극을 받아 채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머리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고민이 깊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 하고 스프레이를 쓰지 않는 등 지극히 개인의 실천에 머물러 있었다, 변호사가 되어서 드물게 열리던 지구법 강좌에서 환경법, 에너지법, 동물법, 생명윤리, 지속가능한 개발 같은 문제를 접했으나 너무 영적인 느낌이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7년, 동물권 공부를 하고 동물권 활동을 시작하면서 퍼즐이 맞춰졌고, 이전까지 머리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가 당시의 환경 이슈들이 충분히 정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환경, 기후 의제는 탈정치적 의제로 다뤄지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운동 내에서도 변방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고백(?) 덕분에 살아가면서 개인의 인식과 지형이 어떤 계기로, 어떤 과정을 거쳐 변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고, 저도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어요. 대학생 시절에 본 환경 다큐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다큐멘터리 영화는 <잡식가족의 딜레마>였어요. 당시 하숙집에 살며 주인 아주머니가 차려주시는 아침 저녁을 먹었는데 수요일 저녁엔 항상 삼겹살을 구워주셨거든요. 영화를 보고 한동안 육식을 피해보려 했지만, 꾸준히 지키지는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도 공장식 축산 문제와 가축 동물을 둘러싼 이슈들을 이따금씩 접하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극히 개인의 영역 안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다른 주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거나 그 외 사회문제와 좀처럼 연결시키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구조된 새벽이를 만나고, 새벽이 생추어리 활동가 분들과 교류하고, 얼마 전에 참여한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정말 다양한 운동 주체들의 깃발을 목격했어요.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트러블 연구소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네요. 그러고보니 지난 1년은 저에게 기후정의 시대의 정치성을 조금씩 체화하고 다른 주체들과 조금씩 연대하기 시작한 한 해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지난 10년 동안 기후의제가 정치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충분히 공유되면서 급격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2010년대 중후반부를 지나면서 기후위기 비상행동(2019)에 이어 기후정의 행진(2022)이 개최되었고, 특히 2022년 행진에서는 노동자, 농민, 퀴어, 장애, 빈민, 동물권 등 정말 다양한 깃발들이 넘실대면서 기후 정의 체제 전환을 외쳤고,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은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은 다른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파키스탄의 사례를 보여주셨어요. 폭염으로 50도가 넘고, 최근에는 엄청난 홍수로 국토의 1/3이 침수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후재난의 책임이 거의 없는 저개발국가가 피해는 가장 심각하게 입는 부조리한 상황인거죠. 그리고 연구를 통해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 보면 유럽과 미국이 압도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세대간 불평등도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출생 연도별로 평생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도 격차가 극심한 거죠. 

후반부에는 동물권과 기후정의가 어떻게 만나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셨어요. 동물들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없음에도 지금 30% 가까이가 멸종 위기에 내몰려 있고, 10년동안 매년 500종 정도가 계속 멸종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멸종 뿐만 아니라, 육식산업들로 인해 농장동물들의 고문과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죠. 그리고 자연에서 무주공산으로 가져오는 것들(동물들의 노동력과 피와 살, 자연물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왔고, 이제는 정말 한계 지점에 도달한 겁니다. 따라서 비인간 동물의 권리운동에서는 지구생활자로서의 모든 비인간 존재들 또한 기후정 연대와 동맹을 맺는 동등한 플레이어, 혹은 행위자의 위치에 놓여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전환을 구상하는 몇 권의 책들, 또 그런 전환을 만들어가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보여주시면서 지구법학, 자연의 권리, 자연의 법인격을 어떻게 상상하고 실현해나갈 수 있을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라투르의 '녹색 계급의 출현' 이라는 책이 있던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새로운 계급을 상상하게 하네요. 새로운 계급 안에 포함될 존재들로 인간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들, 지구생활자들, 반려종들, 공-산의 존재들, 등등이 두서 없이 떠오릅니다. 

소개해주신 책들
- 야생의 법 (코막 컬리넌)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커먼즈와 생태법 ( 프리초프 카프라 · 우고 마테이
- 위대한 과업 (토마스 베리)

오포사 변호사의 미래 세대 환경 소송
http://kfem.or.kr/?p=43225

아기기후소송단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206131616001

제주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https://www.yna.co.kr/view/AKR20221014131400056?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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