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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물』 읽기' 2강 쪽글

바라 2023.03.17 00:50 조회 수 : 43

<질문 1. 칸트의 영향력>

 

 이 경이로운 분류에서 누구에게나 난데없이 다가오는 것, 교훈적인 우화의 형식 덕분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사유의 이국적인 매력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의 사유가 갖는 한계, 즉 그것을 사유할 수 없다는 적나라한 사실이다.

 

 푸코(M. Foucault)는 『말과 사물』 서문에서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하며 첫 문단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푸코는 이러한 인용을 통해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칸트(I. Kant)가 『순수 이성 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에서 ‘이성의 한계’를 비판−검토−한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칸트가 ‘이성’에 의한 ‘이성’ 비판을 통해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던 것처럼, 푸코가 ‘사유’에 의한 ‘사유’ 비판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엄밀히 구별함으로써 푸코는 무엇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이것은 책을 읽어 나가며 하나씩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하나의 의구심이 남는다면 칸트의 저작을 번역한 바 있던 푸코였기에 칸트에게서 ‘자기의 범위 확정(또는 경계의 명확한 구분)’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을 느꼈는지에 대해서이다.

 

<질문 2. 질서의 탄생>

 

 어떤 “도표” 위에, 어떤 동일성, 유사성, 유비의 공간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르고 비슷한 그토록 많은 사물을 관례적으로 배치하게 되었을까? 선험적이고 필연적인 연쇄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감지될 수 있는 내용에 의해 부과되지도 않는 이 일관성은 무엇일까?

 

 푸코는 위 질문에 대해서 같은 쪽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아무리 단순한 것일지라도 질서를 확립하는 데에는 ‘요소들의 체계’가 필수 불가결하다. 가령 유사성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을 선분(線分)의 규정, 이 선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변이의 유형, 끝으로 위로는 차이가 있고 아래로는 유사성이 있게 되는 문턱이 절대로 필요하다. 질서는 사물들 사이에 사물들의 내적 법칙으로 주어지는 것이자, 사물들이 이를테면 서로 마주보게 하는 은밀한 망(網)이고, 이와 동시에 시선, 관심, 언어의 격자를 통해서만 존재할 뿐인 것이며, 오직 이 격자의 빈칸들에서만 표명의 순간을 말없이 기다리면서 이미 거기에 존재하는 듯이 심층적으로 드러난다.

 

 선험적(先驗的)이지도 경험적(經驗的)이지도 않은, 그러나 일관성을 부여하는 질서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일까? 질서의 시작−칸트가 ‘das Unbedingte’라고 했던 세계 존재 원인의 시작−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또한 ‘사물의 내적 법칙’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질문 3. 문화의 코드와 변증법적 관계>

 

 한 문화의 기본 코드, 하나의 문화에서 언어, 인식의 도식(圖式), 교환, 기술, 가치 체계, 실천의 위계 등을 지배하는 코드는 각자가 상대하게 되고 다시 처하게 되는 경험적 질서를 처음부터 결정한다.

 

 “코드는 각자가 상대하게 되고 다시 처하게 되는 경험적 질서를 처음부터 결정”한다는 서술에서 ‘한 문화를 지배하는 코드’는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인지, 변증법적 관계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 이상은 아닌 것인지, 또는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질문 4. 이성(理性)의 진보(進步)>

 

 고고학의 차원에서는 누구나 알다시피 실증성들의 체계가 18세기와 19세기의 전환기에 대대적으로 변했다. 이는 이성이 진보를 거듭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물의 존재 양태와 사물을 분류하고 지식의 대상으로 정립하는 질서의 존재 양태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이성의 진보를 질서의 존재 양태의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말이 이것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푸코는 “사물의 존재 양태와 사물을 분류하고 지식의 대상으로 정립하는 질서의 존재 양태가 크게 바뀌었”을 뿐, 이성의 진보에 방점을 두고 있지는 않는다. 

 푸코의 이러한 시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나, 선사 시대 인간의 이성과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의 이성이 끊임없이 뇌리를 스쳐가며 비교되며 약간의 찝찝함을 가지게 되었다. 조잡한 예시라는 생각 또한 버릴 수 없으나 ‘이성이 진보를 하는지’와 ‘만약 이성이 진보를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구분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결론. 보편(普遍)의 존재 불가능>

 위와 같은 질문은 푸코에게 동조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부정하고 싶은 욕구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말과 사물』의 서문 곳곳에서 푸코는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충실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후자의 욕구는 서문을 읽을수록 희박해졌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다른 쪽 끝에는 전적으로 넓이의 정돈을 지향하는 문화가 존재할 터이지만, 이 문화에서 존재물이 확산되고 배치되는 공간은, 명명하고 말하고 사유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능한 공간들 중의 어떤 것과도 동일하지 않을지 모른다.

 

 푸코는 중국의 문화를 사례로 제시하며 동시대(同時代)에도 이질적(異質的)인 문화가, 즉 이해(理解)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를 확장하여 시간과 공간마다 질서가 다르다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으며, 푸코는 이것을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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