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자료 :: 인사원의 과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차이와 반복] 10주차- 들뢰즈의 칸트 이념 해석

힐데 2017.11.16 16:33 조회 수 : 756

이번에는 10주차 강의 분량의 쪽글이 아니라 4장 전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었던 칸트의 이념론 관련 부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들뢰즈가 칸트의 이념을 어떤 식으로 계승하며 자신의 이론을 펼치고 있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공부한 내용입니다.
아직도 제대로 명쾌하게 이해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기 때문에...표나 내용에서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쪽글이라 별도의 인용 표시 없이 참고문헌의 내용을 요약해서 쓴 부분이 많으므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들뢰즈의 칸트 이념 해석
 

1)칸트의 이념론

4장에서 들뢰즈는 살로몬 마이몬의 ‘미적분을 활용한 칸트 해석’을 통하여 칸트의 이념론을 발생론적으로 사유하려고 한다. 이때 들뢰즈가 계승하는 칸트 이념론의 핵심은 이념이 경험 세계 안에서 구체적인 대상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 이성의 능력과 한계를 규정하려고 한다. 그는 인식의 대상을 ‘물 자체(Ding an sich)’’라 하며 인간이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영역에 둔다. 인간은 물 자체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오직 선험적 조건을 통해 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진리를 알기 위해선 인간의 판단형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칸트가 구분한 인식능력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인식능력

인식단계

형식

감성

직관

시간,공간

지성(오성)

개념

범주

이성

이념

역할 : 방향설정

 

 

가장 먼저 작동하는 인식능력은 감성이다. 감성의 직관은 질료- 잡다雜多-를 받아들이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에 따라 질서를 부여한다. 지성의 개념은 직관에 주어진 것들을 12범주에 따라 판단하고 질료에 형식을 부여한다. 인간의 인식은 감성과 지성이 결합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데, 이것은 ‘상상력’의 도식을 매개로 하여 성립한다.

 

칸트는 지성과 이성의 능력 또한 구분한다. 이성은 지성에 의해 주어진 개별적인 판단을 어떤 전체 안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현상계에 제한된 능력을 지녔던 감성, 지성과는 달리 이성은 경험 가능성을 넘어서는 순수 관념들로부터의 개념인 이념(Idea)을 만들어낸다. 이념은 구체적인 대상을 갖지 않으며, 단지 지성의 사용을 원리들에 따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념은 ‘특수한 종류의 대상’을 갖는다. 이 대상은 특정한 대상이 아닌, 대상들을 체계적 통일의 측면에서 표상하기 위한 하나의 도식이다. 즉 이념은 지성으로 하여금 일정한 목표를 향하게 하는 방향성의 역할을 한다.

 

이념에는 세 가지 계기가 있다. 이념적 대상 안의 미규정성, 경험 대상들과 관련하여 성립하는 규정 가능성, 지성의 개념들과 관련하여 성립하는 무한한 규정성이 그것이다. 이념은 경험 세계 안에서 특정한 대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규정적이다. 이념은 오로지 경험 대상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 가능하고, 오로지 지성의 개념에 관련해서만 이상적 규정을 내다볼 수 있다.

 

그런데 칸트에 따르면 이 세 계기 중 둘(규정가능성, 무한한 규정성)은 외생적 특성들로 남아있다. 그 자체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서로 다른 인식능력의 역할(지성의 개념)을 통해서만 규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칸트가 발생의 관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단지 조건화나 정당화의 관점에 머물고 마는 진정한 이유들을 여기에서 찾는다. 이념이 방향설정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성의 개념과 관계해야 하는데, 칸트는 직관/개념/이념을 구분함으로써 각자 능력의 조화와 일치의 문제를 남기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 능력들의 일치를 외생적 조화나 능력들의 선험적 일치라는 공통감각에 맡기려 한다. 직관과 개념은 상상력이라는 도식을 통해 조화를 이루고 개념과 이념은 동종성에 근거한 유비관계를 통해서 연결시키려 한다. 들뢰즈는 각 능력들의 조화와 일치에 대한 칸트의 이러한 문제해결방식을 합목적성의 이념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비판한다. 칸트는 물자체를 불가지한 영역에 둠으로써 주체와 대상 사이의 조화를 포기한 듯 보이지만, 지성과 감성이라는 각각 다른 능력들 사이의 일치를 이야기함으로써 조화의 이념을 다른 자리로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2) 마이몬의 칸트 이념론 해석

 

 그렇다면 들뢰즈는 칸트의 이념론을 어떻게 활용하여 차이의 이념을 이야기하는가? 들뢰즈는 살로몬 마이몬의 라이프니츠적 칸트 해석을 통해 칸트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초월 철학에 대한 시론](1790)에서 마이몬은 개념과 직관을 대립시키는 칸트의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한다. 그는 직관과 개념은 각각 감성, 지성이라는 상이한 원천에서 기인하는 이질적인 것인데, 어떻게 개념의 선험적 범주가 경험적인 직관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마이몬은 상상력이라는 도식이 양자를 매개한다는 칸트의 외생적 조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이 문제를 직관과 개념을 모두 지성에 귀속시키고 지성 내부에 존재하는 어떤 공통의 원천으로부터 양자의 동시적 발생을 설명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이때 공통의 원천이 바로 미분적인 것이다.

  그는 라이프니츠의 충족이유율의 원리와 미분법을 통하여 칸트 이념의 세 가지 계기를 새롭게 해석한다. 그 해석은 다음 표와 같다.

 

 

 

칸트

살로몬 마이몬

들뢰즈

이념의 세 가지 계기

특성

구현

미분법

충족이유로서의 원리1)

1)가 형성하는 순수요소

 

미규정적인 것

경험 세계 안에서 특정한 대상을 갖고 있지 않음

자아

dx,dy

규정가능성의 원리

양화 가능성

 

연속성

규정가능한 것

경험 대상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 가능

세계

dy/dx

상호적 규정의 원리

질화 가능성

거듭제곱의 역량

규정된 것

지성의 개념들과 관련하여 성립하는 무한한 규정성

dy/dx의 값

완결된 규정의 원리

잠재력

 

 

 

 

 

 

 

 

 

 

 

 

 

 

 

 

미분법에서 dx,dy(한없이 작은 변화량)는 전적으로 미규정 상태에 있다. 하지만 dx와 dy는 서로 관계할 수 있는 한(dx/dy:접선의 기울기 수식)에서 규정가능하고, dx/dy의 값(접선의 기울기 값)들은 상호적으로 규정가능한 발생적 요소들 간의 미분비들의 체계라는 규정으로 드러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직관과 개념은 구분되어 있는 본성이 아니라 정도상의 차이를 갖고 있을 뿐이다.

 

 마이몬은 대상이 지닌 이 미분적인 것을 ‘본체’라 부르며, 본체에서 기인하는 대상 자체를 ‘현상’이라 부른다. 그런데 인간의 유한한 지성이 파악할 수 있는 건 본체가 아니라 직관된 현상일 뿐이고, 칸트는 이런 의미에서 ‘본체’를 ‘물자체’로 부르며 경계개념으로 제시한 게 아니던가? 이 지점에서 마이몬은 신적 지성, 무한 지성을 끌어들인다. 본체는 무한 지성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마이몬은 이 본체를 지성 이념이라 부르며, 그것은 지성의 내부에 있지만 감성적 직관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인식론적 한계의 너머를 가리킨다. 지성이념은 우리의 인식론적 한계 너머에 있으면서 그 한계를 넘어 직관과 개념을 낳는 미분적인 것이다.

 

 

3. 들뢰즈의 칸트 이념 해석

 

들뢰즈는 마이몬의 발생적 방법과 미분법으로 직관과 개념의 이분법을 타파한 것을 받아들이되, 그의 무한 지성 개념을 변형한다. 그는 양화가능성의 원리로 무한지성개념을 변형시킨다. 여기에서 무한지성은 대상과 주체의 일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성이 아니라, “유한한 지성 내에 현존하는 무의식, 유한한 사유 내에 현존하는 사유 불가능한 것, 유한한 자아 내에 현존하는 비-자아와 같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들뢰즈는 이렇게 무한 지성과 유한 지성을 이분법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의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연속성, 사유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연속성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 연속체는 양화가능성을 갖는데, 이것은 감각적 직관이나 지성적 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이념적 원인을 지닌 것이다. 불의 이념에 포섭된 질료는 연속성을 띤 어떤 단일한 질량과 같고, 은의 이념에 포섭된 질료는 어떤 정련된 금속의 액체적 연속성과 같다. 어떤 이념으로 포섭하느냐에 따라 질료에 대한 형상의 종류와 방향성이 결정되지만, 그것은 질료를 직관과 개념 같은 선험적 조건에 의해 일정한 값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양화가능성을 표현하는 상징(dx)은 전적으로 미규정 상태에 놓여있다. 그것은 어떤 일정한 값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이념적 순수 원인을 지닌 것이다. dx는 직관에 주어진 양적인 잡다와는 다른 존재론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dx는 이념이다. 그것은 단지 사유될 수 밖에 없는 미규정적 불변자로서 이념의 자격을 얻는다.

 

다음으로, 들뢰즈는 미분법을 통해 일어나는 원시함수에서 도함수로의 전환에서 둘 사이의 질적 형식에서 성립하는 차이를 지적한다. 원시 함수에서 나타나는 곡선에서 그 곡선에 접하는 선이 가로 좌표축과 함께 만들어내는 접선의 기울기로 옮겨가는 것. 이때 각각의 항dx,dy은 도함수 안에서 서로의 항과의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이념은 바로 이런 상호적 종합 안에서 실질적으로 자신의 기능이나 함수를 확립하고 전개한다. 이때 이것이 증언하는 것은 이념의 역량, 곧 이념의 이념을 낳는 이념의 거듭제곱 역량이다.  y=f(n)x     이것은 다른 어떤 특수한 값과 양들과 다르다. 미분비가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질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분화될 수 있는, 질화 가능성의 순수요소이다.

 

마지막으로 들뢰즈는 완결된 규정의 원리와 그에 대응하는 순수요소로서 잠재력을 제시한다. 세번째 이념의 요소로서 잠재력이 나타내는 것은 완결된 규정의 원리에 의해 미분 이전의 곡선 상의 특정 값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분을 하기 위해서는 거듭제곱을 제거하게 되는데 들뢰즈는 라그랑주의 설명에 따라 이 거듭제곱-잠재력의 제거가 순수 잠재력-거듭제곱의 잠재력의 조건이 된다고 한다. 이는 그것이 한 변수가 함수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상호적 규정이 미분비와 이 비율의 정도들, 그리고 비율이 이념 안에서 상이한 형식들에 대응하는 가운데 보여주는 변이성들과 관련된다면, 완결된 규정은 비율의 값들, 다시 말해 어떤 형식의 구성이나 독특한 점들의 할당과 관련된다.

 

상호적 규정의 원리를 통해 규정가능한 것의 이념적 순수요소로서 질화가능성을 발견하는 대목에서 들뢰즈는 칸트 인식능력의 외생적 조화의 문제를 해결한다.

들뢰즈는 개념과 직관의 이분법을 넘어 규정 가능한 직관과 규정 하는 개념이라는 차이의 두 항이 동등하게 사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칸트식으로 재인을 가능하게 하는 초월적인 조건이 아니라, 재인이 실제로 발생하는 발생론적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어떻게, 어떤 경우에’ 라는 물음이다. 지각은 무엇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또 사라지는가?

 

우리의 지각은 의식의 미분적인 것에 해당하는 의식될 수 없는 요소들이 일정한 비율적 관계를 이룰 때, 그 비율적 관계의 값이 우리 의식의 문턱을 넘을 때, 비로소 의식되기에 이른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미분적인 것은 지각의 발생적 요소에 해당한다[1]

 

 들뢰즈는, 직관과 개념의 선험적 범주에 따라 분류된 대상이 두 능력의 결합에 의해 인식된다는 칸트의 재인적 인식론에서 벗어나, 현상계에서 특정한 대상을 갖고 있지 않은 동시에 대상에 초월론적인 방향성을 부여하는 이념의 기능을 핵심으로 하여 이념론을 재구성한다. 그는 직관과 개념의 이분법을 허문 뒤, ‘미분적인 차이’라는 공통의 원천으로부터 이념의 세 가지 계기를 이끌어 내고 이념을 재정의한다. 이념은 칸트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념의 대상은 허구도, 가설도, 사변적 존재자도 아니다. 그것은 주어질 수도, 인식될 수도 없는 대상, 그러나 직접적으로 규정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현되어야만 하는 어떤 대상이다. 문제로서의 문제, 그것이 바로 이념의 실재적 대상이다. 들뢰즈는 칸트의 이념론을 합목적성에서 구해내어 발생론적으로 사유한다.

 

[1] 성기현, 「지각에 대한 발생론적 이해와 그 미학적 귀결들 : 질 들뢰즈의 초월론적 감성론을 중심으로」, 2016, P16

 

참고 문헌

단행본

질 들뢰즈, 서동욱 옮김,『칸트의 비판 철학』, 민음사, 2006

논문

최유정,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변증론>에서 이념의 형이상학적 가능성 문제」 1993
박경남, 「들뢰즈와 칸트에서 이념의 문제 -어떻게 이념은 경험을 통일시키는가?」,2007
성기현, 「지각에 대한 발생론적 이해와 그 미학적 귀결들 : 질 들뢰즈의 초월론적 감성론을 중심으로」, 201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인사원_니체 :: 너희가 니체를 알겠지?! [1] oracle 2019.01.31 663
1505 불온인문학 강좌후기-이진경 선생님은 지식의 직조술가 [1] 박여사 2011.05.03 6821
1504 불온한 인문학 강좌 후기- 온코마우스,시뮬라크르의 윤리학/ 원본과 복제에 관하여 [1] file LIDA 2011.05.11 6683
1503 [상상된 도시] 첫 번째 시간 후기! file 도경 2017.09.15 3661
1502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8주차 발터 벤야민(사진의 작은 역사) [1] 지훈 2016.04.28 2693
1501 박학한무지 제1권 제18장 ~ 제26장 발제문 올립니다. file 좋은날떠나요 2013.04.15 1739
1500 [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1] file minhk 2018.10.29 1381
1499 탈출에 관하여 - 레비나스(닉네임:편지) 편지 2016.09.22 1319
1498 [아감벤의 정치철학] [7주차]쪽글_효영 file 효영 2018.04.22 1289
1497 [들뢰즈 이전/이후] 15강『공산당 선언』 발제(요약) file muse 2019.06.26 1053
1496 벤야민 에세이입니다. [1] file 노을 2021.01.15 894
1495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13. 빌헬름 보링거<추상과 감정이입> file 아노말리에 2016.06.09 835
1494 M. 하이데거, 『강연과 논문』 건축함 거주함 사유함, 시적으로 거주하다...발제 file 2021.05.17 826
1493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4주차 쪽글: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지훈 2016.03.31 758
» [차이와 반복] 10주차- 들뢰즈의 칸트 이념 해석 힐데 2017.11.16 756
1491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컴퓨터게임과 공감장치의 발명 (인사웟 엣세이 제출) file 꽁꽁이 2016.07.11 726
1490 [2016-1학기 인사원] 이데올로기와 주체 :: 인사원 에세이 수정본... file id 2016.07.30 723
1489 [아감벤의 정치철학] [9주차] 아감벤 <예외상태> yeony 2018.05.14 719
148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뱅퇴유 소나타의 소악절을 찾아서 [3] 로라 2018.10.17 712
1487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최초의 소음악기, Intonarumoris 1913, 루이지 루솔로 발명 file 꽁꽁이 2016.04.22 670
1486 [2016-1학기 인사원] 예술철학 :: 에세이_수정본 file 김효영 2016.07.31 669
CLOSE